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관계자들이 서이초 교사 추모 및 재발방지 대책 교사 의견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 서울 서초구 교사 사망을 계기로 퇴근 후 학부모 민원에 시달리는 교사들의 현실이 재조명되면서, 학부모의 민원 처리·소통 방식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통합 민원창구를 개설하거나 교사 개인의 연락처를 공개하지 않고도 학부모와 소통할 수 있는 공공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26일 교육계에 따르면, 일선 학교에서는 교사 개인의 연락처 공개 없이 학부모와 전화 통화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민간 앱이 활성화돼 있다. 일부 교육청은 교사에게 업무용 휴대전화·전화번호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상당수 교사는 학부모에게 개인 연락처를 공개한다.
맞벌이 등으로 일과 시간 후에야 연락이 자유롭거나 긴급한 사정이 생겼을 때 비상 연락망을 가동해야 한다는 학부모의 요청을 교사들이 거절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특히 중·고등학교의 경우 성적 확인, 수행평가 알림 등 학생들과의 즉각적인 단체 공지를 위해 교사들이 개인 연락처를 공개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교사들이 공개한 개인 연락처가 시도 때도 없는 학부모의 악성 민원창구로 악용되면서 교사들의 고충이 커지고 있다.
최근 서울 서초구 학교에서 숨진 신규 교사 역시 개인 휴대전화로 학부모의 민원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10년 차 초등학교 교사 A씨는 "(숨진 교사가) 민원에 시달렸다는 점에 너무나 공감했다. 연락처를 공개하면 한밤이나 새벽에 학부모에게서 전화 받는 경우가 꽤 많이 생긴다"고 말했다.
서초구 교사 사망 사건을 계기로 교육계에서는 학부모 민원 처리와 소통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우선 교사 개개인이 처리하던 학부모 민원을 다른 공공기관이나 민간 기업처럼 학교 홈페이지, 메일 등에 개설된 통합 민원 창구로 일원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교육부 역시 최근 비슷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교권본부장은 "민원 내용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관리직 교원과 해당 교사 사이에 갈등이 발생할 소지가 있고, 학부모 입장에서는 학내 처리를 자기 식구 감싸기로 볼 수도 있다"며 "학교장뿐 아니라 학교 운영위원장, 지역 상담가 등 외부인이 참여하는 위원회를 통해 민원을 처리하는 방안도 고려해봐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일각에서는 개인의 연락처를 공개하지 않고 학부모와 전화 통화가 가능한 공공 앱을 교육부가 개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알림장, 가정통신문 게시 기능, 전화 통화 기능 등 학부모 소통 기능이 강화된 공공 앱이 있을 경우 교사가 개인 연락처를 공개할 필요성이 줄어들 수 있어서다.
현재 일선 학교에서 교사들이 사용하는 앱은 모두 민간에서 만들어졌다.
각종 광고로 도배돼 있어서 쓰기가 불편하고 공공 업무인데도 사실상 민간에 위탁하는 모양새가 돼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이 제기돼왔다.
원주현 교사노동조합연맹 정책기획1실장은 "4세대 나이스(NEIS·교육행정정보시스템)를 개편하며 앱을 만들 때도 교사 편의를 위해 소통을 돕는 시스템을 고민해달라고 했지만 교육부가 나서지 않았다"며 "교사 개인정보를 많이 노출하지 않고 학부모와 소통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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