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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뮤지컬 ‘다시, 동물원’이 소환한 감성[서병기 콘텐츠톡톡]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다시, 동물원’은 주크박스 뮤지컬이라 언제 들어도 편안하고 포근한 동물원의 노래를 부담없이 들을 수 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서사 구조가 머리속으로 쏙쏙 들어와 이야기 속으로 빨려들어갈 수 있었다.

9월 17일까지 서울 대학로 동덕여대 공연예술센터 코튼홀에서 열리고 있는 ‘다시, 동물원’은 1988년 음악이라는 열정으로 뭉친 다섯친구들이 그룹 ‘동물원’으로 활동하며 겪었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창작 뮤지컬이다.

‘동물원’ 멤버들과 멤버중 한 명인 ‘그 친구’의 실제 음악과 인생 이야기를 섬세한 스토리와 라이브 음악, 진한 감동과 여운으로 보여준다. 물론 ‘그 친구’는 동물원 멤버였던 고(故) 김광석이다.

‘그 친구’와 다른 멤버들은 서로 생각이 달랐다. ‘그 친구’는 무대에서 노래하는 게 1순위인 싱어송라이터다. 다른 멤버들은 직업을 찾아나서야 하고, 노래는 대학생활을 하며 취미로 하기 때문에 2순위다.

생각이 다르니 연습하면서부터 의견 충돌이 발생했다. 게다가 의대생인 창기는 ‘그 친구’가 멤버들과 상의 없이 운동권 행사에서 노래하고 ‘노찾사’에 참가하는 걸 별로 달가워 하지 않는다.

창기는 ‘그 친구’에게 “우리가 데모는 못하지만, 음악으로 사람들을 위로하고, 울고싶은 사람들과 함께 슬퍼해줄 수 있는 그런 그룹이 되면 안되겠냐”고 호소한다.

결국 ‘그 친구’는 팀을 나가고, 돌아오지 못하는데. 하지만 거리에는 계속 ‘그 친구’의 노래가 흘러나온다.

이런 서사가 진행되는 사이 사이 ‘혜화동’ ‘변해가네’ ‘시청앞 지하철 역에서’ ‘동물원’ ‘흐른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널 사랑하겠어’ ‘서른 즈음에’ 등 동물원의 주옥 같은 노래들이 흘러나온다. ‘무한도전’에서 가끔 나오던 후크송(?) ‘우리들은 미남이다’도 살짝 소개되는데, 기존 곡들과 분위기는 다르지만 이 또한 동물원의 곡이다.

연기와 노래는 동물원 멤버들이 아닌 송유택, 임강성, 김이담, 성유빈 등 젊은 뮤지컬 배우들이 출연해 80~90년대 당시의 감성을 잘 소화한 상태에서 연기하며 노래한다. 특히 20대 초반 순수함으로 가득했던 동물원의 느낌을 잘 보여준다. 그 부분에 대한 조율은 음악감독으로 참가한 동물원 실제 멤버이자 당시 정치외교학과 학생이었던 박기영 교수(홍익대학교 공연예술학부 실용음악전공)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다시, 동물원’은 부모와 자식이 함께 볼 수 있는 뮤지컬 공연이다. MZ세대 딸이 엄마와 손잡고 오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포크 레전드 밴드로 불리는 동물원의 노래는 소박하고 기교가 없이 섬세하고 서정적이다. 사소하지만 소중한 것의 가치를 노래하고, 기교없음의 생명력을 보여준다. 세월의 흐름과 함께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들을 노래한다. 이런 것들은 동물원만의 힘이자 동시에 중년세대뿐 아니라 다양한 관객층을 부를 수 있게 하는 요인이다.

음악을 통해 사소하게 느껴질 수 있는 사물과 공간 하나에도 감성과 의미를 부여해왔고 그 가치를 생각하게 만들어온 그룹 동물원. ‘다시 동물원’에서 잠시나마 그런 감성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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