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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행권, ‘종노릇’ 지적에 역대급 ‘돈보따리’
尹대통령 ‘갑질·독과점’ 비판에
금융지주, 상생금융 경쟁 분주
당국, 금융지주회장 만나 점검

대통령까지 나서 고금리에 따른 민생경제 악화의 주범으로 은행권을 지적하고 나서자 주요 금융지주사들이 잇달아 각종 상생금융 대책을 마련하고 나섰다. 지난달 30일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의 종노릇을 하는 것 같다”는 소상공인들의 불만을 전한 이후 6일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나서 금융권의 사회적 책임을 주문하면서 금융권이 분주해진 것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소상공인·자영업자 등의 고금리 부담 완화를 위해 금융권이 사회적 책임을 다해줄 것과 높은 수준의 가계부채를 적정한 수준으로 관리하기 위해 같이 노력해달라”고 주문했다. 정부가 제공하는 맞춤형 정책자금 지원, 저금리 전환, 채무조정 등 뿐 아니라 금융사 자체적으로 ‘체감가능한’ 지원책을 마련해달라는 얘기다. 금융당국은 이와 관련 오는 16일 주요 금융지주 회장을 직접 만나, 윤 대통령 지적 사항에 대한 보완책을 점검할 계획이다.

▶하나은행, 1000억원 금융지원...금융지주사 상생금융 확대 돌입=사회적 책임 강화 주문에 가장 먼저 발빠르게 움직인 곳은 하나은행이다. 하나은행은 지난 3일 ‘소상공인 금융지원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소상공인·자영업자 30만명에 총 1000억원 규모의 금융지원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여기에는 약 11만명에 대해 665억원 규모의 ‘이자 캐시백’을 제공하고, 취약 자영업자에 300억원 규모의 에너지 생활비를 지원하는 방안 등이 포함됐다.

아울러 이날 이승열 하나은행장은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이사, 이호성 하나카드 대표이사 등 하나금융그룹 임직원들과 함께 서울시 종로구 소재 광장시장을 찾아 소상공인들이 체감하는 애로사항을 직접 듣고 실질적인 도움을 약속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하나은행은 12월부터 상생 방안을 차례대로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다른 주요 은행도 이와 같은 소상공인 지원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이날 오전 전 그룹사 대표를 긴급 소집해 상생금융 현황을 점검하고 신속한 정책 실행을 주문했다. 이에 우리은행은 상생금융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해 대환 대출 등의 공급을 확대할 예정이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계열사별 실효성을 면밀히 검토한 후 상생 방안을 공동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른 금융지주들도 상생금융 방안을 논의해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지방 금융지주인 BNK금융그룹과 대구은행도 본격적인 방안 마련에 들어갔다.

▶연일 이어진 대통령의 ‘은행 때리기’...금융당국도 직접 나섰다=이같은 움직임은 최근 윤 대통령이 은행의 독과점 및 이자장사 문제에 대해 직접적인 비판 발언을 지속한 영향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고금리로 어려운 소상공인들이 죽도록 일해서 번 돈을 고스란히 대출 원리금 상환에 갖다 바치는 현실에 ‘마치 은행의 종노릇을 하는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며 은행의 ‘이자장사’를 지적했다.

은행권을 향한 쓴소리는 연일 이어졌다. 윤 대통령은 이달 1일 21차 비상민생경제회의에 참석해 “우리나라 은행들은 일종의 독과점이기 때문에 갑질을 많이 한다”며 “기업 대출에 비해 가계대출이나 소상공인 대출이 더 부도율이 낮고 대출채권이 안정적인데 이런 자세로 영업해서 되겠나. 체질을 바꿔야 한다”며 영업행태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금융당국도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일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금융권의 수신 경쟁 심화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이자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며 “수신금리 등 과당 경쟁 지표를 모니터링하고, 필요시 경영진 면담 등을 통해 건전한 경영을 유도하겠다”고 강조했다.

6일에는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금융사 자체 지원책 마련을 독려했다.

금융당국은 16일에는 주요 금융지주 회장들과 만나 상생금융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이날 각 금융지주 회장들은 별도의 상생금융 방안을 마련해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발언을 토대로, 소상공인 등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한 상생금융 방안과 실효성에 대한 얘기가 오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 발언에 대출금리도 ‘오락가락’...‘관치’ 비판도 계속=대통령과 금융당국 수장들의 발언을 필두로 한 ‘은행 때리기’가 실제 영업행위에도 영향을 주면서, 정부가 시장에 과도하게 개입한다는 비판도 뒤따르고 있다. 지난해 고금리를 틈타 ‘역대급’ 실적을 거둔 은행들을 대상으로 ‘이자장사’ 논란은 가중됐다. 이에 올 2월 윤 대통령은 “은행의 돈잔치로 국민들의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독과점 체제 및 금리산정 체계 등 은행 수익성과 관련된 개선 방안을 내놓았다. 금리 조정 압박도 계속됐다. 올 초 이 원장은 시중은행 현장 방문을 통해 은행권의 가계대출 금리 인하 및 상생금융 확대를 강조한 바 있다. 최근에는 가계대출 부채 확산 방지를 위해 은행권에 대해 되레 가계대출 금리 인상을 유도하기도 했다.

은행권의 불만도 거세진다. 지난 1일과 2일 금융산업노동조합은 연이어 성명을 발표하며 정부의 ‘은행 때리기’에 반발했다. 박홍배 금융노조위원장은 “일관성 없는 정부의 개입으로 인한 잠재적인 손실은 은행 문턱을 높여 취약계층에 피해를 전가하고 있다”며 “끊임없이 반복되는 정부의 금리 조정 압박과 ‘돈장사’ 비난을 참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김광우·서정은 기자

w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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