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보상·용역발주 지연 사업 발목
민간 이어 공공 공급 차질 가능성
정부가 계획한 공공주택지구 3기 신도시의 입주 일정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정부가 주택공급대책을 예고한 상황에서, 미래 주택 공급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해야할 3기신도시 마저 지속적으로 지연되면서 공급난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지는 모습이다. 이미 토지보상 갈등 등으로 사업이 늦어진 가운데, 사업 주축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내부 사정 및 공사비 상승 등으로 추가 지연 가능성마저 제기된다.
22일 LH에 따르면 3기 신도시 6개 지구 중 인천 계양을 제외한 다른 지역은 모두 내년 하반기는 돼야 주택 착공에 돌입한다. 구체적으로 인천 계양은 올해 10월, 남양주 왕숙·남양주 왕숙2·하남 교산은 내년 하반기, 고양 창릉·부천 대장은 2025년 상반기 중 주택 착공에 돌입한다. 당초 남양주 왕숙, 남양주 왕숙2, 고양 창릉 등은 다음달 착공 예정이었지만 밀렸다.
이에 따라 당초 2025~2026년 예정이었던 지구별 입주 시기도 1~2년가량 미뤄졌다. 인천 계양은 2026년 하반기, 나머지는 2027년 중 입주 예정이다. 6개 지구 총 공급 물량은 17만6000가구다. 전체 공급물량 및 구체적 시점은 사업추진 현황 등에 따라 일부 변경될 수 있다.
3기 신도시 사업은 첫 단추인 토지보상 문제부터 갈등이 불거지며 일정이 지연된 바 있다. 현재는 고양창릉(80%), 남양주왕숙(98%) 외에는 토지보상률 100%를 달성했다. 이런 가운데 LH의 철근 누락 사태와 맞물린 전관 카르텔 의혹으로 사업이 추가 지연될 수 있단 우려도 상당하다. 앞서 LH는 전관예우 문제가 불거지자, 전관업체 용역 계약을 취소하고 신규 입찰을 제한키로 했다. 이에 7월 말 이후 맺은 용역을 모두 중단, 약 648억 규모 설계·감리 용역 계약이 백지화됐다.
해당 계약 취소로 직접 영향을 받는 물량은 약 2800가구지만, 나머지 물량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와 LH는 전관 배제를 위한 관련 규정 개선, 하반기 발주계획 재검토 및 설계·감리 용역 재입찰, 심사·선정 등 계약 시스템 전반을 손질할 예정이다.
공공 주택 발주 물량을 앞당기기 위한 특단 조치 없이는 전관 특혜 문제 여파가 3기 신도시 사업 전반에 미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여기에 금리·공사비 상승, 고양 창릉 중앙로~제2자유로 연결도로 연장 등 일부 광역교통개선대책 계획 지연도 사업 속도를 늦출 수 있다.
상황이 이렇자 사전 청약 당첨자들은 입주 시기를 기약할 수 없어 발만 구르고 있다. 현재까지 사전청약 물량은 1만6111가구, 연내 사전청약 예정 물량은 3306가구다. 당초 일반형 공공분양주택 입주자 모집 공고문에 ‘소송, 지구계획 변경, 문화재 발굴 및 사업 지연 등 기타 불가피한 사유로 사전청약 모집 단지가 사업취소 또는 지연될 수 있다’ 등 내용이 안내됐지만, 주택 시장 안정을 위한 사전청약 취지와 걸맞지 않게 당첨자들은 기약 없는 상황에 몰린 것이다.
무엇보다 3기 신도시 사업 지연이 최근의 주택 공급 불안에 일조할 수 있단 관측도 나온다. 당초 정부는 3기 신도시 개발을 통해 수도권 지역 입주 물량 감소에 따른 시장 불안정을 해소한다는 구상이었다. 이에 2022년부터 2026년까지 3기 신도시를 포함해 총 30만호 공급을 목표로 삼았다. 그러나 다양한 요인으로 일정이 늦어지며 민간뿐만 아니라 공공 공급까지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김준형 명지대 교수는 “3기 신도시를 개발할 때 주택 공급 필요성을 판단해 시점에 맞춰놓고 사전 분양 등을 특별히 신경 썼는데 제때 이뤄지지 못하는 것은 공급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실질적으로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는 (정책, 시장 등에 대해) 좀 더 정교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 사이에선 국토부가 추석 전 발표 예정인 주택 공급 대책에서 3기 신도시 사업 속도를 높일 방안이 담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진다. 토지보상이 완료된 지구의 경우, 본청약 일정을 서둘러 공급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다. 고은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