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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편 니코틴 살인사건’ 유무죄 다시 다툰다…대법원 “다시 재판” 이유는?
1·2심에서 징역 30년 선고됐지만
대법원 “다시 재판”, “유죄 확신 의문점 있어”
“다른 경위로 니코틴 음용했을 가능성 배제할 수 없어”
대법원 전경. [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치사량의 니코틴 원액이 든 음식물을 남편에게 먹여 살해한 혐의로 1·2심에서 징역 30년을 받은 선고받은 아내가 유·무죄를 다시 다투게 됐다. 대법원이 “유죄 확신을 주저하게 하는 의문점이 있다”며 “다시 재판하라”고 판결하면서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27일 아내 A씨에게 살인 혐의로 징역 30년을 선고한 원심(2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수원고법에 돌려보냈다. 형사 재판에서 유죄가 인정되려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혐의가 입증돼야 하는데, 대법원은 부족하다고 봤다.

다만 대법원은 “다시 판단하라”고 했을 뿐 아직 A씨에 대한 무죄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향후 파기환송심에서 아내 A씨의 살인 혐의에 대해 다시 검찰과 변호인의 공방이 벌어질 전망이다.

이 사건은 2021년 5월, A씨의 남편이 자택에서 사망하면서 벌어졌다. 당시 남편은 A씨가 건넨 미숫가루·흰죽을 먹고 고통을 호소하며 응급실을 다녀왔다. 귀가 후 아내에게 찬물을 건네받아 마신 뒤 1시간~1시간 30분 뒤 사망했다. 사인은 ‘급성 니코틴 중독’이었다.

수사기관은 아내 A씨를 범인으로 지목했다. 남편은 담배를 피우지 않았는데, A씨의 소지품 중엔 액상 니코틴이 포함된 전자담배가 있었다. 주변인들은 “평소 부부가 돈 문제로 자주 다퉜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A씨 측은 “남편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앞서 1·2심은 A씨의 살인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1심은 지난해 5월, “피해자 사망 전후 사정을 볼 때 제3자에 의한 살해 가능성은 작다”고 판단했다. 2심도 지난 2월, “유서가 발견되지 않은 사정 등을 고려했을 때 남편이 스스로 액상 니코틴을 음용하는 방법으로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은 작다”며 유죄 판결을 유지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피해자가 다른 경위로 니코틴을 음용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점, 피해자의 니코틴 음용 추정량에 의문이 있는 점 등에 주목했다.

대법원은 “부검 결과는 피해자가 응급실을 다녀온 후 과량의 니코틴 투여가 있었음을 추정하게 하는 의미가 있을 뿐”이라며 “A씨가 찬물에 니코틴 원액을 타서 피해자에게 마시게 했다는 공소사실이 증명된다고 볼 순 없다”고 밝혔다.

이어 “A씨가 피해자에게 줬다는 물컵엔 물이 2/3 이상 남아있었다"며 “피해자가 물을 거의 마시지 않고 남긴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A씨의 소지품에 포함된 전자담배의 니코틴 함량은 피해자의 니코틴 음용 추정량과 비교할 때 차이가 상당히 크다”며 “범행에 사용된 제품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범행 계기에 대해서도 1·2심은 A씨가 남편의 재산을 노리고 범행한 것으로 판단했지만 대법원은 “해당 동기가 계획적으로 배우자를 살해할 만한 충분한 동기로 작용했는지에 대해 의문이 있다”고 덧붙였다.

notstr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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