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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금리 장기화 우려에 짙어지는 증시 먹구름
코스피 3월 이후 장중 최저점
환율 1360원 11개월만에 최고
기업 자금조달 비용도 증가 우려
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9.29포인트(1.19%) 내린 2,435.78에, 코스닥은 12.36포인트(1.47%) 내린 828.66에 개장했다. [연합]

미국 국채 금리가 치솟으면서 국내외 증시가 줄줄이 흘러내리고 있다.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는 유가도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고용 역시 견조한 모습을 보이면서 ‘고금리 장기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이 함께 오르고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는 등 국내 주식시장은 겹악재를 마주했다.

▶美 국채 금리 2007년 이후 최고치...韓美 주요 지수 일제히 ↓=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 국채 금리는 연일 2007년 이후 최고점을 돌파하고 있다. 3일(현지시간)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4.8%를 돌파했고 3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5%를 눈앞에 두고 있다. 모두 16년 만에 최고치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금리 정책이 예상보다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채권 금리를 크게 끌어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채권 금리 상승에 주식시장은 크게 내렸다. S&P500지수는 9월 이후 6.17% 하락했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6.95% 내렸다. 추석 연휴를 마치고 개장한 코스피는 이날 전 거래일보다 1.19% 2435.78로 개장한 뒤 하락 폭을 키우고 있다. 9시 37분 기준 코스피는 2415.22까지 하락해 지난 3월 이후 장중 최저점을 기록했다.

올해 상승 랠리를 이끌었던 ‘기준금리 정점론’이 꺾이면서 채권 금리가 크게 오르고 주식시장은 충격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연초 주식시장에서는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까지 대두됐고, 미국 기준 상단이 5.25%에 도달한 이후로는 연내 한 차례 인상 후 내년 큰 폭의 금리 인하기 이뤄질 것이란 기대감이 팽배했다. 이에 인플레이션이 둔화했다는 지표가 발표될 때마다 주식시장은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그러나 연준 위원들의 매파적인 발언과 견조한 경제 지표들이 더해지며 기준금리 추가 상향 및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위원들 대다수는 올해 1회 더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이 경우 내년 금리 인하는 0.25%포인트씩 2회 인하에 그칠 것으로 봤다. 고금리에도 경제가 견조한 모습을 지속하는 점도 연준의 매파적 행보를 지탱하는 요소다. 3일(현지시간) 발표된 8월 고용 지표가 예상치를 상회하자 나스닥 지수는 하루 만에 1.9% 가까이 내렸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고금리 장기화 전망 속에 장기금리 중심으로 시장금리 상승이 나타났다”며 “서비스(고용) 위축이 본격화되기 전까지 시장 금리 상방 압력 우위가 좀 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高유가 물가 자극...高환율에 외국인 순매도 계속=주요국의 감산 여파로 높은 유가가 물가를 자극해 고금리 장기화를 뒷받침할 수 있다. 에너지 가격은 연준이 선호하는 물가지표 근원 개인소비지출(PCE)에 포함되지 않지만, 운송비, 소비재 등의 가격을 끌어올려 전반적인 물가를 자극한다.

뉴욕상업거래소에 따르면 11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지난 27일 배럴 당 95달러 수준에 육박한 뒤 80달러 선에서 머무르고 있다. 달러화 가치와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크게 오르며 원유 시장에서는 차익 실현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지만, 공급 부족이 지속할 것이란 전망이 유가 하락을 제한하고 있다. 일각에선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원화 대비 높아진 달러 가치는 국내 주식시장의 매력도를 떨어트리는 요소다. 이날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1360원으로 개장해 1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이 지속 상승할 경우 달러로 평가된 국내 주식의 가치는 지속 하락한다.

이에 따라 외국인 자금은 빠르게 유출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9월 한 달간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주식 1조652억원 어치를 순매도했다. 7월 1조7304억원 순매도 이후 올해 두 번째로 가장 많은 규모다.

▶채권 금리 상승에 기업 자금 조달 비용 ↑=채권시장을 중심으로 기업들의 자금 조달 비용은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5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있지만, 시장금리는 미국 국채를 따라 연고점을 경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고채 3년물 금리와 10년물 금리는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3년물과 10년물은 지난달 3.93%, 4.054%를 기록하며 연고점을 경신했다. 국채 금리가 상승하면서 이보다 위험도가 높은 회사채 금리도 따라 오르고 있다. 레고랜드 사태 이후 다소 진정됐던 회사채 AA-급과 BBB-급 금리는 각각 4.6%선과 11%선까지 급등했다. 이는 지난 1월 이후 최고치다.

박경민 DB투자증권 연구원은 “크레딧 시장 전반의 수요 또한 불안한 상황”이라며 “미 연준은 연내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과 금융시장 기대보다 높은 수준의 정책금리가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을 시사했고, 국제 유가도 물가에 상방 위험 요소로 작용하면서 시장금리 변동성이 높아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은 미국 국채 금리가 요동치면서 국내 금융·외환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유상대 부총재는 이날 열린 ‘시장상황 점검회의’에서 “연준의 고금리 기조 장기화 가능성이 커지면서 글로벌 채권 금리가 상당폭 상승하고 있는 데다, 국제유가도 높은 수준을 지속하는 등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이어 “국내 금융·외환시장도 대외여건 변화에 따라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는 만큼 각별한 경계감을 갖고 국내 가격변수, 자본 유출입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며 필요시 시장 안정화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권제인 기자

ey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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