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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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올해 2분기 이후 위축된 회사채 발행 시장이 당분간 부진한 모습을 이어갈 전망이다. 우량 기업은 큰 문제가 없겠지만 비우량 기업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은행이 14일 발표한 '통화정책신용보고서(2023년 9월)'에 따르면 1분기 중 9조원 순발행됐던 일반기업의 회사채 발행은 4월 9000억원 순상환으로 전환한 후 2분기 중 3조4000억원 순상환을 기록했다. 7월이후 8월 25일까지도 1조3000억원 순상환을 지속했다.

최근 회사채 발행 부진은 시장 불안, 투자 수요 부족 등 발행 여건 악화보다 일부 기업의 선발행을 통한 차환 자금 확보, 금리 측면에서의 회사채 조달 유인 약화, 향후 경기 불확실성 등에 따른 중장기 자금 수요 감소에서 비롯됐다.

회사채 투자 수요는 올해 들어 일부 취약 부문을 제외하고 양호한 모습을 지속 중이다.

지난해 하반기 부각됐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CP·채권시장 불안이 진정됨에 따라 회사채 초과 프리미엄(Excess Bond Premium)이 크게 줄어드는 등 신용채권에 대한 투자심리가 상당히 개선됐다.

그럼에도 신용스프레드의 절대 수준(8월 25일 현재 AA- 76bp, A- 213bp)은 장기 평균(2013년 이후 각각 49bp, 150bp)을 상회하는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는 오히려 가격 측면에서의 투자 메리트로 작용하고 있다.

고객 계정을 통한 개인의 회사채 투자가 1~8월중 3조8000억원 증가한 가운데, 금리 정점 인식이 확산되며 채권형펀드로의 자금 유입이 확대되는 등 개인을 중심으로 한 회사채 및 관련 펀드 투자도 증가했다.

또한 지난해 회사채 수요를 낮췄던 은행채, 한전채 등 초우량 채권의 공급이 상당폭 축소됐다.

회사채 발행시장의 수요예측 참여율은 올해 들어 우량물과 비우량물 모두 장기 평균을 지속적으로 상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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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반해 기업들의 자금 조달 목적 및 금리 측면에서의 발행 유인은 2분기 이후 축소됐다.

올 들어 회사채 발행 여건이 개선되면서 1분기 중 발행을 크게 늘렸는데 이 중 당월 및 익월 이후 차환 목적의 발행이 약 62% 수준이었다.

아울러 국내외 경기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설비투자 등을 위한 중장기 자금 조달 수요가 약화됐다.

조달 금리 측면에서는 회사채 발행 금리가 2분기 들어 상승 전환하면서 은행 대출 대비 금리 메리트가 상당히 낮아진 점이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 유인을 약화시켰다.

2분기 들어 장기금리가 반등하면서 회사채 발행 금리는 상승 전환했으나 단기 금리를 지표금리로 사용하는 은행 대출 금리는 상승폭이 크지 않아 두 금리 간 격차가 상당폭 축소되거나 역전됐다.

조달 수단 측면에서도 3월 이후 중장기 시계에서 금리가 낮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부각되면서 고정금리인 회사채보다는 변동금리로 조달이 가능하고 만기도 상대적으로 짧은 은행 대출에 대한 선호가 커졌다.

올 들어 은행의 대기업 대출은 지속적으로 확대됐는데, 기업들이 필요한 영업 자금을 회사채 발행보다는 대출로 주로 충당했으며 이 중 일부는 만기 도래 회사채 상환을 위해 활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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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한국은행]

한은은 국내외 통화정책 긴축 기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2분기 이후 회사채 발행이 부진했으나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던 것으로 평가했다.

한은 관계자는 "앞으로도 회사채 발행은 당분간 순상환이 이어질 수 있겠으나 양호한 투자 수요, 은행 대출 활용 등을 감안할 때 기업의 자금 조달 여건이 크게 악화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다만 향후 높은 국내외 경기 불확실성, 부동산금융과 관련된 잠재 리스크 등으로 비우량·취약 부문에 대한 차별화가 심화될 수 있어 이들 기업의 자금 조달 상황, 재무건전성 악화 가능성 등을 면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