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일본 경쟁 당국 승인 여부는 불투명
아시아나 노조 반발…"고용 안정 무너져"
인천국제공항 활주로 아시아나, 대한항공 항공기 모습. [뉴시스] |
[헤럴드경제=서재근 기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 절차가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 부문 매각 결정으로 급한 불을 끄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미국과 일본 경쟁 당국의 승인부터 아시아나항공의 노조 반발까지 해결해야 할 과제는 남아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이날 오전 이사회를 열고 대한항공이 유럽연합(EU) 경쟁 당국인 EU 집행위원회(EC)에 제출할 시정조치안에 포함될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분리 매각안’을 원안대로 가결 처리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합병 불가’라는 최악의 시나리오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두 항공사 간 기업결합이 성사되기 위해서는 아시아나항공 이사회에서의 안건 통과가 절실했기 때문이다.
EC는 앞서 지난 5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 시 유럽과 한국을 오가는 화물 운송 서비스 경쟁이 위축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중간심사보고서(SO)를 배포했다. 프랑크푸르트와 파리, 로마, 바르셀로나 여객 노선은 물론 한국과 유럽을 오가는 화물 노선에서 대한항공의 독점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었다.
서울 강서구 아시아나항공 본사. [뉴시스] |
그러면서 이를 해결할 방안이 담긴 시정안을 10월 31일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사실상 합병승인을 위한 전제로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매각’을 제시한 것이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 이사회의 동의 없이는 기업 결합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업계는 이번 화물사업 매각안 가결로 EU로부터 조건부 승인을 무난하게 받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러나 합병 성사까지는 산 넘어 산이다. 미국과 일본 경쟁 당국의 승인 여부가 첫 번째다. 지난 2020년 11월 합병 발표 이후 양사 기업 결합 심사는 현재 11개 국가에서 문턱을 넘은 상태다. 중국과 호주, 영국 등은 시장 점유율을 낮추는 조건으로 합병을 승인했다. 그러나 여전히 미국과 일본은 여객과 화물 분야의 경쟁 제한 등을 이유로 승인을 미루고 있다.
지난 5월에는 미국 법무부가 합병을 막기 위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현지 언론 보도까지 나왔다. 당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독과점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직접 미국으로 건너가 미 법무부 차관 등과 의견을 교환하기도 했다.
대한항공이 앞서 런던 히스로 공항의 7개 슬롯을 영국 항공사 버진애틀랜틱에 넘겨주는 등 조건부로 심사를 통과한 것과 마찬가지로 미국과 일본 주요 노선의 여객·화물 일부 노선을 경쟁사에 넘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소속 조합원들이 지난달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아시아나항공 슬롯 반납 및 화물사업 분리 매각 규탄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뉴시스] |
안으로는 아시아나항공 노조의 반발이 거세다. 알짜배기 사업 매각에 따른 아시아나항공 경쟁력 저하와 대규모 인력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노조 측의 주장이다. 노조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명분도 실리도 국익도 없는 합병을 막을 기회를 놓쳤다”며 이사회의 화물사업부 매각 결정을 강하게 비판했다.
노조는 이어 “이번 결정으로 EU, 미국, 일본에서의 거래 종결까지 아시아나항공의 경쟁력과 가치는 계속해서 떨어질 것”이라며 “합병의 문제점에 대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아시아나항공 노조가 속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도 이날 입장문을 통해 “대한항공 독점강화 아시아나항공 해체로 가는 길이 열렸다”며 “가장 큰 문제는 중요한 전제조건인 고용 안정이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부문 매각과 관련해 고용승계 및 유지를 조건으로 매각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완전한 진화까지는 진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공공운수노조는 “주요 노선 슬롯이 반납되는 상황에서 누가 구조조정, 인력감축 불안에 떨지 않을 수 있나”며 “시정조치안, 통합계획서(PMI) 공개를 거부하며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는 대한항공이 아무리 인위적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해도 믿을 수 있겠나”라며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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