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제도 개편…유동성 관리 부담 경감 기대
대출 적격담보에 예금취급기관 대출채권 포함 예정
[헤럴드경제=문혜현 기자] 한국은행이 디지털 뱅크런(대규모 자금 인출)을 대비한 유동성 안전판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대출제도를 개편하고 향후 새마을금고와 같은 비은행취급기관의 유동성 지원 여부를 최대한 신속하게 결정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한은은 금융기관의 유동성 관리 부담을 낮추고 금융시장 안정을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한은은 14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한국은행 대출제도 개편 내용 및 향후 계획’을 통해 이같은 대출 제도 개편과 기대 효과 및 향후 계획을 밝혔다.
앞서 한은은 지난 7월 자금조정대출제도를 개편한 바 있다. 자금조정대출제도란 은행들이 자금수급 조정시 발생하는 부족자금을 한은에서 빌릴 수 있는 제도로, 단기 유동성 부족에 대한 안전판 기능을 수행한다. 또한 자금조정예금 금리와 함께 단기시장금리의 상·하한을 형성해 단기시장금리 변동폭을 기준금리 수준으로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한은은 미국 실리콘밸리 은행(SVB) 파산 사태를 계기로 디지털 환경에서의 뱅크런을 대비하기 위해 이같은 제도 개편을 추진했다는 설명이다.
한은에 따르면 기존 자금조정대출제도는 적격담보 범위가 좁게 설정돼 있고 대출제도 이용에 따른 부정적 인식에 대한 우려로 이용빈도가 제한적인 데다, 대상기관이 은행으로 한정돼 활용에 한계가 있었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시장성 자산(회사채, 자산담보부 증권 등)을 폭넓게 적격담보로 인정하고, 금융기관의 대출채권도 담보로 포함하는 데 반해 한은의 적격담보는 국채, 통안증권, 특수은행채 등으로 국한됐다.
또 은행이 일시적인 자금조달을 위해 자금조정대출제도를 이용하려면 기준금리 대비 1.00%포인트의 가산금리를 부담하고 고유동성 증권을 담보로 제공해야 하는 부담이 있었다. 은행 입장에선 해당 제도를 이용할 경우 자금사정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비춰질 우려가 있다는 얘기다.
또 제도 대상 기관이 은행으로 한정돼 있어 상호금융 등 비은행예금취급기관에서 예금 인출 사태가 발생할 경우 유동성 지원에 상당한 제약이 있었다.
이에 한은은 적격담보 범위에 한시적으로 인정했던 은행채 및 9개 공공기관 발행채권을 포함시키고 기타 공공기관 발행채, 지방채, 우량 회사채를 새로 추가했다. 또한 손실위험 최소화를 위해 신규 추가된 적격담보증권에 대한 담보인정비율을 차등 설정하는 등 위험관리 방안도 함께 마련했다.
대출 가산금리 또한 0.50%포인트 하향 조정했으며 연장 가능한 대출 만기를 최대 1개월에서 3개월로 확대했다.
비은행취급기관 또한 유동성 조달에 중대한 애로가 발생하거나, 발생 가능성이 높을 경우 이들 기관의 중앙회에 대한 유동성 지원 여부를 최대한 빠르게 결정하기로 했다. 이때 확대된 적격담보 범위가 동일하게 적용되며, 신속한 결정을 위해 감독당국과 수시 정보공유 강화를 추진한다.
한은은 이번 개편으로 예금취급기관들이 일시적으로 유동성이 부족할 때 한은 대출제도에 보다 유연하게 접근할 수 있고, 유동성 관리 부담도 경감될 것으로 기대된다는 설명이다.
한은은 “향후 대출 적격담보에 예금취급기관의 대출채권을 포함해 보다 충분한 유동성을 적기에 공급하고, 시장성 투매로 인한 금융시장 불안을 방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며 “은행의 경우 먼저 1년 안팎의 준비기간을 거쳐 마련한 방안을 금융통화위원회 의결 후 시행하고, 비은행예금취급기관에 대해서는 공동검사·자료제출요구 등 제도적 여건이 갖추어진 후 대출채권 포함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