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분 많겠지만…부양책 생각 없다”
금통위원 6명 중 4명, 추가 인상 열어둬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30일 물가 안정 시점이 빨라도 내년 말, 늦으면 2025년 초반까지 밀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경기 부양을 해야 하지 않느냐는 지적엔 부동산 가격만 올릴 수 있다고 밝혔다.
금리 인하 시점이 보다 늦어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셈이다. 실제로 금융통화위원 6명 중 2명은 기준 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도 열어둔 것으로 전해졌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30일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한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까지 수렴하는 기간을 내년 말이나 2025년 초반 정도로 예상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향후 긴축 기조와 관련해서도 "현실적으로 6개월보다 더 될 것이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고 말했다.그러면서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충분히 오래 긴축 기조를 가져가겠다는 뜻"이라며 "통화정책방향에서 '상당 기간' 등 오해가 있을 수 있는 표현을 없앴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한국은행은 물가안정이 첫 번째 목표"라며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올렸지만, 기준금리를 올릴지 현 수준을 오래 가져갈지는 여러 요인을 보고 판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은 서울의 한 은행 앞에 붙은 특례보금자리론 관련 현수막 [연합] |
경기 부양을 위한 금리 인하에도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이 총재는 "지금 상황에서는 섣불리 경기를 부양하다 보면 부동산 가격만 올릴 수 있고 중장기 문제가 더 될 수도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성장률 문제는 구조조정을 통해서 해결하려고 해야지 재정이나 통화정책으로 해결할 문제는 아니다"고 덧붙였다.
또 "재정정책을 통해 타깃해서 어려운 계층을 도와줘야 한다"며 "내년 어려운 분이 많겠지만, 이 단계에서 부양책을 할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금융통화위원들도 높은 수준의 금리를 당분간 유지해야 한다는 데 대체로 동의했다. 금융통화위원 6명 중 2명이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총재는 "물가 경로가 상향 조정되고 비용 상승 파급 효과의 지속성, 향후 국제 유가 움직임과 관련한 불확실성 등이 남아있다는 의견이었다"고 강조했다.
나머지 금통위원 2명 의견에 대해서는 "물가뿐 아니라 성장과 금융안정 등을 함께 고려할 때 기준금리를 현 수준으로 유지하는 게 적절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금통위원들은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준금리 동결을 의결했다. 이와 관련 이 총재는 "금통위원 6명 모두 오늘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그 수준을 충분히 장기간 유지하면서 물가 목표 수준으로 수렴하는지 지켜봐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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