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사업장 철근 배근 등 ‘적합’ 판정 받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천장이 붕괴되지 않도록 철골조의 잭서포트 공사가 진행 중인 모습. 이상섭 기자 |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철근 누락’ 아파트 단지 중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한 사업장이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당초 ‘시공 오류’가 아닌 ‘설계 오류’로 확인됐는데도 시공사명이 공개된 여파에, 안전을 확인받은 사업장의 시공사마저 이미지 회복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DL건설은 최근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로부터 충남도청이전신도시 RH11BL 아파트 건설공사 4공구의 정밀안전점검 검토 결과 이상이 없는 것으로 최종 판정을 받았다.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는 지난 8월 7일부터 9월 6일까지 관련 데이터 취합 및 분석 작업을 실시했다. 이후 DL건설은 지난달 13일 LH대전충남지역본부에 해당 점검결과를 제출했고, 이틀 뒤 관련 결과를 입주자들에게 안내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밀안전점검은 ▷부재 외관조사(균열·누수·박리·박락·철근 노출 등) ▷콘크리트 비파괴강도 조사(반발경도 시험) ▷철근 탐사(철근 배근 조사) ▷변위 및 변형 조사(건물 기울기 조사 및 부동침하) 등으로 구성됐다. DL건설은 아파트 80개소(동당 16개소·5개동) 콘크리트 강도 및 160개소의 철근탐사(동당 벽체 및 슬래브 32개소·5개동), 지하주차장 8개소의 콘크리트 강도 및 322개소의 철근 탐사(기둥 및 벽체 20개소·무량판 기둥 302개소 전수조사) 등의 정밀안전점검을 의뢰했다. 이후 DL건설은 콘크리트 강도 조사 및 철근 탐사 등에서 모두 적합 판정을 받았다.
지난 8월 2일 서울 강남구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지역본부에서 LH 각 지역 본부장 등이 사장 주재 긴급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 |
앞서 LH는 지난 7월 30일 15곳 단지의 철근이 누락됐다고 발표하며, 15곳 중 10곳은 ‘설계 오류’라고 설명했다. 종심제·적격심사 등 LH가 설계도서를 제공하고 시공사에서는 단순 시공만 수행한 사업 방식을 고려하면, LH가 시공사 명단을 모두 공개한 것은 마치 건설사에 책임이 있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단 우려가 나온 배경이다.
그러나 당시 단지 및 시공사명이 일괄 공개되며, 이후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하고 LH로부터 ‘품질우수통지서’까지 받은 사업장도 여전히 이미지 회복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충남도청이전신도시 RH11블록은 LH로부터 품질·안전·공정 관리 수준이 우수하다는 인정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현장은 작년에 이어 올해까지 2년 연속 자체평가 1등 현장에 주어지는 LH의 ‘품질우수통지서’를 받을 예정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 일부가 천막으로 둘러 쌓여있다. 이상섭 기자 |
지난달 LH가 결과를 통보한 ‘보수확인평가’에 따르면 해당 현장은 입주자로부터 100점 만점에 종합 평점 99.71점을 받기도 했다. 해당 평가는 ▷지적사항 처리율 ▷입주자 만족도 ▷호당 평균 지적 건수 ▷단지 관리 ▷가점 등의 항목에 대해 입주민으로부터 보수 수준을 조사한다. 같은 기간 국토안전원 및 지자체 입회하에 진행된 ‘합동안전점검’에서도 DL건설의 공동주택 진행 단지 5곳 모두 정상 통보를 받았다.
이에 업계에선 “제대로 된 확인 절차 없이 단지명과 시공사 등을 공개한 것은 성급한 조치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품질이 뛰어난데도 부실 단지로 인식되거나, 무량판 구조 자체가 부실하다는 오해가 확산했단 것이다. 앞서 거론된 사업장 외에 무량판 및 혼합형 구조가 적용된 민간건축 단지들도 속속 정상 통보를 받고 있다. 올해 초 입주한 3000가구 이상 대단지, 올해 11월 입주 예정인 강남구 최대 규모 단지 등이 민간아파트 무량판구조 안전점검에서 최근 시공상태 및 구조체 품질이 양호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무량판 포비아가 조성되며 입주민에 불안을 조성하고, 관련 기업이 종합적 피해를 입은 것에 대한 책임은 아무도 지고 있지 않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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