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검색에는 '파오차이' 유리항아리만
서경덕 "한국 소비자에 대한 기만행위"
中 온라인쇼핑몰 '테무'에서 '한복'을 검색하니 나온 '한푸'. [테무 캡처] |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한국 문화를 자국의 문화라 주장하는 중국의 '문화공정'이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중국 최대 온라인쇼핑몰에서 '김치'와 '한복'을 중국 것이라고 오해할 수 있게 소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
30일 헤럴드경제 취재에 따르면, 중국 최대 온라인쇼핑몰 '테무'와 '알리익스프레스'에서 한복과 김치를 중국 문화로 소개하고 있었다.
테무에서 한복을 검색하기 위해 '한ㅂ'까지만 검색을 하자 자동검색으로 '한ㅂ한푸'로 전환됐다. 이를 거절하고 '한복'을 검색했지만, 한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중국 전통 복장이라며 '한푸'만 수십개가 검색됐다.
테무에서 '한복'을 검색하니 '한푸' 판매글이 수십개 검색됐다. [테무 캡처] |
어떤 판매글에서는 '한복'을 판매한다며 '전통 중국복장'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해당 제품은 중국이 당나라 전통복장이라고 주장하는 한푸의 모습도 한국의 한복의 모습도 아니었다.
이런 비슷한 오류는 베트남 전통복 '아오자이'에 대해서도 똑같이 적용하고 있었다. 테무에서 아오자이를 검색하자 '중국 전통 의상 치파오'가 검색됐다.
테무에서 '김치'를 검색하자 중국식 야채 절임인 '파오차이'를 담는 유리항아리만 검색됐다. 업체는 '중국 전통 김치 항아리'라고 이를 소개하고 있다. [테무 캡처] |
또 '김치'를 검색하자, 중국식 야채절임을 총칭하는 '파오차이'를 담는 유리항아리만이 검색됐다. 몇몇 업체는 "중국 전통 김치 항아리"라고 제품을 소개하기도 했다.
지난해 9월 서비스를 개시한 테무는 출시 4개월 만에 미국 앱스토어 1위에 오른 온라인 쇼핑몰이다. 중국에서 제조된 제품들을 매우 저렴한 가격에 판매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끌어 10월에는 신규 사용자 수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한국에서만 월간 사용자 수 600만 명이 넘는 중국 최대 온라인 쇼핑몰 알리익스프레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中 온라인쇼핑몰 '알리익스프레스'에서 한복을 검색하니 나온 '한푸' 복장. 갓과 도포가 한복과 유사하다. [알리익스프레스 캡처] |
알리익스프레스에 일부 여성 한복이 검색됐으나, 대부분의 상품은 한푸였다. 또 한국의 갓과 도포를 입은 듯한 남성복을 한푸라 소개하기도 했다. 전형적인 한복에는 '한국 의상'과 '소수민족 의상'이라는 설명을 함께 붙였다.
김치를 검색했을 때도 테무와 같이 파오차이를 담는 유리항아리만 검색됐을 뿐이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중국인을 제외한 해외 고객만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고 있고 테무 역시 해외 고객을 중심으로 영업을 하고 있어, 한복과 김치에 대한 기원 오류가 세계 각지로 퍼질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의 한국인 월간 사용자 수는 약 600만명이 넘으며, 테무 역시 400만명이 넘게 사용하고 있다.
K팝을 선두로 한국 문화에 대한 영향력이 커지면서, 2020년을 전후로 중국에서는 한국 문화를 자국 문화로 둔갑시키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특히 이런 오류를 바이두, 알리익스프레스와 같은 대형 플랫폼과 정부 기관에서 자행하고 있어 공신력까지 얻으면서 문제는 더욱 커지고 있다.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 바이두에서 운영하는 '바이두백과'에서는 김치·한복·탈춤·삼겹살·아리랑 등 한국 전통 문화를 모두 중국 기원 또는 중국 전통 문화라고 주장하고 있다. 심지어 시인 윤동주를 중국인이라고 소개했다가 뭇매를 맞고도 '조선족'이라고 교묘하게 속여 수정하는 일도 있었다.
이런 문제에 대해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한국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서 교수는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한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영업을 하고 있음에도 전통문화를 존중하지 않는 것은 기만행위나 다름없다"며 "아시아 문화의 중심이 한국으로 옮겨가면서, 중국이 한국 문화에 야욕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서 교수는 "이럴 때일수록 계속해 문제 제기를 함과 동시에 오히려 이를 역 이용해 한국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해결책을 제시했다.
123@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