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법 아닌 정보통신망보호법 영향
흡연, 음주는 규제 적용 대상 예외
콘텐츠 리얼리티 살린다는 평가도
[헤럴드경제=정태일 기자] “아무리 사실감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청소년이 담배피는 장면 그대로 보는 것은 불편”
“지상파 방송과 달리 리얼리티가 높아서 극 몰입감도 높아진다고 생각”
넷플릭스 등 지난해 OTT(동영상 스트리밍) 인기 상위 콘텐츠 14편 중 12편에서 담배 제품과 흡연 장면이 등장한 것으로 조사됐다. 갈수록 파급력이 커지는 OTT에서 공중파와 달리 흡연과 음주 장면이 빈번하게 나와 규제 사각지대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26일 국회 입법조사처가 최근 발간한 ‘2023 국정감사 이슈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작년 국내외 OTT 서비스 7개사의 인기순위 상위 드라마 작품 14편을 대상으로 모니터링한 결과 87.5%인 12편에서 담배제품과 흡연장면이 등장했다.
OTT 오리지널 콘텐츠 중 음주를 전면에 내세우는 10개 드라마·예능 프로그램(96편)을 모니터링한 결과 음주장면이 모두 249회 묘사됐다. 1편당 음주장면이 2.6회 송출된 것이다.
반면 공중파 등 TV로 방영되는 영화나 드라마는 방송법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음주나 흡연 장면이 직접적으로 등장하지 않는다. 방송법은 방송심의에관한규정을 제정해 준수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 규정 28조는 ‘방송은 음주, 흡연, 사행행위 사치 및 낭비 등의 내용을 다룰 때는 이를 미화하거나 조장하지 않도록 그 표현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OTT는 방송법이 아닌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보호법)의 적용 대상이다. 이 법은 유해사이트나 불법정보 유통을 금지하면서 흡연이나 음주 장면에 대한 규제는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OTT의 파급력이 점점 커지고 있어 흡연과 음주 규제를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넷플릭스의 경우 7월 월간활성사용자수(MAU)는 1174만명에 달할 정도다. 물론 해당 콘텐츠가 18세 이상으로 연령 제한을 두고 있지만, 유튜브와 SNS 등을 통해 2차 공유되는 점을 감안하면 규제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에 보고서는 “OTT가 청소년의 흡연이나 음주를 조장하는 주요 경로가 될 수 있다”며 “청소년의 흡연과 음주 조장 환경을 저감할 수 있도록 규제 방안에 대해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보통신망보호법은 서비스 제공자단체가 이용자 보호를 위해 행동강령을 정하고 청소년유해정보가 유통되지 않도록 자율규제 가이드라인을 정해 시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정부가 OTT 콘텐츠 제작자와 플랫폼 업계 등에 자율규제를 이행할 수 있도록 독려를 병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일각에서는 표현의 자유와 극의 사실감 있는 전개를 위해 과한 규제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