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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다’의 신 스틸러…전수미 “출산 후 한 달 만에 복귀” [인터뷰]
뮤지컬 ‘프리다’ 1인2역 신스틸러
현란한 탭댄스ㆍ능청 애드리브
‘여전한 모습’ 보이려 2배 노력
뮤지컬 배우 전수미가 출산 한 달 만에 복귀했다. 뮤지컬 ‘모차르트!’에 이어 ‘프리다’까지 쉴 틈 없이 이어지는 무대다. 다시 돌아온 무대에서도 여전히 신 스틸러였다. 화려한 탭댄스와 능청스러운 애드리브에 관객들의 박수 갈채가 쏟아진다. [EMK엔터테인먼트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여전했다. 화려한 발놀림으로 심장박동을 뛰게 하는 짜릿한 탭 소리가 요동쳤다. 뮤지컬 ‘프리다’의 명장면 ‘허밍 버드’에서다. 영혼을 갈아넣은 탭댄스를 마친 후엔, 천하의 바람둥이로 변신한다. “자기야, 혼자 왔어? 번호 뭐야?” 1열 여성 관객을 향해 전매특허 ‘윙크’를 휘날리는 이 남자, 아니 이 여자. 아니다. 그 남자, 멕시코의 ‘국민 화가’ 디에고 리베라다. 그가 배우 전수미를 통해 완전히 되살아났다. 능글맞지만 느끼하지 않고, 얄밉고 황당한데 매력적인 한 남자의 생이 무대로 그려진다.

“스트레스가 있었어요. 아기를 낳고 나니 뚱뚱해졌다거나, 탭이 예전같지 않다거나, 체력이 떨어졌다는 이야기를 들을까봐요. 예전만큼 나오지 않을까 불안도 있었고요. 출산 전 일주일까진 계속 운동을 하면서 몸 상태를 유지했어요. (웃음)”

뮤지컬 ‘프리다’(10월 15일까지) 공연 전 서울 코엑스 아티움에서 만난 배우 전수미의 표정이 밝았다. 출산 한 달 만에 ‘빛의 속도’로 복귀한 배우라고는 믿기지 않는 기량이 나왔다. 전수미는 “워낙 사랑받는 작품인 만큼 내가 더 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노력은 관객들의 평가로 돌아왔다. 디에고의 탭댄스에 눈과 귀가 홀리고, 능청스러운 애드리브에 사랑에 빠진다.

뮤지컬 ‘프리다’에서 탭댄스를 선보이는 전수미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현란한 탭댄스, 능청 애드리브…프리다의 ‘신 스틸러’

‘프리다’는 멕시코의 여성 화가 프리다 칼로의 생을 토크쇼 형식으로 꾸민 작품이다. 무대에는 오직 네 명의 여배우만 등장한다. 프리다가 주인공인 이 작품에서 프리다를 압도하는 존재감을 발하는 배우는 단연 전수미다.

무대 위 전수미는 무척이나 바쁘다. 프리다의 마지막 순간에 열리는 ‘더 래스트 나이트 쇼(The Last Night Show)’의 사회자인 레플레하와 디에고 리베라를 동시에 소화해야 하는 1인 2역이기 때문이다. 무대 위 디에고는 짧지만 강력한 지분을 차지한다. 그만큼 어려운 역할이다.

신체 움직임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탭댄스를 춰야 하고, 디에고에 빙의한 듯 끊임없이 관객을 향해 ‘플러팅’을 날린다. “인터넷을 뒤져 느끼한 멘트와 아재개그를 찾아봤다”고 한다. 천하의 호색한임에도 ‘밉지 않은 디에고’가 된 것도 배우의 공이다.

초연 때부터 함께 하며 ‘프리다’의 인기를 견인해온 전수미는 출산 후 복귀작에 고심이 깊었다. 그는 “출산 이후 한 달 만에 밖에 나가니 다리가 컨트롤이 되지 않는 느낌이 들었다”며 “9㎝의 힐을 신고 뛰어다니는 것이 가능할까 싶었다”고 돌아봤다.

‘여전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두 배의 노력을 들였다. 그는 “난 노력을 해야 마음이 편한 사람”이라며 “스스로 부족하다고 생각한 부분들을 노력해 다듬어야 마음이 편해진다. 그래서 뭔가를 더 할 수 밖에 없었다”고 했다.

이번 시즌 전수미는 마치 초연작에 임하는 것처럼 ‘프리다’를 다시 들여다봤다. 디에고는 프리다의 ‘평생의 사랑’이자 ‘분신’이며, 그의 인생에 “가장 충격적인 두 가지 사건” 중 하나를 안겨준 사람이기도 하다.

전수미는 “프리다의 삶에 디에고가 미친 영향이 너무나 크기에 이 사람에 대한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고 말했다. 출산과 동시에 시작된 육아, 거기에 뮤지컬 연습까지 이어지니 쉴 틈이 없었다. 그런 와중에 아기가 잠든 새벽엔 디에고가 남긴 ‘불후의 명작’들을 직접 그리며, 그의 세계로 다가갔다. “디에고는 프리다의 또 다른 자아”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디에고의 마음을 십원 어치라도 알고 싶어 원초적인 것부터 접근하면서 다시 바라보고자 했어요. 이전엔 몰랐던 감정과 이해가 생기더라고요. 디에고를 관찰하다 보니 프리다를 볼 때 굉장히 슬픈 감정이 왔어요. 초연 땐 그 감정을 억눌렀는데, 지금은 느낌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 이끄는 대로 하고 있어요.”

화려한 여성편력을 자랑하는 디에고가 프리다에게 청혼하는 장면에선 그의 ‘복잡다단한 진심’이 나온다. “결혼하자”는 한 마디 대사에 묻어난 장면이다. 전수미는 “분위기를 한창 띄워놓은 뒤에 이어진 신이라 초연 때는 웃음이 터졌는데, 지금은 밝은 웃음이 나오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의도는 적중했다. 무수히 많은 이유를 가졌음에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심을 말하는 고백이 주는 감동의 크기가 커졌다.

관객들의 시선을 빼앗아야 할 탭댄스는 더 화려하고 현란해졌다. 리듬은 잘게 쪼갰고, 박자마다 탭을 업그레이드했다. 보이지 않는 ‘수련의 시간’들은 무대 위에서 증명됐다. 이 장면은 ‘프리다’ 속 부동의 ‘명장면’이다.

뮤지컬 배우 전수미 [EMK엔터테인먼트 제공]
데뷔 24년차, “어떤 역할이든 그것에 딱 맞는 배우이고 싶다”

소녀 시절의 전수미는 사실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있는 줄도 몰랐다”고 한다. 그저 “노래하고 율동하는 것”이 좋아 교회 성가대에 나갔다. 10대 소녀가 “공식적으로” 노래와 춤을 겸할 수 있는 자리로 ‘교회’를 찾았던 것이다.

뮤지컬 배우의 꿈을 키운 것은 ‘캣츠’를 보고난 뒤였다. 그제야 연기와 노래, 춤을 함께 할 수 있는 ‘직업’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지금은 사라진 신시뮤지컬컴퍼니의 단원이 돼 뮤지컬 세계에 입문하게 됐다.

데뷔작은 2000년 ‘아가씨와 건달들’.수많은 ‘아가씨들’ 중 한 명이었던 앙상블 배우 전수미의 첫 작품은 치열했다. 맨발로 춤을 추는 장면에서 ‘대못’이 발에 박혔다. 그는 “무대 위에선 아픈지도 모르고 춤을 췄는데, 내려오고 나니 피가 철철 났다”며 “그 모습을 당시 선배들이 예쁘게 봐줬던 것 같다”고 말했다.

노력과 열정은 전수미가 한 계단씩 뛰어오르게 한 발판이었다. 무대 위에서 있으면 안 되는 일이 벌어졌지만, 막내 배우의 열정은 통했다. 그는 “5일간 아가씨들 중 한 명을 연기하다, 그 이후로 대사가 주어졌다”고 했다. 선교사 아가사 역할이었다. 대사는 불과 다섯 마디. “카트라이트 장관님, 식사하실 시간이에요.” “아닙니다.” 정도였다. 전수미는 “이 대사를 하기 위해 억양과 느낌을 달리해 100번, 200번씩 연습했다”고 했다.

‘브로드웨이 42번가’는 전수미의 탭댄스 실력이 일취월장하게 된 계기였고, ‘마리아’는 그의 삶에서도 ‘전환점’이 된 작품이었다. 앙상블 배우에서 첫 주연을 맡기까진 4~5년 밖에 걸리지 않았다. 누군가에겐 짧고, 누군가에겐 긴 시간이다. 당시를 떠올리며 그는 “부족함이 많다고 생각해 쉬지 않고 작품을 했다”라며 “한 방에 주연을 맡았다면, 금세 바닥을 드러냈을 것 같다”고 했다.

차곡차곡 내공을 쌓은 배우는 “오늘도 내일도 새로운 모습”을 꿈꾼다. 매일 올라가는 똑같은 공연도 매일 다르게 보여주는 것이 관객에게 주는 선물이자 존중이라고 생각해서다.

“뮤지컬엔 매일 보러오는 N차 관람객이 많아, 조금이라도 다른 모습을 만들려고 해요. 손 동작, 발 동작, 시선을 달리하고, 센스있는 애드리브를 생각하고요. 매일 봐도 매번 신선하고 재밌는 공연이면서, 항상 제가 맡는 역할에 딱 맞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뒤에서 어떤 노력을 하느냐는 중요하지 않아요. 모두가 다 하는 노력이니까요. 다만 그 과정을 통해, 어떤 역할이든 그것에 딱 맞는 배우로 보인다면 좋겠어요.”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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