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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가 2대주주 된 넥슨…국영기업 위기 셀트리온 [이슈&뷰]
故김정주 유족 상속세율 60%
세금 부담에 지분 29.3% 물납
서정진 회장 “내가 떠나면” 한숨
넥슨 판교 본사 [넥슨 제공]

“내가 떠나고 나면, 상속세 때문에 어차피 셀트리온은 국영기업이 될 것이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최근 주주총회에서 밝힌 심경이다. 천문학적인 상속세 때문에 경영권 승계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토로다. 6조~7조원에 달하는 상속세 재원을 마련할 방도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셀트리온 주식을 정부에 물납할수 밖에 없어, 경영권을 자녀에게 승계해 주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세계적 기업이 상속세 때문에 정부 소유가 되는 일이 현실화될 상황이다.

고(故) 김정주 넥슨 창업자 유족은 상속세를 낼 수 없어 정부에 지분을 물납한 상태다. 그 규모가 6조원(넥슨 지주사 NXC 지분 29.3%)에 이른다. 정부가 국내 최대 게임업체 2대주주로 등극하는 비상식적인 상황이 벌어졌다. “국가가 기업을 상속받는다”는 우스갯소리를 더는 가볍게 들을 수 없는 상황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고(故) 김정주 유족이 물납한 NXC 지분 29.3%를 내달 말 공개 매각한다. 워낙 규모가 커, 국내에서는 인수 주체를 찾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외국 기업 및 해외 투기 자본의 인수 가능성이 점쳐진다. 높은 상속세율 때문에 기업이 매각설에 흔들리는 것도 모자라 외국 자본이 국내 대표 기업의 주요 주주 자리를 꿰차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 창업자가 남긴 유산은 약 10조원이다. 유족에게 매겨진 상속세율은 60%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최고 60%·최대주주 할증 적용 시)의 상속세를 부과하고 있다. 미국·영국(40%)은 물론 심지어 상속세가 높다는 일본(55%)보다도 더 높다. OECD 37개국 중 스웨덴, 노르웨이, 캐나다 등 15국은 상속세가 아예 없다.

서정진 회장도 셀트리온 그룹 합병 발표 자리에서 상속 관련 “상속·증여세로 못해도 6~7조원은 내야 할 것이기에 승계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서 회장의 건강에 문제가 생길 경우 셀트리온을 국가에 헌납해야 하는 상황이다.

삼성 일가는 2020년 이건희 회장이 별세한 뒤 12조원의 상속세를 부과받고, 5년에 걸쳐 세금을 분납하고 있다. 최근엔 삼성전자 등 계열사 주식 2조6000억원어치를 처분한다고 공시했다. 높은 상속세율로 유능한 기업이 한국에서 기업 존속이 어렵고, 해외로 내몰린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최근 글로벌리서치와 공동으로 실시한 ‘상속세제에 대한 3040 최고경영자(CEO) 인식조사’에 따르면 상속세 때문에 “자녀에게 승계를 하지 못한다”는 답변이 68.6%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전체 140명 응답자의 85%는 “상속세의 폐지 또는 최고세율 인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상속세 논란이 이어지자 추경호 경제부총리도 “상속세 체제를 한 번 건드릴 때가 됐다”고 밝혔다.

추 부총리는 지난 10일 국회에서 “우리나라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상속세가 제일 높은 국가”라며 “(상속세를) 낮춰야 되는데, 우리는 이 문제를 꺼내면 여전히 거부감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상속세가 이중과세 문제 등이 많은데, 국민 정서 한쪽에는 부의 대물림 등에 대한 저항이 많다” 고 말했다.

김상수 기자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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