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루카 그라치씨와 흑인 요리사들. [잔루카 그라치씨 페이스북 캡처]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이탈리아 시칠리아섬에서 피자집을 운영하는 남성이 가게의 흑인 요리사들을 향한 손님들의 인종차별적 발언을 폭로하면서 동시에 이들과의 돈독한 관계를 뽐내 화제다.

2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일간지 라 레푸블리카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시칠리아섬 아그리젠토 지역의 리카타에서 피자집 '라 푸아체리아'를 운영하는 잔루카 그라치씨는 흑인 피자올리(피자 전문 요리사) 2명을 고용한 뒤 일부 손님들로부터 모멸적인 말들을 들어왔다.

일부 손님은 카운터 뒤에서 검은 손으로 피자 도우를 만지는 이들 흑인 피자올리를 보고 발길을 돌렸고, 어떤 손님은 "더럽다는 건 아니지만 내가 먹는 음식에 그 손이 닿았다는 생각만 해도 속이 뒤집어진다"며 항의했다.

또 이들을 해고하지 않으면 다시는 방문하지 않겠다는 단골 손님에, 작은 마을에서 단골을 잃으면 망하니 흑인 요리사들이 눈에 띄지 않도록 주방 밖으로 못 나오게 하라고 조언하는 지인들도 있었다. 그라치씨 가게의 매출도 덩달아 뚝 떨어졌다.

그러나 그라치씨는 최근 페이스북에 보란듯 흑인 요리사 2명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면서 "나는 매우 재능 있고 열심히 일하는 두 젊은 피자 요리사와 헤어질 생각이 없다"며 우정을 과시했다.

그는 "2024년의 문턱에서 나는 여전히 무례한 말들을 들어야 한다"며 자신이 들은 손님들의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하나하나 폭로하고, "나는 오히려 당신들이 더 두렵고 역겹다"고 비판했다.

이어 "흑인이 백인과 무엇이 다른지 아느냐"며 물은 뒤 "그들은 배고픔을 겪어봤다. 그래서 배우고 일하고자 하는 열망이 있다. 그들은 예의 바르고 기꺼이 일할 의향이 있으며 적절한 급여를 주면 고마워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열심히 일하지도 않으면서 항상 더 많은 대가를 원하고 심지어 매상을 가로채는 백인들과는 다르다"고 꼬집었다.

한편 앞서 아그리젠토 지역의 또다른 레스토랑에서도 셰프가 세네갈 출신이라는 사실이 알려진 이후 손님이 급감했다는 소식이 이탈리아 언론을 통해 보도된 바 있다. 안사(ANSA) 통신은 이 셰프가 여러 요리 경연대회에서 수상한 실력자임에도 손님이 이탈한 것은 숨은 인종 차별 인식을 보여준 사례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