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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랑스판 IRA “탄소배출량 따져 보조금”...韓 전기차 타격
탄소배출 많은 中 전기차 배제 의도
유럽에 유리...韓·日엔 불리한 계산법
중소형 전기차에 한정...영향 제한적
찰스 3세(왼쪽) 영국 국왕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파리 베르사유 궁전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서 건배를 하고 있다. 프랑스를 국빈 방문 중인 찰스 3세 영국 국왕은 이날 건배사에서 양국은 지속가능한 동맹이라고 강조했으며, 마크롱 대통령은 유럽의 미래를 함께 써나가자고 화답했다. [AFP]

프랑스 정부가 ‘프랑스판 IRA(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로 불리는 전기차 보조금 개편 최종안을 발표했다. 값싼 전기차를 무기로 유럽시장을 잠식하는 중국산 전기차를 견제하려는 의도지만, 한국 자동차 업체도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된다.

20일(현지시간) 프랑스 정부가 공개한 개편안은 전기차 생산과 운송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탄소 배출량을 따져 보조금 지급 대상을 선별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각 전기차에는 철강, 알루미늄, 기타 재료, 배터리, 조립, 운송 등 6개 부문 탄소 배출량을 합산한 ‘환경 점수’가 부과되고, 80점 만점에 60점 이상을 받은 차량에만 정부 보조금이 지급 된다.

탄소 배출량이 적을수록 보조금을 받기에 유리해 석탄 연료 의존도가 높은 중국산 전기차 대부분이 보조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관측된다. 저렴한 중국산 전기차를 겨냥한 것이란 해석이다.

프랑스는 현재 연간 10억유로를 투입해 4만7000유로(약 5600만원) 미만의 전기차를 구입하는 이들에게 5000~7000유로(약 710만~995만원)의 현금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이 같은 보조금의 3분의 1이 중국산 전기차 구입에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5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전기차 보조금 개편 방향 등을 공개하면서 “프랑스 납세자들의 돈을 유럽연합(EU) 바깥에서 생산된 전기차에 보조금으로 지원하는 것을 중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 프랑스 경제부처 관계자는 “중국산 소형 세단은 같은 급의 유럽산 모델보다 배출가스가 45%나 많다”면서 “통상적으로 중국에서 생산되는 배터리는 제조과정에서 프랑스산 배터리보다 1.7배 많은 탄소를 배출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번 보조금 규정은 탄소 배출량 계수를 지역별로 달리했다. 보조금 지급을 가르는 탄소 배출량 계산에서 동아시아에 유럽과 미국보다 높은 계수를 적용해 한국이나 일본, 중국 등에서 생산된 차에 불리하게 설계한 것이다.

철강의 경우 단위 질량당 탄소 배출 계수가 중국 2.0, 일본 1.9, 한국은 1.7로 적용돼 프랑스 1.4, 미국 1.1에 비해 높다. 알루미늄의 탄소 배출 계수도 유럽과 북미 대륙이 각각 8.6과 8.5인 반면, 중국과 일본은 20.0과 12.6이고 한국이 포함된 기타 지역의 계수는 18.5다. 배터리 용량 단위당 탄소 배출 계수 역시 유럽과 미국은 각각 53과 55인 것에 비해 중국 68, 일본 67, 한국은 63으로 책정됐다.

한국 측이 수입산 전기차에 대한 차별적 요소라고 지적한 해상운송 탄소배출 계수도 원안대로 유지됐다. 앞서 한국무역협회 등은 업계의 의견을 담아 “원거리 생산 기업을 대상으로 한 차별적인 해상운송 탄소배출 계수 조항 삭제를 요청한다”는 취지의 의견을 프랑스 정부 측에 전달한 바 있다.

다만 프랑스의 보조금 지급 대상이 애초 중소형 전기차에 한정돼 있어 이번 개편안이 시행되더라도 파급 효과는 미국의 IRA만큼 크진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로이터는 중국산 전기차가 유럽산 경쟁모델대비 20%가량 가격이 저렴하다는 점을 감안해, 가격이 2만5000유로(3558만원) 미만인 중국산 전기차들이 주로 영향을 받을 것으로 관측했다. 반면 3만유로(4270만원) 이상인 중국산 전기차의 경우 유럽산 동급모델이 보조금을 받더라도 여전히 가격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어 타격이 제한적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프랑스 환경에너지관리청(ADEME)은 전기차별 환경 점수를 계산해 오는 12월 15일 보조금 지급 대상 모델을 공개한 후 내년 1월 1일부터 개편안을 적용할 예정이다.

손미정 기자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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