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로스앤젤레스 월마트에서 고객들이 쇼핑카트를 끌며 물건을 고르고 있다. [로이터] |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미국인들의 신용카드 대출이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신용카드 대출금 연체율도 약 12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미 경제의 견조한 성장을 견인해 온 소비 지출에 냉각 기류가 짙어지고 있다.
7일(현지시간)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의 3분기 가계부채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신용카드 대출은 직전분기 대비 480억달러 증가한 1조800억달러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로는 1540억달러 증가한 것으로, 1999년 뉴욕 연은이 관련 통계를 발표한 이래 가장 오름폭을 보였다.
CNN은 “신용카드 잔액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면서 “미국인들이 기록적 신용카드 잔액을 쌓아두고 있다”고 전했다.
신용카드 연체 비율도 전반적으로 상승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분기 기준 30일 이상 연체 비율은 8.01%로 지난 2011년 이후 12년만에 가장 높았다. 또한 이보다 심각한 90일 이상 연체 비율은 5.78%로, 전년 같은 기간 3.69%에서 2%포인트 넘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나 18~29세, 30~39세의 젊은층에서 연체 신용카드 대출 증가가 뚜렷했다. 밀레니얼 세대의 연체율은 2019년 6%에서 9%를 웃도는 수준까지 증가했다. 이와 관련 뉴욕 연은은 “이들은 학자금 대출이나 자동차 대출을 안고 있어, 학자금 상환 재개와 자동차 가격 상승으로 인한 체납에 빠지기 쉽다”면서 “또한 월세 가격 급등이 더욱 부담을 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신용카드 대출 증가는 지난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기간동안 쌓은 저축들이 고갈되고 있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잉여저축이 바닥하면서 신용카드로 소비를 하는 미국인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닛케이는 “미국은 잉여저축을 바탕으로 보복 소비가 과열되면서 견조한 개인 소비를 이어왔다”면서 “하지만 이면에는 젊은층을 중심으로 저축이 줄면서 카드 소비를 늘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테드 로스먼 뱅크레이트 수석 분석가는 “자동차 가격이 치솟으면서 자동차 대출 연체가 금융 위기 때보다 심각한 수준”이라면서 “미국인들의 주머니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 것 같다”고 밝혔다.
고금리·고물가로 인한 가계의 소비 여력이 줄어들면서, 미국 경제의 70%를 지탱해 온 소비지출 역시 둔화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애틀란타 연은의 GDP 나우에 따르면 오는 4분기 국내총생산(GDP) 추정치는 2.1%로, 3분기 기록한 4.9%보다 크게 낮다.
존 그린 디스커버파이낸셜서비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노동시장이 비교적 견조한 반면 코로나19로 인한 잉여저축 감소와 채무 증가로 소비자들이 역풍을 맞고 있으며, 신용이 낮은 층에서 부담이 늘고 있다”면서 “카드의 체납과 부실은 2024년 중후반에 걸쳐 정점을 맞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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