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판결 근거로 소송 제기했지만 줄패소
올해 상반기 한화 계열사 중심 10여개 기업 패소
법원 “대법원이 판결한 ‘임금’과 과세대상인 근로소득은 달라"
서울행정법원 전경. [대법원 제공] |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기업들이 “복지포인트는 과세 대상이 아니다"라며 소송을 냈지만 잇따라 패소했다. 앞서 대법원이 “복지포인트는 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하자 이를 근거로 한 소송들이 제기됐지만, 줄패소가 이어지고 있다. 임금은 아니지만 과세 대상이라는 말이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2부(부장 신명희)는 한화손해사정이 세무서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지난 6월 원고(한화손해사정) 패소로 판결했다. 법원은 소송비용도 한화손해사정이 부담하도록 했다.
복지포인트는 기업에서 임직원에게 매년 일정하게 지급하는 것으로 회사와 제휴를 맺은 복지몰이나 오프라인 매장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다. 세무당국은 복지포인트를 근로소득으로 보고, 근로소득세를 징수하고 있다. 기업은 복지포인트 몫의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한 다음 신고기한 내에 납부하게 된다.
한화손해사정 등 기업들이 돌연 소송을 제기한 배경엔 대법원 판결이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9년 8월 “복지포인트를 근로기준법상 임금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이에 기업들은 대법원 판결 취지대로 복지포인트가 임금이 아니므로 이미 냈던 근로소득세를 다시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재판에서 한화손해사정은 “2015년에 납부한 복지포인트를 과세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며 “이미 납부한 세금 4700여만원을 돌려달라"고 주장했다. 조세심판원에서 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법원에 소송을 냈다.
법원은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이 판단한 근로기준법상 ‘임금'과 과세 대상이 된 근로소득세법상 ‘근로소득'은 다르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임금은 근로제공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금품을 의미하지만 근로소득은 근로조건의 내용을 이루고 있는 급여까지 포함하고 있어 개념상 차이가 있다"며 “소득세법상 근로소득이 근로기준법상 임금보다 더 넓은 개념이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관련 법령에 따르면 근로의 대가로 보기 어려운 복리후생적 수당도 근로소득세법상 과세 대상이 된다"며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복지포인트가 근로소득세법상 근로소득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 한화손해사정 뿐 아니라 10여개에 가까운 기업이 줄패소를 기록했다. 한화계열사를 중심으로 ㈜한화, 한화생명보험, 한화시스템, 한화솔루션, 한영회계법인, 경영컨설팅 업체, 컴퓨터 시스템 운영·개발 업체 등이 1심에서 패소하고 2심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notstr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