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정상이 오는 18일 미국 캠프데이비드에서 열리는 3국 정상회의에서 북핵 대응 공조와 3국간 안보협력 범위를 크게 확대, ‘다자안보협의체’ 수준으로 격상시키는 방안을 논의할 전망이다. 정상간 핫라인을 개설하고 3국 정상회의를 정례화하는 방안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3국간 안보협력을 ‘동북아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동북아판 쿼드(Quad, 미국·일본·인도·호주 안보협의체)’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셈이다. 이 경우 한일 사이의 안보협력 역시 사실상 ‘준(準)동맹’으로 격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인도태평양 역내에서 중국 견제를 강화하기 위한 미국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3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한미일 3국은 오는 18일 캠프데이비드에서 정상회의 후 공동성명을 내놓는 방안을 준비 중이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전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미일 정상회의 개최 취지에 맞는 적절한 문서를 발표하는 문제를 놓고 협의 중”이라고 했다.

3국 정상이 다자회의가 아닌 별도의 정상회의를 갖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인 만큼, 상당히 진전된 수준의 3국 간 포괄적 협력 방안 등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대통령 별장인 캠프데이비드에 처음 초대한 외국 정상이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라는 점도 ‘한미일 3각 동맹 강화’에 대한 미국의 강한 의지를 보여준다는 평가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이 이번 정상회의 공동성명에서 ‘한·일이 각각 공격 받을 경우 서로 협의할 의무가 있다’는 문구를 포함시키길 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백악관은 한국과 일본이 북한 및 중국 관련 공통의 취약성을 안고 있는 만큼 억지력 강화와 군사 협력 촉진을 명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전했다.

공동성명에는 이와 함께 3국 군사훈련, 사이버안보, 미사일방어, 글로벌 공급망 구축 등 경제·안보 강화 조치들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한미일 정상은 지난해 11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대북 억지력 강화 협력을 담은 ‘프놈펜 선언’을 채택했는데, ‘캠프데이비드 성명’이 나올 경우 한층 진전된 3국간 안보협력 방안을 담을 것이란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한일 간 군사 협력 확대를 원하는 목적은 중국을 견제하려는 데 있다고 분석한다. 북한의 핵·미사일 대응이 명분이지만, 궁극적으로 중국과의 경쟁 상황에서 한일 간 연계가 중요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다만 한일 간 ‘준동맹’ 수준의 협력은 한국 내 정치적 파장이 크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특히 독도를 두고 마찰을 빚고 있는 한일 양국이 군사동맹 수준의 안보협력이 가능한지 의문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아직까지 양국 간 과거사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본의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방류가 가시화하고 있는 만큼 국내 반발 여론이 더욱 증폭될 가능성도 있다.

정윤희·최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