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IS 가계동향조사 추출·분석,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 이자비용 22.1만원
전 종사상 지위 통틀어 이자 부담 가장 커…증가세 상용근로자의 4배 이상
고물가로 소비 감소하는데…오를대로 오른 최저임금에다 고금리 부담까지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의 이자비용이 1분기만에 31.8%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용근로자 등 모든 종사상 지위를 통틀어 가장 거센 증가세다. 고금리 여파가 유독 자영업 사장들에게 가혹하게 영향을 미친 셈이다. 앞으로도 당분간 고물가·고금리 상황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나온다.
6일 통계청 마이크로데이터 통합서비스(MDIS)로 가계동향조사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의 이자비용은 2분기 22만1000원을 기록했다. 1분기 16만8000원에서 5만3000원이 늘어났다. 두번째로 이자비용이 많이 증가한 계층도 자영업자였다.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나홀로 사장)’의 이자비용은 10만9000원에서 12만4000원으로 1만5000원(13.7%) 불어났다.
다른 지위와 비교하면 이자비용 증가세가 어느 정도로 빠른지 가늠할 수 있다. 세번째로 이자비용이 많이 늘어난 지위는 상용근로자였는데 7.1%에 불과했다.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와 비교하면 1/4 수준이 채 되지 않는다. 상용근로자 이자비용은 1분기 16만9000원에서 2분기 18만1000원으로 1만2000원 증가했다. 1분기엔 이자비용 부담 수준이 모든 종사자 지위를 통틀어 가장 컸었는데, 이젠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와 비교해 4만원 가량 낮다.
나머지 지위는 이자비용이 오히려 줄었다. 일용근로자는 6만7000원에서 5만7000원으로 1만원 줄었다. 14.7% 감소다. 기타종사자는 13만2000원에서 11만5000원으로 1만7000원(-12.8%), 임시근로자는 6만4000원에서 6만1000원으로 3000원(-4.9%) 줄었다.
고금리가 계속되자 대부분이 빚을 줄여 나간 반면, 자영업자 계층은 오히려 빚을 늘렸다는 얘기다. 특히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고용을 일부 유지하면서 버텨야 하기 때문에 부채를 줄이기 더 어려웠던 것으로 분석된다. ‘빚내서 알바비 준다’는 말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앞서 최저임금이 급격하게 인상되면서 인건비 부담은 이미 오를 만큼 오른 상태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시급 9860원, 월급(209시간 기준) 206만740원으로 결정됐다. 올해(시급 9620원·월급 201만580원)보다 2.5% 높다.
소비가 호전돼 매출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소매 판매는 음식료품과 화장품 등에서 판매가 늘어 전월보다 0.2% 늘었다. 7월(-3.2%)과 8월(-0.3%) 두 달 연속으로 감소하다가 3개월 만에 증가 전환했지만, 기저효과를 상쇄했다고 보기 어렵다. 서비스업 생산도 전월 대비 0.4% 소폭 증가하는데 그쳤다.
물가가 상승하면서 내수 활력을 더 짓누를 수도 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식료품·비주류음료 물가 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1% 상승했다. 외식 등 음식서비스 물가는 더 거세게 늘고 있다. 음식서비스 물가는 지난해 동기보다 6.4% 증가했다.
자영업자가 망하기 시작하면 채권 부실이 도미노처럼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소상공인을 지탱하기 위해 정부가 막대한 금융을 지원했기 때문이다.
하나은행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2024년 금융 산업 전망’ 보고서에서 “자영업자 대출 부실 방지를 위한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비은행업권은 자영업자 대출 등의 비중이 높아 더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이를 인지하고 대응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날 6개 금융업권협회 회장단 및 한국거래소 이사장과 만나 “국가경제의 허리를 지탱하는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어려움을 줄여줄 수 있는 ‘특단의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정부와 금융권이 합심해 좀 더 체감 가능한 지원책 마련에 지혜를 모아나가자”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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