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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권은 죄가 없다”…이태원·신림에 이어지는 발길들
“상권 살리기 위해 일부러 찾았다”
참사·흉기 난동 있었던 이태원·신림
일부 낙인효과 효과도 여전
이태원 세계음식문화거리 모습. 박지영 기자.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범죄는 강남에서도 일어나고 다 일어나는 것 아니에요? 이미지 안 좋은 건 알고 있지만, 상권이 죽는 게 안타까워서 일부러 이 골목에 닭갈비를 먹으러 왔어요.” (신림동 먹자골목에 방문한 60대 김모 씨)

이태원 참사‧신림동 흉기난동이 있었던 지역을 방문하는 시민들의 발길은 늘어나고 있다. 부정적인 이미지가 찍혀 낙인효과로 침체됐던 상권이 조금씩 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사고가 있었던 상권의 낙인효과를 지우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25일 신림동을 찾은 50대 탁모 씨는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문제지 상권은 죄가 없지 않느냐”며 “상권이 죽는 게 안타깝다”고 했다. 30대 이태원에서 만난 20대 A씨 또한 “이태원 참사는 가슴이 아프지만, 그래도 이태원을 안 올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신림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이기홍(44) 씨는 “사건이 있었던 곳이지만 신림은 13동까지, 동이 가장 많은 지역”이라며 “대학교가 종강하면 또 친구들이랑 놀러 올 거라는 기대감이 있어 12월이 되면 정상궤도로 돌아오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했다. 신림동에서 매장을 운영하는 B(32) 씨는 “사건 이후 신림을 찾아오는 사람들이 줄었다가 최근에는 평상시랑 비슷하게 회복하고 있다”고 했다.

신림동 먹자골목 모습. 박지영 기자.

다만 아직 사고가 난 지역이 꺼려진다는 시민도 있다. 참사가 나기 전 이태원을 자주 방문했다는 오모(27) 씨는 “전에는 외국인과 펍이 많은 번화가였다면 지금은 좀 찝찝한 사고가 있었던 곳이란 이미지가 있다”며 “이번 핼러윈에는 홍대로 가거나 친구들끼리 파티를 할 것 같다”고 했다. 조모(26) 씨 또한 “원래 이태원을 엄청 좋아했는데 1년 365일 핼러윈 같다는 인식이 지워지지 않는다”고 했다. 일종의 낙인효과가 생긴 셈이다.

이런 낙인효과를 상인들도 느끼고 있다. 이태원 고깃집 아르바이트생은 “참사가 있었던 동네라는 인식이 아직 여파를 미치고 있다”며 “새롭게 가게들이 들어서고 있는 분위기라 상권 살리기 운동도 필요한 것 같다”고 했다. 자영업자 C(29) 씨는 “참사 이후 여기 상인들이 다 고생했다”며 “관리를 제대로 했으면 참사가 일어나지 않았을텐데,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게 경찰도 구청도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난동이 벌어진 신림동 골목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이모(50) 씨는 “오랜만에 오신 손님들도 ‘여기 사건 일어난 곳 아니냐’고 얘기를 한다”며 “오히려 장사가 잘 되면 그 사건을 잊어버릴 수 있을 것 같은데, 장사가 안 되니까 잊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긍정적인 경험으로 낙인효과를 씻어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이태원에 대한 낙인효과가 주홍글씨처럼, 굉장히 오래 남아있을 수 있다”며 “상인들은 잘못한게 없는데, 상권 전체가 죽어버리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며 낙인 효과를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참사를 잊지 않는 것도 당연히 중요하지만 꼭 지역을 기피하는 방식으로 하지 않아도 된다”며 “이태원이라는 지역이 안전하다는 걸 보여 주는 등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아무래도 단순한 사건 사고가 아니라 안전이나 생명의 위협이 있었던 상황이기 때문에 부정적인 이미지로 각인됐다고 볼 수 있다”며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서는 긍정적인 사건을 3~5번 정도 경험해야 한다. 사고가 난 지역이 안전한 곳이라는 걸 보여주거나 방문한 것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하는 프로모션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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