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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사가 몰래 환자들에 '이 주사' 놨다?"…A병원 의문사 진실 밝혀지나
[헤럴드DB]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서울의 한 요양병원에서 병원장이 2015년 결핵 환자 2명에게 '사형 약물'을 주사해 살해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그는 당시 메르스가 창궐하던 와중에 결핵 환자가 병원에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병원 운영이 어려워질까봐 범행했다는 것이 경찰의 잠정 결론이다. 반면 의사 측은 직접 증거가 없어 구속영장도 기각된 사안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20일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서울의 한 요양병원장 이모(45) 씨는 2015년 자신이 운영하던 요양병원에서 결핵에 걸린 80대 여성 환자와 60대 남성 환자에게 위험성이 높은 약물을 투약해 사망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사용한 약물은 염화칼륨(KCL)이었던 걸로 알려졌다. KCL은 일부 국가에서 사형 집행에 쓰이는 약물이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이 씨가 다른 간호사 등이 없는 상황에서 혼자 진료 및 처치하고 (약물을) 투여했는데 그로부터 10분 뒤에 환자들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무려 8년간이나 범행이 드러나지 않았던 것은 목격자 없이 혼자 범행한 것이었고, 게다가 의사에 의한 범행이라 유족 등 누구라도 이 씨를 의심할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경찰은 당시 병원 재정 상황이 어려웠던 이씨가 감염병인 결핵 환자가 입원해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부정적 평가를 받는 등 병원 운영에 차질이 빚어질 것을 우려해 범행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이 벌어진 2015년은 메르스가 유행할 때였다"며 "코로나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치사율이 높은 전염병이었기에 그런 분위기 속에서 감염병에 걸린 환자들을 그렇게 대우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사망한 결핵 환자 2명은 입원한 지 각각 2년 5개월, 3개월 됐을 때였고 내부에서 결핵에 걸린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또 추가 피해자는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

다만 이 씨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경찰은 지난 10일 이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14일 "피해자들의 직접 사인이 밝혀지지 않았고 행위 자체에 대한 직접 증거가 부족하다"며 기각했다. 공범으로 지목된 이 병원 행정직원 A(45)씨에 대해 살인 혐의로 청구된 구속영장도 기각됐다.

경찰은 보강 수사를 벌여 이씨에 대한 구속영장 재신청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초기 단계에서 병사로 처리돼 부검이 이뤄지지 않아 사인에 대한 정확한 판명 없이 장례가 진행됐고 사건이 벌어진 지 8년이나 지나 직접 증거가 없다는 약점이 있다"고 했다.

이어 "그럼에도 정황상으로는 충분하게 의심이 가는 상황"이라며 "의사가 고의로 살인했을 경우에는 (수사에) 애로점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 정황 증거만으로도 법원이 인정의 폭을 넓혀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또 "감염병에 걸렸다고 의사가 슬쩍 주사 놓고 쥐도 새도 모르게 비명횡사하면 얼마나 억울하겠나"라며 "유족도 모르는 환자만의 두려움이나 억울함이 심했을 것이기에 그런 부분을 풀어줘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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