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처음 만나 몇 번의 멤버 교체를 겪었다. 그리곤 어느덧 10주년을 맞았다. 원년 멤버 조형준, 윤은솔과 2016년부터 함께 한 박수현, 올 1월 합류한 비올라 박하문은 아벨의 ‘새로운 10년’을 그려가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윤은솔, 박하문, 조형준, 박수현. 조형준과 박수현은 9년차 부부다. 임세준 기자

10년은 긴 시간이었다. 학생 때 처음 만나 함께 음악을 업으로 삼게 됐고, 또 결혼을 하고, 부모가 됐다. MBTI(성격유형검사) ‘상극’ 유형의 대명사인 ‘ST(현실적)’와 ‘NF(열정적)’는 서로를 조금씩 닮아갔다.

멤버들은 하나 같이 “첫해가 가장 곤란하고 혼란스러웠다”고 회상했다. 전형적인 ‘ST’라는 윤은솔(바이올린)은 “(박수현이) 이 부분은 사과처럼 하자고 하는데 ‘사과’가 뭐지? 라는 생각이 들더라”며 매순간 물음표를 그렸다. 박수현이 멤버들과 음악을 공유하는 과정이 다소 추상적이고 모호했기 때문이다. 이에 박수현은 “연습할 때는 현실적으로 이야기하고 테크닉을 공유해야 하는데, 외국 생활을 오래해서인지 상상력을 동원해야 하는 유럽식의 표현을 하곤 했다”며 웃었다.

어렵고 모호했던 그 시간을 지나 지금은 서로를 닮아간다. “아기가 엄마 말을 똑같이 따라하는 것처럼”(박수현) 서로의 장점을 익히고, 말투를 닮아간다. 윤은솔은 “이제 ‘NF’ 유형으로 바뀌고 있다”고 했다.

지난 2013년 처음 만나 몇 번의 멤버 교체를 겪은 아벨 콰르텟이 어느덧 10주년을 맞았다. 원년 멤버 조형준(36), 윤은솔(36)과 2016년부터 함께 한 박수현(34), 올 1월 합류한 비올라 박하문(25)은 아벨의 ‘새로운 10년’을 그려가고 있다. 조형준과 박수현은 9년차 부부이기도 하다.

최근 서울 강남구 포니정홀에서 만난 아벨 콰르텟은 “원대한 목표를 둔 출발은 아니었지만, 우리의 오늘이 감개무량하다”며 지난 시간을 돌아봤다.

▶군대·결혼·출산...“그래도 여전히 우리는 함께”=학창 시절 처음 만나 결성된 아벨 콰르텟은 창단 이듬해부터 일을 냈다. 2014년 독일 아우구스트 에버딘 실내악 콩쿠르에서 2위, 2015년 오스트리아 하이든 실내악 콩쿠르에서 한국인 현악 사중주단 최초의 1위를 차지했다. 이어 프랑스 리옹 실내악 콩쿠르 2위, 제네바 음악 콩쿠르 3위에 오르며 이름을 알렸다.

오래 유지되기 어려운 실내악단에게 콩쿠르 성과는 ‘활동의 원동력’이 됐다. ‘커리어’로 최정점을 쌓아가던 결성 4~5년차, 아벨 콰르텟에겐 ‘조형준의 군 입대’라는 첫 위기가 닥쳤다. 박수현에겐 입단 4~5개월 만에 벌어진 일이다.

“앞만 보고 달려오다 갑작스러운 2년의 공백이 올 때 우리 콰르텟은 어떻게 될까, 고민이 많았어요. 지금까지 해온 게 있는데 다 뒤로 하고 새로운 직종을 찾아야 하나, 그런 고민까지 했었죠.” (조형준)

유수 콩쿠르에서 이름을 알린 악단일지라도, 긴 공백은 미래를 예측할 수 없게 한다. 해외 대학의 교수들이 이들의 앞길을 함께 안타까워했을 정도다. 조형준은 당시 “최대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유종의 미를 거둬보자는 생각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 시간 동안 박수현은 학교로 돌아갔고, 윤은솔은 첫 아이를 낳았다. 그들의 위태로웠던 미래는 지금도 함께, 여전히 존재하며 든든한 현재가 됐다.

‘실내악 불모지’나 다름 아닌 한국에서 10년의 시간을 쌓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멤버들은 콩쿠르에서의 성과와 함께 ‘소속사의 헌신과 응원’이 꾸준한 활동의 이유가 됐다고 말한다. 아벨 콰르텟은 하이든 국제 실내악 콩쿠르 우승 이후 지금의 소속사를 만났다. 이샘 목 프로덕션 대표는 “현악사중주 팀을 바라볼 때 그 팀만의 캐릭터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아벨 콰르텟만의 귀족적인 우아함과 따뜻한 음악에 매료됐다”며 “이 팀의 존재로 인해 우리 현악사중주 음악에 다양성이라는 가치가 생길 것이라는 상상만으로 엄청난 부자가 된 기분이었다”고 돌아봤다.

차세대 콰르텟을 일찌감치 알아본 동반자와 함께 쌓은 10년은 남녀의 ‘결혼 생활’과도 같았다. 실내악이란 게 다른 환경에서 자라온 사람들이 만나 서로를 이해하고 바라보며 시간을 쌓아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조형준은 “(실내악은) 각기 다른 개성의 네 사람이 하나의 목소리를 만들어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공들인 노력 대비 성과는 상당히 팍팍하지만, 이미 알게 된 그 ‘맛’에서 헤어 나오긴 힘들다.

박수현은 “세이지 오자와는 ‘작곡가들이 자신의 최고 역량을 쏟은 곡이 현악 사중주’라고 했다”며 “작곡가들이 성숙기에 다다랐을 때 나온 가장 가치있는 위대한 곡들을 함께 만들어가는 즐거움이 크다”고 했다.

▶첫 정기 음반은 하이든...“10년 뒤에도 ‘따뜻한 음악’ 하고파“=Z세대 막내의 영입으로 아벨 콰르텟의 평균 연령은 뚝 떨어졌다. 윤은솔은 “(콰르텟 멤버는) 실력도 중요하지만, 실력과 함께 다른 역량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예컨대 서로 다른 개성의 멤버들과 어우러져 조화를 낼 수 있는 마음가짐이나 지금 함께 할 준비가 돼있는 음악가로의 ‘타이밍’과 같은 조건들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박하문은 이 같은 조건에 딱 맞는 멤버였다. 그는 “형, 누나들과 추억을 공유할 때 약간의 격차를 느끼지만 잘 맞는다”며 웃었다.

10주년을 맞으며 한 챕터를 닫고, 새로운 챕터를 열 듯이 아벨 콰르텟은 이달 초 첫 정식 음반 ‘인 노미네 도미니(In nomine Domini)’를 냈다. 모두의 마음이 모아진 음반이다. 윤은솔은 “여러 작곡가의 음악을 한 음반에 담기 보다, 한 사람의 곡을 충실히 담아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하이든 콩쿠르에서 우승한 한국인 최초의 현악사중주단이라는 타이틀답게 앨범엔 하이든이 남긴 현악사중주 70여곡 중 4곡이 담겼다. 하이든의 실내악은 ‘현악사중주의 기본’이자 ‘가장 완벽한 현악사중주’이기에 10주년 아벨 콰르텟에겐 더할 나위없는 선택이었다.

윤은솔은 “이 앨범을 통해 아벨 콰르텟만의 색깔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박수현은 “기둥 위를 날아다니는 나비 같은 매력이 바로 아벨 콰르텟”이라고 말을 보탰다.

새로운 10년으로 향하는 길 위에서 아벨 콰르텟은 조금 더 밝은 미래를 그린다. 당장 오는 17일부턴 서울 예술의전당을 시작으로 20일 광주 유스퀘어문화관, 다음 달 5일 서울 포니정홀에서 리사이틀을 이어간다.

“아벨 콰르텟은 밝고 따뜻한 기운의 팀이에요. 좋은 음악을 하고 싶고, 들려주고 싶은 마음을 매일매일 새롭게 다지고 있어요. 10년, 20년 후를 구체적으로 그리기 보다 우리의 마음을 늘 새롭게 채워가면 내년도, 10년 뒤에도 아벨 콰르텟이 존재하리라 생각해요.” (아벨 콰르텟)

고승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