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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 경찰의 음주측정을 거부하고 폭행까지 한 30대 운전자에 대해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지난해 8월26일 A(30)씨는 승용차를 몰고 인천에 있는 집 주차장에 들어섰다. 자정에 가까운 늦은 밤이었다.
차량에서 내리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경찰관들이 1층 필로티 주차장 안으로 들이닥쳤다.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며 음주 감지기를 들이댔다.
당시 신고자는 "영종대교에서 빠져나온 차량이 라이터도 켜지 않고 비틀대며 운행한다"고 경찰에 알렸다.
경찰관들은 술 냄새가 나고 눈은 빨갛게 충혈된 A씨가 음주운전을 했다고 의심했다.
혀도 꼬여 발음이 부정확한 데다 그의 차량은 주차선에 맞지 않게 세워진 상태였다.
경찰관들은 20분 동안 4차례나 음주 측정을 요구했으나 A씨는 계속 거부했다.
그는 "(경찰관들이) 죄를 뒤집어씌운다"며 "이미 주차까지 했는데 음주측정을 하는 건 부당하다"고 소리쳤다.
주차장에서 나가려는 A씨와 이를 막는 경찰관들의 실랑이가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그는 B 경장을 밀쳤고, 또 다른 경찰관의 마스크를 잡아당기다가 얼굴을 손으로 치기도 했다.
결국 A씨는 도로교통법상 음주 측정 거부와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결국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법정에서 "경찰관들이 음주 측정을 요구할 당시 음주운전을 했다고 볼 타당한 이유가 없었다"며 "음주 측정 요구가 (동의받고 하는) 임의수사 원칙에도 맞지 않아 위법했기 때문에 공무집행방해죄도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법원도 경찰관들이 임의수사를 거부한 A씨를 체포하지 않고 음주측정을 요구한 행위는 위법했다고 판단했다.
인천지법 형사8단독 김지영 판사는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3일 밝혔다.
김 판사는 "당시 A씨는 경찰관이 음주 측정을 요구하기 전에 임의수사를 거부하는 의사를 표현했다"며 "경찰관은 음주 측정을 하기 전이나 그 과정에서 A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하거나 압수수색을 하는 등 수사상 강제처분을 하기 위한 형사소송법 절차를 따랐어야 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음주 측정을 요구했다고 볼 수 없다"며 "음주 측정 요구가 위법했기 때문에 이에 대항하는 과정에서 A씨가 경찰관들을 폭행했다고 해도 공무집행방해죄는 성립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법조계 관계자는 "당시 경찰관들의 음주 측정 요구는 증거 수집을 위한 수사 절차였다"며 "임의수사를 거부한 운전자를 상대로 음주 측정을 하려면 형사소송법에 따라 강제 수사를 해야 한다는 판단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음주단속을 하는 경찰관들은 음주측정 거부 운전자를 현행범으로 검거할 수 있지만 체포 요건이 까다로운 점도 현장에서 고려해야 한다고 토로한다.
경찰 관계자는 "법원 판결대로 음주측정 거부자를 현행범으로 체포하는 경우도 많다"면서도 "다만 신원을 물었는데 도주하려는 상황 등 체포 요건이 정해져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단속 현장에서 까다로운 체포 요건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며 "괜히 현행범 체포를 잘못했다가 요건에 맞지 않았다며 무죄가 나오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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