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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 “일주일 동안 약 먹었는데 효과는커녕 더 심해졌어요.”
감기약에 들어가는 코막힘을 완화해주는 성분이 효과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국내에서는 이 성분이 들어간 제품만 100개가 넘는다. 미국에서는 이 성분이 들어간 약이 한 해 2억개 이상 팔리고 있다. 미국 대형 약국체인은 발 빠르게 이 성분이 들어간 약 판매를 중단했다. 국내에서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해당 성분 약에 대한 조치를 검토 중이다.
‘페닐에프린(페닐레프린염산염)’은 코가 막혔을 때 이를 완화하기 위해 쓰는 약물이다. ‘비강충혈완화제’라고 하는데 코점막 내 부은 혈관을 수축해 부종과 충혈을 완화하는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우리가 흔히 접하는 감기약 상당수에 이 성분이 들어 있다. 식약처에 페닐에프린 성분이 포함된 일반의약품을 검색하면 110여개가 나온다.
약국에서 판매 중인 감기약에 들어간 페닐에프린 성분. [독자 제공] |
이 성분 약에 대한 우려는 지난달 미 식품의약국(FDA) 자문위원회 회의에서 나왔다. 자문위원회는 페닐에프린 단일 성분의 약을 복용하더라도 비강충혈 완화 효과가 없다는 결론을 만장일치로 내렸다. 물론 자문위원회의 결정을 FDA가 그대로 따를 필요는 없다. 그럼에도 자문위원회가 해당 성분이 약효가 없다는 의견을 만장일치로 결론낸 만큼 FDA가 이 성분을 판매 금지시킬 가능성은 충분하다.
그리고 지난 19일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약국체인 CVS가 페닐에프린이 단일 성분으로 포함된 경구용 제품의 판매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미국에서는 페닐에프린 성분이 들어간 약이 지난해 2억4200만개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약국과 마트에서 판매된 페닐에프린 성분 약의 지난해 매출은 17억6000만달러(2조3000억원)에 이른다.
많은 감기약에 들어가는 성분인 만큼 만약 국내에서도 판매 중단 조치가 이뤄진다면 감기약 품절 사태까지 벌어질 수 있다. 더구나 지금은 일교차가 큰 환절기여서 감기환자가 늘고 있다.
주부 A씨는 “9세, 7세 두 아이가 모두 감기에 걸려 지난주 감기약을 샀다”며 “들어간 성분을 보니 해열제 성분인 아세트아미노펜과 콧물을 멈추게 한다는 페닐에프린 성분이 들어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 한 약국에서 시민이 상담하고 있다. [연합] |
실제 약국에서 감기약을 달라고 하면 페닐에프린 성분이 든 감기약을 주는 곳이 많다.
서울 시내 한 약국의 B약사는 “일반적인 종합감기약에는 해열진통제인 아세트아미노펜과 비충혈제거제인 페닐에프린이 들어간 제품이 많다”며 “일반감기 증상 중 가장 흔한 것이 발열과 코막힘 등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식약처는 아직은 이 페닐에프린 성분 감기약에 대한 특별한 조치는 하지 않고 있다. 미국과 달리 국내에서는 페닐에프린 단일 성분 의약품은 유통되지 않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미 FDA 일반의약품 자문위원회의 결론은 최종 행정 조치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고 법적 구속력은 없다”며 “식약처도 해당 성분 의약품의 국내 사용 경험자료를 토대로 전문가 논의 등 종합적인 검토를 거쳐 향후 조치방안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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