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3분기 인니 자카르타지수 4.17% 상승
韓·中·대만·브라질 신흥국 증시와 대조
현지 최초 HTS·MTS도입 ‘혁신’ 인기몰이
IT팀 66명 근무, 투자자에 양질의 정보제공
“고(高)성장과 저(低)밸류에이션의 ‘원석’ 같은 시장.”
국내 한 증권사가 인도네시아 자본 시장을 한 마디로 설명한 말이다.
올해 3분기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지수(JCI)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금리 장기화 기조 등 비우호적 매크로 환경 속에서도 4.17%나 상승했다. 국내 코스피(-3.87%)를 비롯해 중국(상하이종합 -2.86%), 인도(NIFTY 2.34%), 대만(가권 -3.32%), 브라질(BOVESPA -1.29%) 등 주요 신흥국 증시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것이다.
인도네시아 증시 시가총액은 작년 기준 9499조루피아(약 798조원)로 코스피·코스닥 시총 합계 2080조원(2022년 12월 29일 기준)의 38.4% 수준이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 주식 투자 인구는 지난 2019년 110만명에서 2022년 440만명으로 4배 이상 늘어나며 급성장 중이라는 점을 증명했다.
빠른 성장에 대한 기대감으로 100개에 육박하는 증권사가 인도네시아 자본시장에서 영업 중이다. 국내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을 비롯해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 신한투자증권, 키움증권, 한화투자증권 등 7개사(社)가 진출해 활동 중이다.
치열한 경쟁으로 만만치 않은 경영 환경 속에서도 인도네시아 증시의 역사를 바꾼 것이 바로 미래에셋증권 인도네시아법인(이하 미래에셋 인니법인)이다. 2020년 사상 처음 단일 외국 증권사가 10.5%란 두 자릿수 점유율로 전체 1위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2021년 말엔 미래에셋 인니법인 자본금이 2조루피아(약 1682억원)로 현지 증권사 국내외 통합 1위 자리에도 올랐다. 이 중심에 지난 2019년 11월 취임한 심태용 미래에셋 인니법인장이 있다.
미래에셋 인니법인 성공의 근간엔 ‘혁신’이 있었다는 것이 심 법인장의 설명이다. 그는 “인도네시아 최초로 홈트레이딩시스템(HTS·도입 시기 2009년)과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2010년)을 도입한 증권사가 미래에셋”이라며 “현지 통신 인프라 수준을 고려해 한국에 공급되는 서비스의 10분의 1 수준으로 가볍게 출시한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현지 투자자들에 밀착해 분석한 결과 글로 쓴 보고서 등 투자 정보를 선호하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 파격적으로 ‘만화 리서치’ 자료를 발간함으로써 인기몰이에 성공한 것도 미래에셋표 혁신의 한 사례다. 심 법인장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거래대금이 급감하며 증권가가 전체적으로 패닉에 빠졌을 때 꺼내든 비장의 카드가 바로 ‘실전투자대회’”라며 “밀레니얼 세대의 투자 문화와 패턴 분석에 따른 시도로 인도네시아 투자자 10명 중 1명은 미래에셋증권을 사용한다는 ‘점유율 1위’ 기록을 만들 수 있었다”고 했다.
금융 부문에서 디지털 전환(DT)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며, 가장 앞서 디지털 전환에 성공하는 기업이 인도네시아 시장을 석권할 것이란 게 심 법인장의 믿음이다. 그는 “올 1월 기준 인터넷 보급률이 77%(이용자 2억1290만명), 스마트폰 보급률도 128%(3억5380만명) 수준”이라며 “이미 디지털 금융이 자리 잡고 뻗어나갈 수 있을 정도로 성숙된 시장”이라고 강조했다.
미래에셋 인니법인은 디지털 금융으로 완전 이행에 앞서 많은 인도네시아인들이 금융·자본 시장 그 자체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않다는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진행 중이다. 심 법인장은 “작년 기준 금융산업 문해도는 49.7%로 절반에 그쳤고, 자본시장 문해도는 4.1%로 현저히 낮았다”며 “소셜미디어(SNS) 유튜브 등 디지털 채널을 활용한 온·오프라인 금융 교육에 힘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 같은 환경에 대비해 미래에셋 인니법인에는 전체 직원의 10%가 넘는 66명의 IT 전문 인력이 근무 중이다. 인도네시아 증권업계에서 가장 큰 IT 팀을 운영 중이라는 것이 심 법인장의 자신감 섞인 주장이다. 그는 “인도네시아 금융업계에선 유일하게 자체 스튜디오를 보유하며 디지털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며 “투자자에게 양질의 정보를 빠르게 제공함으로써 충성 고객 확보에 나서는 것”이라고 했다.
미래에셋 인니법인은 작년에만 9개의 기업공개(IPO)를 주관했다. 인도네시아 내 해외 증권사 중 가장 많은 IPO를 주관한 셈이다. 심 법인장은 “연간 5~8개에 이르는 IPO를 주관 중”이라며 “가장 최근에 성공적으로 치러낸 IPO는 올해 초 니켈 광산업체 ‘힐콘(PT Hilcon Tbk)’”이다. 470억원 규모의 신주 공모에 현지 대형 운용사와 기관, 개인들이 참여했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시장에 성공적으로 투자하려는 기업이라면 인도네시아의 역사, 문화, 사회, 관습 등에 대한 종합적인 분석을 토대로 사업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것이 현지 진출 선배로서 심 법인장의 조언이다.
그는 “‘세계 4위(약 2억8000만명)’ 수준의 많은 인구로 내수 시장이 거대하고 각종 천연자원이 풍부하게 매장돼 있지만, 이를 양적(Q) 측면에서만 집중하면 시장을 선도하는 것을 불가능하다“면서 ”미래에셋 인니법인은 앞으로도 인도네시아 산업 내에서도 혁신 성장이 가능한 부문에 대한 투자를 통해 가격(P)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분야를 더 많이 찾아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동윤 기자
realbighead@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