2007년 파산 선고 받고 빚만 10억 넘어
무속인 A씨 유튜브 채널. [연합뉴스] |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신내림을 받지 않으면 본인이나 가족이 죽는다고 겁을 줘 제자와 고객에게 7억원 가량을 뜯은 유명 무속인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이 무속인은 과거 TV프로그램에도 출연하고 구독자 수가 3만 명 가까이 되는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는 등 얼굴이 꽤 알려져 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지법 형사2단독 곽경평 판사는 사기와 폭행치상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무속인 A(47·여)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령을 내렸다.
판결문 등에 따르면 A씨는 인천에서 신당을 운영하면서 유명세를 믿고 찾아 온 이들에게 신내림을 받지 않으면 본인이나 주변 사람들이 험한 일을 당한다고 속이는 수법으로 돈을 뜯어냈다.
피해자 B씨는 2019년 8월 B씨도 점을 보려고 A씨의 신당을 찾았다가 깜짝 놀랄 만한 말을 들었다. A씨는 B씨에게 "네가 어린 시절부터 가족들과 떨어져 불행하게 산 이유는 신기가 있는데도 신내림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신내림을 받아야 건강하게 살 수 있다"고 겁을 줬다고 한다.
B씨는 지금까지 겪은 자신의 고통이 신내림을 받지 않은 탓이라는 말에 7000만원을 선뜻 A씨에게 건넸다. 신내림 비용이었다.
이듬해 6월 C씨 부부도 비슷한 말을 A씨한테서 들었다. "부부 모두 신기가 있는데도 신내림을 받지 않으면 죽거나 앞길이 막힌다"는 무서운 저주였다.
겁을 먹은 부부는 올바른 신령을 받도록 조상을 천도한다는 이른바 '지노귀굿'까지 받기로 하고 1억원을 건넸다.
A씨는 또 다른 손님들에게는 "신내림을 받지 않으면 너의 동생이 극단적 선택을 한다"라거나 "어머니가 뇌 질환으로 죽게 된다"는 등의 말로 거액을 갈취했다.
A씨는 "퇴마를 해야 한다"며 신내림을 받은 '신제자'에게 가혹 행위를 한 혐의도 받고 있다.
2020년 8월 강원도 원주 치악산 인근 '기도 터'에 모인 신제자 7명에게 다른 신제자의 몸을 천으로 감싸라고 지시한 뒤 "몸속에 뱀이 있으니 빼내야 한다"며 흉기와 팔꿈치로 A씨 복부를 1시간 동안 계속 눌러 자궁 출혈에 이르게 했다.
사흘 뒤에는 무당이 되려는 또 다른 제자가 신령을 잘 찾지 못한다며 모든 옷을 벗게 한 뒤 찬물을 뿌리고 욕설을 하기도 했다.
수사당국의 조사 결과 A씨는 2019년 8월부터 2021년 8월까지 B씨 등 9명으로부터 모두 6억8000만원을 받아 가로챈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2007년 파산 선고를 받았으며 밀린 신용카드 대금을 포함해 빚만 10억원이 넘었다.
곽 판사는 "피고인은 무속 행위를 가장해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받아 가로챘고, 심지어 폭력을 쓰기도 했다"며 "피해자 수와 피해금 규모가 크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고인은 아직도 피해금 대부분을 돌려주지 않았다"며 "법정에서도 변명으로 일관하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아 엄중한 형을 선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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