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5급 사무관 A씨가 담임 교사에게 보낸 편지. [초등교사노조 제공]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아동학대 혐의로 담임 교사를 신고해 직위 해제 처분을 받게 한 교육부 공무원이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른바 ‘왕의 DNA’를 가진 아이로 특별한 훈육 방식을 요구했다는 내용의 편지는 본인이 작성한게 아니라 치료기관의 자료로, 교사가 불쾌했으리라 예상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전국초등교사노조에 따르면 현 교육부 5급 사무관인 A씨는 지난해 10월 자녀 초등학교의 담임교사 B씨를 아동학대로 신고했다. A씨는 교사 B씨가 이동 수업을 거부하는 자녀를 교실에 혼자 둔 것과 자녀에 대해 학급 아이들로부터 수집한 장·단점이 학부모 대상 앱(애플리케이션)에 수시간 공유된 것을 아동학대 혐의로 봤다고 전했다. 교사 B씨는 신고 직후 직위 해제 처분을 됐으나 경찰, 검찰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아 현재는 복직된 상태다.

13일 A씨는 사과문을 통해 “20년 동안 하위직 공무원으로 일하며 선생님을 존경해야 아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며 “그러나 경계성 지능을 가진 자식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지혜롭게 대처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생님과 학교 관계자 등에게 마음의 상처를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했다.

A씨는 ‘왕의 DNA’ 편지는 본인이 임의로 작성한 게 아니라 치료기관 자료 중 일부라고 설명했다. 초등교사노조는 A씨가 담임 교사에게 “왕의 DNA를 가진 아이이기 때문에 왕자에게 말하듯이 듣기 좋게 돌려서 말해도 알아듣습니다. 지시, 명령투보다는 권유, 부탁의 어조를 사용해주세요”, “또래의 갈등이 생겼을 때 철저히 편들어 주세요”라는 내용이 담긴 편지를 보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A씨는 “교장 선생과 상담 중 아이 치료를 위해 노력한 과정을 말씀드렸더니 관련 정보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셔서 새로운 담임 선생님께 전달 드렸다. 전후 사정 충분한 설명없이 메일로 자료를 전달해 황당한 요구로 불쾌하셨을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이어 “학교 적응에 어려움이 있는 아이를 위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찾아간 기관에서 준 자료를 전달한 것이라 선생님께 상처가 되셨을 것까지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아동학대 신고 과정에서는 자신의 직업을 밝힌 바 없다고 말 했다. A씨는 “직장과 제가 (당시) 6급 공무원이었다는 사실을 단 한번도 말씀 드린 적 없다. 직업이 선생님에게 협박으로 느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며 “혹여나 진행 과정에서 제가 기억하지 못하는 실수가 있었다면 사과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아동학대 신고 이유에 대해서는 “발달이 느리고 학교 적응이 어려운 아이가 학교 교실에 홀로 있었던 사실, 점심을 먹지 못한 사실, 반 전체 학생이 우리 아이만을 대상으로 나쁜 점, 좋은 점을 쓴 글이 학교종이 알리미앱에 올라간 사실을 안 순간 부모로서 두고만 볼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학교 교권보호위원회의 결정에 대해 조속히 이행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불찰로 인해 이제까지 우리 아이를 위해 지도하고 보호해 주신 선생님들의 감사한 마음조차 훼손될까 봐 마음이 아프다. 다시 한번 당시 선생님들에게 심려를 끼쳐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