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사망자 6000명 넘어…‘국제인도법 준수’ 의견 일치
이스라엘과 수교 추진 중이던 사우디 “장기적으로 생각”
尹, 하마스-서방국 ‘중재役’ 카타르와도 정세 논의할 듯
사우디아라비아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과 모하메드 빈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왕세자 겸 총리가 22일(현지시간) 리야드 야마마궁에서 열린 한·사우디 협정 및 MOU 서명·교환식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리야드)=최은지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모하메드 빈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는 22일(현지시간) 정상회담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무력 충돌 사태와 관련해 “인도적 상황 악화 막아야 한다”고 공감대를 형성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은 이날 오후 리야드 프레스센터에서 “이번 회담에서 윤 대통령은 모하메드 왕세자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무력 충돌 사태를 둘러싼 국제정치와 경제의 역학관계에 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지난 7일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무력 충돌 사태가 발생한 지 보름이 지난 현재 양측 간 충돌이 격화되는 가운데 윤 대통령의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 국빈 방문 일정이 강행되면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중동 정세와 관련된 논의가 주요 의제로 예상됐다.
앞서 모하메드 왕세자는 지난 10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인 마흐무드 압바스와 전화통화에서 “우리는 팔레스타인의 편에 서 있으며 분쟁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사우디아라비아가 팔레스타인을 지지한 것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모하메드 왕세자가 ‘하마스’가 아닌 ‘팔레스타인’이라고 언급한 점을 고려할 때 메시지에 수위를 조절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당시 모하메드 왕세자는 역내 긴장 확대 예방을 위한 노력을 설명하고 “민간인을 겨냥한 공격을 중단하고 국제인도법을 준수해야 한다”고 밝혔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사우디가) 현재 분쟁 중에 특정 편을 일방적으로 드는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과 모하메드 왕세자는 민간인 사망자가 급증하는 등 인도적 상황이 악화되는 것을 막고, 당사자들이 국제인도법을 준수하며 민간인 보호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점에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풀이된다. 22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팔레스타인 사망자는 4651명, 이스라엘 사망자는 약 1400명으로 양측 사망자가 6000명을 넘어선 것으로 파악된다.
윤 대통령은 모하메드 왕세자에게 “대한민국의 역내 안정과 평화 회복을 위해 필요한 역할과 기여를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앞서 우리 정부는 무력충돌 사태가 조속히 종식되고 인명피해를 멈추기 위해 국제사회와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유엔 등 국제기구를 통해 200만 달러 규모의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사우디 측은 이러한 우리 입장을 이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가에서는 이스라엘과 주변국의 수교를 중재해 중국을 견제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으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사우디와 이스라엘 수교를 주도해 왔지만, 이번 무력 충돌로 중단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다만 대통령실 관계자는 “(사우디가) 이스라엘과 수교 문제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논의를) 접지 않고 장기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면 “중동 지역의 안정이 이뤄져야만 유가가 안정되고, 세계 경제안보가 다시 국면에 들어서면서 사우디가 우리나라와 원전협력이나 기타 전략적 협력을 가속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최근 다각적인 네트워크로 하마스와 서방 국가 간 ‘중재역’으로 부상한 카타르에서도 중동 정세와 관련해 논의를 할 전망이다. 윤 대통령을 수행하고 있는 박진 외교부 장관은 출국 전 파이살 빈 파르한 알사우드 사우디 외교장관과 모하메드 빈 압둘라흐만 알 사니 카타르 총리 겸 외교장관과 전화 통화를 하고 윤 대통령의 성공적인 순방과 중동 상황에 대해 긴밀하게 논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