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각종 지원을 몰아주는 국가 첨단전략사업 특화단지 7곳이 선정됐다. 반도체 2곳(용인·평택, 구미), 2차전지 4곳(청주, 포항, 새만금, 울산), 디스플레이 1곳(천안·아산)등으로 반도체는 경기도 중심, 2차전지·디스플레이는 비수도권 집중이 특징이다. 그동안 지역 민원 때문에 전력망을 끌어오지 못하고, 높은 세금 때문에 투자를 망설여온 기업들에 킬러(핵심) 규제 철폐와 세제·예산 지원, 전력·용수 기반시설 등의 혜택을 제공해 짧게는 2026년, 길게는 2042년까지 614조원의 민간 투자를 이끌어내겠다는 포석이다. 이번에 빠진 바이오 특화단지도 연내에 지정되면 대한민국의 4대 미래 먹거리가 웅비할 수 있는 큰 그림이 그려지게 된다.
반도체 특화단지가 반도체기업들이 몰려 있는 경기도에 조성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562조원을 쏟아부어 메모리 세계 1위는 지키고, 시스템은 2030년 점유율 10%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반도체는 각국이 천문학적 인센티브를 내걸고 기술패권을 쥐기 위해 사생결단의 자세로 달려드는 분야다. 단순 산업 비즈니스를 넘어 안보와 직결된 영역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세계 최대 소비시장인 중국과의 마찰을 불사하고 대만 옹위에 나선 것도 파운드리 부문 세계 최대 기업인 TSMC를 대만이 보유하고 있어서다. TSMC가 중국 수중에 들어가는 순간 반도체 기술패권이 중국으로 넘어갈 수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기술대국의 위상을 더 공고히 해야 미국을 비롯한 자유진영이 한국 안보의 든든한 우군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번 특화단지 중 돋보이는 대목은 32년간 헛돌던 새만금이 ‘2차전지 메카’로 대변신할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이다. 노태우 정부 시절 대선공약으로 개발이 추진됐던 새만금은 역대 정권의 개발 청사진에도 30년이 넘도록 우여곡절을 겪으며 뚜렷한 좌표를 갖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SK온, LG화학 등 2차전지를 비롯한 기업들이 본격 투자에 나서면서 지역경제가 활기를 띠고 있다. 전북연구원은 이번 지정으로 기업 유치가 성공적으로 진행되면 생산액 8조5000억원, 고용유발 효과 3만2000명이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민간기업이 투자에 나서야 지역경제가 살고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사실이 새만금에서도 입증되길 바란다.
특화산단 지정의 최종 목표는 글로벌 첨단산업 대전에서 승리할 초격차기술 확보다. 그러려면 공업용수 문제로 착공이 16개월이나 지연됐던 SK하이닉스 용인클러스터 사례가 반복돼서 안 된다. 첨단산업은 국가대항전이 된 지 오래다. 정부와 지자체, 민간이 원팀이 돼 총력을 쏟아야 승기를 잡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