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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쉽게 돈 버네’ 유혹에 불법사채꾼 되는 10대 [청소년 불법사채의 덫]
5년간 검거만 130명 “신고 극소수, 실제 더 많다”
성인 똑 닮은 범죄 유형, 폭행·협박 동원
검거만 132명…“음지 범죄, 실제로 더 많을 것”
[헤럴드DB]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 지난해 3월, A군은 친구관계였던 피해자 B군에게 150만원을 빌려줬다. 7일 후 210만원을 상환받는 조건이었다. 연이자율로 보면 2086% 수준으로, 현행 법정 최고 금리인 20%를 우습게 뛰어넘는다. B군은 A군에게 260만원을 변제했지만 “이자를 연체했다”는 이유로 놀이터와 택시 등에서 폭행·협박에 이어 감금을 당하기에 이르렀다.

청소년이 불법사채 범죄에 직접 가담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피해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쉽게 걸려드는 데다 불법사채 범죄가 비대면으로 이뤄지는 탓에 청소년도 쉽게 사채를 벌일 수 있는 구조다. 청소년끼리 사채를 줬다 변제를 요구하며 폭행과 협박을 벌이는 등 새로운 ‘학교폭력’ 유형으로도 발전하는 추세다.

▶불법사채 벌인 청소년 5년간 검거만 132명…“실제 더 많아”=29일 경찰청이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2018~2022년)간 불법사채를 벌여 검거된 청소년은 총 132명에 달했다. 개인 간 사채에서 법정 이자 이상의 고금리를 받는 ‘이자제한법’ 위반 사례가 82명, 무등록 대부업체에 연루된 ‘대부업법’ 위반 사례가 50명이다. 경찰 신고 자체를 꺼리는 또래집단의 특성을 고려하면 드러나지 않은 범죄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검거된 이들은 극히 일부로, 실제 사례는 더욱 많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피해금액이 소액인 경우 신고까지 가지 않고 합의를 보거나 보호자 차원에서 해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기동 한국금융범죄예방연구센터 소장은 “피해 청소년 대다수가 피해 사실을 알리길 원치 않고, 신고를 시도하더라도 돈을 갚기로 약속하고 빌린 정황이 남아 있기 때문에 접수 자체가 안 되는 경우도 많다”며 “실제 범행 사례는 더욱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에 접수된 개별 사례를 보면 피해금액이 수천만원에 달하기도 한다. 지난해 4월 C군은 선후배관계였던 피해자 D군에게 5차례에 걸쳐 400만원을 빌려준 뒤 1200만원을 상환받았다. C군의 범행 역시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C군은 원금과 이자를 연체했다는 이유로 D군을 폭행했다.

온라인상에서 주로 이뤄지는 대리입금 역시 청소년이 벌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경기도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이 양정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제출한 사례에 따르면 E(17)양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지난해 1월부터 올해 9월까지 SNS에 ‘수고비 가장 저렴! #대리입금, 첫 거래는 5만원, 그 담부터 9만원까지’라는 내용의 광고를 올려 580명에게 연이자율 최고 5475% 수준으로 불법대출을 줬다. 총 피해금액은 1억7000만원에 달했다.

A군, C군 사례와 마찬가지로 대출 추심을 위해 폭행·협박을 동원하는 것도 성인의 범죄와 양상이 똑같았다. E양은 대출 사실을 피해자 학교나 부모에게 알리겠다고 협박해 고금리 이자를 받아냈다.

▶4개월 만에 600만원…“쉽게 돈 버네” 유혹=특히 최근엔 청소년 사이 불법도박이 성행하며 청소년 사이 도박자금을 명목으로 한 사채가 늘었다고 한다. 도박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한 심리상담가는 “도박자금을 급하게 마련하려는 청소년이 친구들끼리 서로 돈을 빌려주며 ‘돌려막기’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청소년이 이처럼 쉽게 불법사채를 받고 가담까지 하는 것은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유혹’ 때문이다. 트위터를 통해 대리입금을 벌인 청소년 F군은 지난해 1월부터 5월까지 4개월간 피해자 249명에게 대출을 해줘 600만원을 벌어들였다. F군은 이 기간 1529만원을 대출해 2129만원을 변제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의 경우) 10만원 이하 거래는 이자제한법으로 처벌받지 않는다는 점을 노려 초반엔 적은 금액으로 대출을 내준다”며 “그러나 범행을 지속하며 벌어들이는 금액이 커지다 보면 결국엔 대출금액을 늘린다”고 설명했다.

이해식 의원은 “법적 보호를 받아야 할 청소년들이 불법사채 범죄에 연루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며 “금융당국, 경찰, 학교 등 관련 기관의 관리감독이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k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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