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 경찰 ‘사건 브로커’ 판 키운 ‘상사평가 승진’ 딜레마…“공정화 절실”
전남지역 경찰 수천만원대 인사청탁 혐의
극심한 승진경쟁에도 ‘심사승진’ 확대 가닥
“시험승진 부작용 커”…심사 70%까지 확대
“심사 확대 속도조절, 조직문화 개혁 필요”
[헤럴드DB]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일부 경찰들이 이른바 ‘사건 브로커’를 통해 수천만원에 승진을 청탁한 정황이 드러난 가운데, 경찰 승진제도 허점이 드러났다는 지적이 줄을 잇고 있다. 경찰은 일선 경찰관이 실전보다 시험 공부에 매달리게 되는 ‘시험승진’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심사승진’을 병행하고 있지만, 이는 직속 상사의 평가가 절대적 기준이 된다는 점에서 ‘매관매직’ 사각지대라는 비판 목소리가 높다. 다만 단계적으로 심사승진 비중을 늘리겠다는 경찰 방침은 확고한 상황으로, 공정성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4일 경찰과 검찰 등에 따르면 광주지검 반부패강력수사부는 수천만원의 돈을 건네 승진을 청탁한 혐의 등으로 중간간부급 경찰들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2021년 심사를 거쳐 경정 또는 경감으로 승진하는 과정에서 각각 수천만원 상당의 뇌물을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 혐의는 검찰이 사건 브로커인 성모(61) 씨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경찰관 5명은 직위해제됐고, 퇴직자 2명에 대해서도 수사가 진행 중이다.

전국 13만 명 규모의 경찰은 승진경쟁이 매우 치열한 조직으로 알려져 있다. 한 경찰 관계자는 “다른 공무원 조직과 달리 제복을 입는 경찰은 승진을 매우 중요시한다”며 “끝이 뾰족한 ‘압정형’ 조직 구조에 계급 정년도 있어 일정 기간 승진하지 못하면 퇴직해야 하는 불안감도 크다. 위로 올라갈수록 승진에 목을 매달 수 밖에 없게 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경찰은 인사권자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심사승진 비율을 늘린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현재 경정 이하 승진인원의 50%씩을 심사승진과 시험승진에 각각 배정하고 있지만, 경찰청은 지난 8월 ‘경찰공무원 승진임용 규정’을 일부 개정해 이 비율을 2025년에는 60%, 2026년에는 70%까지 늘리기로 했다. 총경 이상 승진은 현행대로 100% 심사승진으로 이뤄진다.

경찰청 관계자는 “심사를 통한 승진을 늘린다는 거시적 방향성은 비교적 최근 정부에서 확정된 상황이기에, 늘어나는 심사 티오(TO·정원)만큼 어떻게 공정성과 합리성, 조직 내부 수용성을 갖출 수 있을지 미세조정이 가능한 부분을 들여다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매관매직 사각지대라는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경찰이 심사승진을 늘리는 데는 시험승진의 폐해가 더 크다는 판단에서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일명 ‘꿀보직’을 꿰차고, 한직에서 시험준비를 해서 승진하는 사례가 많아질수록 조직 분위기를 해치는 악영향이 컸다”고 지적했다. 이에 경찰은 시험승진에 대한 현장 불만을 반영하고, 심사승진을 통해 현장에 강한 경찰 승진을 촉진하겠다는 목표를 세워 왔다.

이번 ‘사건 브로커’ 사태로 경찰은 대대적인 인사 개편에 나서겠단 방침이지만 실제 개혁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경찰청 고위 관계자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수사 결과가 어떻게 나든 경찰이 다시는 이런 문제로 국민들이 걱정하는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며 “전반적인 인사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면 전방위적 개혁도 마다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밝힌 바 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인사청탁 문제가 드러난 만큼 현재 계획된 심사승진 비중 확대 타임라인을 조금 늦추고 제도 자체를 다시 면밀히 들여다보는 방식으로 속도조절을 할 필요가 있다”면서 “정성평가에도 수치 등 정량적 지표를 도입하는 대안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오윤성 교수는 “지금과 같이 지방청장이 인사에 전권을 쥔 구조가 반복돼서는 인사 비리가 근절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인사 비위에 대한 자정능력을 키우고 조직문화 전반적인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jinle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