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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분? 합석하실래요?” 탑골공원 꽂힌 MZ에 ‘헌팅’ 바람
종로3가 6번 출구 앞 500m 가량 늘어선 '포차 거리'
MZ세대 新 놀이터 된 종로3가
종로3가역 6번 출구가 나오면 포장마차들이 양쪽으로 500m가량 쭉 늘어서 있다. 박지영 기자.

[헤럴드경제=박지영·박지영 기자] #. “두 명이서 오셨어요? 합석하실래요?” 지난 2일 오후 9시경 방문한 종로3가역 6번 출구 앞. 20대 중반쯤으로 보이는 남성 2명이 길거리를 걷는 여성 일행을 뒤따르다 조심스레 말을 건다. 여성들이 고개를 내젓자 머쓱한 듯 발걸음을 돌려 인근 포장마차의 빈 자리로 돌아간다.

‘종로’가 돌아왔다. 종로3가역 6번 출구부터 낙원상가까지 약 500m 되는 골목이 MZ세대들에게 ‘야장(야외 테이블) 맛집’으로 유명해지면서 일대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 ‘탑골공원’이 주는 이미지와 달리 평일 밤에도 20대 손님들이 포장마차 거리에 자리를 잡았다. 홍대 못지 않은 젊은이들의 핫플레이스가 되면서 예전에는 찾아보기 힘들던 문화까지 자연스레 스며들었다. 열대야를 맥주 한 잔으로 물리치려는 퇴근한 직장인들 사이로 삼삼오오 짝을 지어 자연스레 ‘헌팅’을 하는 모습도 눈에 띈다.

주말이 되면 일대는 더욱 붐빈다. 지난 28일 밤 10시 쯤 헤럴드경제가 방문한 일대는 대기줄이 생길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 빨강색, 파란색 간이의자와 테이블,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로 거리는 북적였다. 곳곳에서는 “자리가 없대”라는 아쉬움이 가득 묻어난 목소리가 들렸다. 목소리의 주인공들은 2030, 일명 MZ세대다.

실제 빅테이터 전문 기업 나이스지니데이타에 따르면 2022년부터 2023년 사이 종로 1·2·3·4가동 매출은 서울시 내 매출이 증가한 상권 1위 올랐다. 특히 종로3가 6번출구 포차거리를 포함하는 익선동 매출액의 55.9%는 20대와 30대 남성‧여성에서 나왔다. 반면 40대와 50대 남성‧여성 매출 비율은 34.3%에 불과했다. 종로 3가 일대 2분기 음식업종 매출은 195억5600만원으로 코로나19 이전 수준(180억 5782만원)을 넘어섰다.

MZ세대가 포차거리에 급증한 건 거리두기가 완전히 해제되고 날이 선선해진 3~4월부터다. 종로3가에서 부동산만 39년 운영했다는 최모씨는 “실외 마스크까지 해제되고 나서 MZ세대가 더 많아졌다”며 “자리가 없어서 포차마다 줄이 길게 늘어선다. 코로나 끝나고 나서는 손님이 50% 정도는 늘어난 것 같다”고 했다. 한 포차 주인도 “코로나 끝나고 나서 젊은 사람들이 확 늘었다”고 했다.

지난 5월 이곳을 찾았다는 직장인 주모(31)씨는 “친구를 만나러 서울에 올라왔는데 상상하던 종로3가의 모습이 아니어서 당황했다”며 “직장인뿐 아니라 20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사람들도 많았다. 옆자리에서 합석하는 걸 보고 ‘나도 해볼까’ 싶었다”고 말했다. 다만 8월 현재는 일부 가게가 휴가로 문을 닫고 장마, 폭염으로 야외 테이블 수요가 줄어들면서 봄철에 비해 다소 한산한 모습이다.

북적이는 종로3가역 6번 출구 포장마차 거리. “자리가 없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렸다. 박지영 기자.

30대, 40대가 주로 찾던 종로3가 포차거리 연령대가 내려간 건 MZ세대 사이 ‘뉴트로(New+Retro)’ 열풍이 불면서다. 새로움과 복고가 합쳐져 만들어진 신조어다. 낭만이 가득했던 90년대 감성을 즐기는 게 핵심이다. 포차거리를 방문한 여모(33)씨는 “갇혀 있는 공간보다는 밖에서 먹을 수 있는 야장이라는 매력이 있다”며 “레트로한 분위기도 한 몫 하는 것 같다”고 했다. 박모(32)씨는 “요즘 낭만이 유행인데 낭만이 90년대 감성으로 표현되고 있어 MZ세대들이 야장을 선호하는 것 같다”고 했다.

종로3가 포차거리가 MZ세대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건 익선동이 ‘핫플레이스’로 슬금슬금 부상하기 시작하면서다. 5년 전 익선동이 알려지기 시작할 즈음 포차거리도 젊은 세대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한 포장마차 점주는 “갈매기살 골목에서 밥을 먹고 나오면 익선동에서 카페를 갔다가, 저녁에는 포차로 오는 젊은 사람들이 많다”며 “낮에는 없던 포장마차가 해가 지면 생기니까 외국 같고, 이색적이라는 말을 하더라”고 귀뜸했다. 나이스지니데이타 관계자는 “종로에 익선동과 서순라길이 고객 유입을 이끌었다고 볼 수 있다”고 짚었다.

오후 10시쯤 방문한 을지로 노가리 골목. 대기 없이 바로 테이블에 앉을 수 있었다. 박지영 기자.

종로3가가 북적이는 사이 야장계의 투톱으로 불리는 서울시 중구 ‘을지로 노가리 골목’의 인기는 주춤하고 있다. 인근 재개발로 공사판이 들어서면서 ‘풍광’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지난 달 29일 헤럴드경제가 밤 10시쯤 방문한 을지로 노가리 골목은 빈 테이블이 군데군데 보였다. 점원은 “자리 있어요”라며 호객행위를 하기도 했다. 자리에 앉으니 노가리 골목을 둘러 싼 회색 가림막이 눈에 띄었다.

인근 부동산 사장 이모씨는 “손님이 눈에 띄게 줄진 않았지만 재개발 등으로 예전만큼은 아니다”라고 했다. 노가리 골목 일대를 점령한 대형 술집을 아쉬워하는 목소리도 있다. 같은 시각 을지로를 방문한 이모(26)씨는 “예전에는 탁 트여서 좋았는데 지금은 앉으면 공사장 가림막이 보여서 아쉽다”며 “예전엔 다른 호프집도 많았는데 지금은 만선랜드에 들어온 느낌”이라고 했다. 술집 ‘만선 호프’의 분점이 골목을 메우면서 다채로운 맛이 사라졌다는 의미다.

go@heraldcorp.com
park.jiye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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