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어린이들이 14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라파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파괴된 이웃 주민의 건물을 바라보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충돌 9일째인 15일 양측 사망자는 4천명을 넘어섰다. [연합] |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에 맞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지상군을 투입할 가능성이 이어지는 가운데, 하마스의 '최후방어선'이 될 수 있는 대형 지하터널이 주목 받고 있다.
15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 등에 따르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는 이스라엘 공격 내지 인근 이집트에서의 물품 밀수 등을 목적으로 쓰이는 여러 지하터널이 있다.
이스라엘군은 이와 별개로 하마스가 뚫은 또 다른 지하 터널 네트워크인 이른바 '가자 메트로'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이스라엘군의 드론(무인기)와 정찰기 등 감시를 피해 최고 깊이 수km의 거대한 지하 미로를 뚫었다는 것이다. 이를 인원·물자 운반, 이스라엘을 공격할 로켓 등 무기와 지휘통제시설 등을 갖추는 데도 써왔다는 것이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공습이 계속되는 가운데 15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라파에서 한 구조대원이 가스통을 옮기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대규모 군사 작전을 예고하며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이날 오후 1시(한국시간 오후 7시)까지 대피하라고 통보했다. [연합] |
지난 2021년 하마스는 2021년 이 터널의 총길이가 500km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이 말이 맞다면 총연장 350km 서울 지하철의 1.5배 규모다.
하마스는 중장비 없이 기본 자재만으로 이런 터널을 뚫었을 것으로 보인다. 하마스가 가자지구를 장악한 2007년 이후부터 이스라엘은 이곳을 줄곧 봉쇄해왔기 때문이다.
전력상 압도적 우위에 있는 이스라엘군을 상대하려면 게릴라전 같은 비대칭 전술에 의지할 수 없는 하마스 입장에서 이런 터널은 매우 매력적인 도구일 것이라고 CNN은 설명했다.
16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 국방부 바깥의 벽면에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에 납치된 이스라엘 인질들의 사진이 붙어 있는 가운데 한 남성이 벽면을 지나치고 있다. 이날 이스라엘군은 하마스에 끌려간 인질 수가 기존 155명보다 많은 199명이라고 밝혔다. [연합] |
하마스의 지하터널이 '공략 불가'의 요새로도 평가받는 이유는 이 시설이 세계에서 가장 인구 밀도가 높은 지역 중 한 곳의 지하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CNN은 가자지구 중심도시인 가자시티와 주변 지역에 거의 200만명에 가까운 주민이 몰려 살고 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라이히만 대학의 지하전술 전문가 대프니 리셰몽-바라크 교수는 "터널을 상대하는 건 늘 어렵다"며 "어떤 상황에서든 그렇지만, 도시 구역이라면 모든 게 더 복잡해진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1500여명의 사망자를 낸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무고한 민간인이 거주하는 가자시티의 건물과 주택 아래 터널에 숨었다"며 가자 주민들이 사실상 '인간 방패'로 쓰인다고 규탄했다.
이스라엘이 이번에 지상전을 투입할 경우 가자지구 일대의 지하터널부터 파괴하려고 시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리셰몽-바리크 교수는 이 일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항공기를 동원한 폭격이 가장 효율적이지만 하마스가 이스라엘에서 납치해 억류 중인 인질이 199명에 이르는 탓이 이를 선뜻 택하기가 어렵고, 매복과 부비트랩 등 위험으로 병력을 내부로 투입하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한편 이런 가운데 하마스는 이스라엘 텔아비브와 예루살렘에 미사일 포격을 가했다고 AFP·로이터통신,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 외신들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하마스의 군사 조직 알 카삼 여단은 성명을 내 "우리는 오늘 텔아비브와 예루살렘에 미사일 공격을 가했다"며 "이스라엘의 민간인 표적 공격에 대한 대응"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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