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가 120년 만의 강진으로 인명 피해가 시간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 8일 밤 마라케시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지금까지 사망자가 2000명을 넘고 부상자도 2000명을 넘어섰으며 구조작업이 더뎌 인명 피해는 더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진앙지에 가까운 알하우즈주 산골마을은 길이 구불구불하고 좁은 도로로 중장비가 닿을 수 없어 맨손으로 흙을 파내는 처절한 구조작업이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재민과 부상자가 최소 30만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는데 국제사회의 연대가 절실하다.
이번 지진은 아프리카판과 유라시아판의 충돌로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모로코는 그사이에 있어 간간이 지진이 일어났지만 6.8 규모의 강진은 1900년 이후 처음이다. 강력한 지진활동이 주로 지중해 동쪽에서 이뤄졌기에 ‘안전지대’라는 인식이 커 그만큼 대비가 소홀해 피해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지진은 진원지가 지표면에서 18.5㎞ 아래로 비교적 얕아 흔들림이 심하고 벽돌과 진흙으로 지어진 전통가옥의 취약한 구조 탓에 피해를 키운 측면이 있다.
실종자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도 되지 않는 데다 골든타임을 지나고 있는 모로코에 우리도 구호팀 파견 등으로 손을 보태야 한다. 지난 2월 튀르키예 지진 참사 때도 파견된 한국 구호대원들이 여러 명의 목숨을 구한 경험이 있다. 경제 규모 10위의 글로벌 중추국가로서 그 위상에 걸맞은 국제사회 기여와 역할을 넓혀 나가는 건 당연하다. 윤석열 대통령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세션 발언 중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한 데 대해 진심 어린 위로의 뜻을 전한다”며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한 만큼 신속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모로코 지진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않다. 모로코는 1960년 이례적으로 5.8 규모의 지진으로 수천명이 희생되자 건축법을 강화했지만 그동안 큰 지진이 없어 경각심이 느슨해졌다. 우리도 2016년 5.8 규모의 경주 지진으로 수십명의 부상자와 1만건에 가까운 시설 피해를 봤다. 이듬해에는 5.4 규모의 포항 지진이 연달아 발생했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달라진 게 거의 없다. 건축물 내진설계율도 20% 수준으로, 큰 지진에 속절없이 당할 수 있다. 한반도는 연간 60회꼴 지진 발생과 6년에 한 번꼴 규모 5.0 이상 지진 발생으로 더는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예고 없이 닥치는 지진대비책은 사전 안전 강화뿐이다. 소중한 인명 손실은 물론 국가경제 손실도 막대한 만큼 철저한 대비책 마련이 시급하다. 내진 설계·보강과 함께 지진 발생 시 행동요령 숙지 등 만반의 대비를 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