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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대표는 구속 갈림길-원내지도부는 총사퇴…野, 총선 앞 ‘리더십 공백’ [李 체포안 가결 파장]
친명계 “‘가결표 단속’ 실패 책임져라” 성토에
박광온 원내대표 등 원내지도부 총사퇴 결정
사무총장도 사의 밝혔지만 李 “정상근무” 지시
비명계, 당지도부 유임 반발…내홍 격화 전망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등이 2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이 가결되자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사태로 민주당 리더십이 짙은 안갯속에 빠졌다. ‘가결표 단속’에 실패했다는 책임을 지고 원내지도부가 총사퇴하면서다. 이재명 대표도 구속 갈림길에 선 상황이라 ‘지도부 공백’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내년 총선을 200여일 앞두고 지도부 재구성이라는 ‘핵폭탄급 변수’가 쏟아지면서 당 분열이 가속화될 것이란 관측도 커지고 있다.

22일 민주당에 따르면 전날 열린 의원총회에서 박광온 원내대표와 원내지도부는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상황에 대한 책임을 지고 총사퇴하기로 했다. 본회의에서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가결 정족수(148명)보다 1표 많은 149표로 가결됐고, 민주당 내에서 최소 29표 이상의 ‘이탈표’가 나온 데 대해 원내지도부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결국 사퇴까지 이어졌다.

박 원내대표와 원내지도부는 표결 직전까지 찬성표를 고민하는 당 의원들을 설득해 왔다. 특히 표결 당일 병상 단식 중인 이 대표를 만나 ‘통합적 당 운영을 위한 기구 구성’이라는 약속을 받아냈고, 이를 고리로 의원총회에서 부결을 거듭 강조했다. 비명(비이재명)계 설득을 위한 최후의 카드라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체포동의안이 가결되면서 친명(친이재명)계로부터 박 원내대표가 ‘표 단속’에 실패했다는 책임론을 극복하지 못한 것이다.

원내지도부 의원은 본지 통화에서 “가결표를 고민하는 다수의 의원들을 설득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지만, 의총 등을 통해 이를 호소한다고 해도 설득이 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며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과가 이렇게 됐으니 원내지도부가 책임져야 할 부분에 대해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책임지겠다고 한 결정”이라고 사퇴 배경을 밝혔다.

실제로 본회의 직후 열린 민주당 비상의원총회에서는 의원들 간 고성 격론이 벌어졌다. 한 중진 의원은 의총 도중 기자들과 만나 “분위기가 살벌하다. 누구 하나 죽일 것 같다. (의원들이) 말을 터져 나오는 대로 뱉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일부 의원들은 의총장 밖에서 격앙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홍익표 의원은 의총장을 빠져나오면서 “탈당을 선언하겠다”고 외쳤다가 의원들이 만류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원내지도부 사퇴를 주장하는 친명계 성토에 비명계 의원들까지 맞서면서 양측 설전이 장기간 이어지기도 했다. 조정식 사무총장을 비롯한 정무직 당직자 전원도 사의를 표했으나, 이를 보고받은 이 대표는 정상 근무를 지시하면서 사의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격앙된 반응을 자제하자는 제안도 있었다. 한 의원은 이 대표 구속영장이 기각된다면 당 리더십을 다시 재정비할 수 있다며 차분히 기다려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또 초선 장철민 의원은 “체포동의안 표결을 보이콧하자는 입장을 우리당 의원들에게 관철하지 못해 후회스럽다”며 “이미 당 분열 상황이 커진 만큼 앞으로의 수습은 단합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 혼란을 수습하기 위한 응급조치가 이어졌으나, 계파 간 갈등은 더욱 극단으로 치닫는 모습이다. 특히 비명계는 원내지도부만 물러난 채 이 대표 등 지도부가 자리를 지키는 것은 결국 비명계로 분류되는 박 원내대표만 ‘꼬리 자르기’ 식으로 쳐내고 위기를 모면하려는 것이라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비명계 김종민 의원은 이날 오전 SBS라디오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방탄 정당’ ‘팬덤 정당’ 등 문제를 거쳐오면서 어떤 대안을 가지고 있는지, 지도부가 리더십을 발휘해야 했지만 제대로 역할을 못 해왔다고 본다”면서 “단순히 박광온 원내대표 혼자 책임질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조속히 새 원내대표 선출이 진행될 것이라고 밝힌 가운데 새 지도부 구성을 놓고도 계파 전면전이 예고된다. 비명계 초선의원은 본지에 “이 대표와 함께 당을 통합적으로 이끌만한 인물이 박광온 원내대표 외에 보이지 않는다”면서 “사태가 이렇게 된 만큼 당대표와 친명계는 자신들과 비슷한 사람을 원내대표로 찾으려고 하지 않을까 싶다”고 우려했다.

당 혼란 분수령은 일단 내주로 예상되는 법원의 이 대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다. 영장실질심사 결과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다면 ‘이재명 체제’는 중대한 위기를 맞게 된다. 곧바로 비명계로부터 사퇴 압박이 거세게 일 전망이다.

반대로 영장실질심사에서 구속영장이 기각된다면 이 대표가 극적으로 기사회생해 당내 수습을 전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이른바 ‘공천 학살’ 등 비명계 압박 수위에 따라 탈당과 분당 등이 표면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이미 대거 이탈표라는 정치적 타격으로 리더십에 손상을 입었기에 당내 행동반경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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