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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 문’ 설경구 “김용화 감독 믿고 출연…김희애 현장서 못봐”[인터뷰]
‘달 고립’ 대원 구하는 우주센터장役
“우주 SF 안 좋아하지만 김용화 믿었다”
완성도 높은 VFX…오싹하고 웅장해
비대면 연기에 동료 배우 거의 못봐
[CJ ENM 제공]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그저 우주와 달 앞에서 초라한 인간일 뿐이었어요. 우주센터장이라고 할 만큼 이 바닥의 지식을 많이 알아도 할 수 있는 게 없었어요. 너무 나약하고 무기력한 존재라는 생각을 많이 했죠.”

배우 설경구는 지난 1일 서울 삼청동에 가진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영화 ‘더 문’에서 동료를 구하려고 애쓰는 전직 우주센터장 김재국을 연기하며 느낀 소회를 이같이 전했다.

2일 개봉한 ‘더 문’은 2029년 불의의 사고로 달에 홀로 고립된 우주 대원 황선우(도경수)의 생존 여정을 그린다. ‘신과 함께’ 시리즈로 쌍천만 신화를 쓴 김용화 감독의 신작이자 국내 극장에서 개봉하는 최초의 우주 SF(science fiction) 영화다.

[CJ ENM 제공]

설경구는 황선우의 생존을 필사적으로 돕는 전직 우주센터장으로 나온다. 화려한 커리어를 쌓은 센터장이지만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소백산의 천문대에 들어가 칩거하는 인물이다. 그러나 황선우의 달 고립 소식을 듣고 한달음에 달려온다. 그는 생존 위기에 놓인 황선우에게 과거사를 둘러싼 진실을 뒤늦게 고백하며 용서와 화해의 메시지를 전한다.

설경구는 본래 우주 SF를 좋아하지 않았다. 완성도 높은 우주 SF를 제작하기 위해선 대규모의 제작비가 관건이라는 점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이 영화에 출연한 것은 김 감독에 대한 전적인 신뢰 때문이었다.

그는 “우주 SF 장르를 썩 좋아하지 않았고, 할리우드 우주 영화에 비교해 10분의 1 수준의 예산으로 우주를 제대로 구현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것도 알았다”면서도 “김 감독 만큼은 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강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더 문’을 시사한 뒤 오싹함과 웅장함을 감출 수 없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CJ ENM 제공]

설경구는 “황선우가 고립된 순간은 오싹한 반면, 영화로 구현된 우주는 웅장했다”며 “실제 세트와 VFX(시각특수효과)가 조화를 잘 이뤄 실제 달처럼 리얼하게 와닿았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의 공을 모두 김 감독에게 돌렸다. 적극적이고 명확한 김 감독의 디렉팅과 사실적인 VFX 덕분에 작품의 완성도가 높았다는 것이다.

그는 “김 감독은 현장에서 배우 연기에 대한 반응이 즉각적”이라며 “감독이 원하는대로 연기가 나오면 기뻐서 소리를 지를 정도로 얼굴에 바로 드러나니 배우로서 연기할 때 신이 난다”고 설명했다.

특이하게도 ‘더 문’은 주연 배우들의 대면 연기가 거의 없다. 극 중에서 황선우와 김재국이 만나는 장면은 두 컷 정도에 불과하다. 황선우가 달에 고립돼 있는 만큼 우주센터의 모니터에 뜬 영상만 보며 연기하는 경우가 잦았다. 설경구는 현장에서 NASA 디렉터 윤문영을 맡은 김희애와도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다. 의도치 않게 코로나 시국에 안성맞춤인 비대면 연기를 한 셈이다.

[CJ ENM 제공]

그는 “이번처럼 비대면 연기를 많이 한 적은 처음”이라면서도 “제작진이 실제 우주센터와 다름 없는 세트장을 만들어줘서 연기에 몰입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강조했다.

설경구는 전직 우주 센터장으로 나오는 만큼 극 중에서 일반인이 이해하기 쉽지 않은 전문 용어를 많이 사용한다. 그는 용어를 기본적으로 이해하고 역을 맡았지만 이를 ‘이해’했다고 받아들이지 않았다.

설경구는 “우주에 한 평생을 바쳐서 연구하는 분들이 계신데, 우주 용어를 몇 달 외웠다고 해서 이해했다고 말할 수 없다”며 “실제 우주선을 작동해보지 않는 한 이해하는 것은 말이 안될 뿐더러 그 전문가들에 대한 모독”이라며 몸을 낮췄다.

그의 겸손함은 후배들을 대할 때도 묻어난다. 그는 ‘지천명 아이돌’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아이돌 출신 연기자들과 호흡을 많이 맞췄다. 2PM 이준호, 갓세븐 박진영, 임시완, 설현에 이어 도경수는 5번째 같이 한 ‘연기돌’이다. 후배들에게 연기 조언을 해주냐는 질문에 그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설경구는 “내가 조언하는 순간 내 것을 후배에게 심어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일체 조언해주지 않는다”며 “선배라는 권력으로 나서면 안된다”고 정색했다. 그는 이어 “아이돌 출신 배우들에 대한 선입견이 전혀 없고, 배우 대 배우로서 연기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CJ ENM 제공]

그는 ‘더 문’의 강점으로 ‘전 세대를 아우르는 체험형 영화’라는 점을 꼽았다. 한국 영화에 있어서 큰 도전으로 여겨지는 사실적인 우주 SF이자 온 가족이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는 주제라는 것이다.

“‘더 문’은 체험형 영화에요. 시행착오가 있더라도 누군가 이러한 영화를 시작해야 발전한다고 생각해요. 동시에 할아버지와 손주가 영화를 같이 보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죠. 저도 조만간 아이과 함께 보러 가려고요. 아이가 어떻게 볼지 궁금하네요. ”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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