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AS “獨 고령 노동자, 대부분 정규직…비정규직 적어”
연금 개혁, 일자리 지원 정책 등 추진
오는 2031년까지 만 67세로 연금 수급 개시 연령대 상향
하조 홀스트 “행정부터 물류까지…못 만들 노인 일자리 없어”
“고령 인구 뽑는 기업에 정책적 지원 필요”
[헤럴드경제] |
[헤럴드경제=김영철·김용훈 기자] “고령 인구가 필요한 사회를 조성하는 것이 주요 목표다. 더 많은 연령대가 일하고, 특히 고령자들이 새로운 기술을 배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12일 독일 연방 노동사회부(BMAS)는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고령자들이 노동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정책적 질문에 대해 이 같이 답했다. BMAS 관계자는 "(독일에서) 대부분의 고령 근로자들이 정규직이다. 지난 2021년 기준 만 55세~64세 비정규직 고령 근로자는 13.4%로 흔치 않다"고 설명했다.
저출산과 고령화. 언뜻 별개인 것 같은 이 두 가지 현상은 필연적으로 동시에 진행된다. 또한 둘 모두 국가의 경제 발전에서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출산 인구가 낮아지고 고령 인구가 늘어날수록 생산가능인구는 줄어들기 때문이다. 결국 합계출산율을 반등할 수 있는 정책을 내놓는 동시에, 노인 인구를 생산가능인구로 최대한 활용하는 방법은 현재 우리 사회가 마주한 과제다.
고령화가 전 세계적인 현상인 만큼, 독일도 정년이 임박해오는 인구를 어떻게 활용할지를 두고 고심이 깊다. 지난해 8월 BMAS의 발표에 따르면 오는 2036년까지 약 1290만명의 인구가 정년을 넘긴다. 이는 지난 2021년 기준 노동 시장에서 전체 경제활동 인구의 30%에 조금 못 미치는 수치다.
고령 인구를 노동시장에서 활용하기 위한 방안으로 독일은 공적연금의 수급 개시연령 상향과 일자리 지원 정책을 택했다. 고령에 진입하는 현세대 고령자들이 이전 세대의 고령자들보다 교육 수준과 기대 수명이 높은 점을 반영한 결과다. 이에 따라 독일은 오는 2031년까지 공적연금의 수급개시 연령을 만 65세에서 67세로 상향 중이다.
BMAS 관계자는 독일에서 고령자들의 고용률이 높은 배경에 대해선 “고령자 진입 세대에 대한 연구를 기반으로 적절한 정책적 선택이 있었다”며 “노동 시장이 다양해진 것뿐만 아니라 연금 개혁으로 수급 연령이 상향되고 있는 점도 고령자들의 고용률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요한 것은 고령자들의 노동력을 최대한 오래 유지하고 근로 욕구를 증진하는 데 있다. 개인이 원하는 범위 내에서 근로시간을 단축할 수 있고, 정년 이후에도 근로를 이어갈 경우 연금 수령액도 증가한다”며 “올해 1월 1일부턴 조기 퇴직한 고령 근로자도 연금 삭감 없이 추가 소득을 무제한으로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26일 독일 베를린의 한 강가에서 시민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김영철 기자 |
독일의 고령자 고용률은 유럽연합(EU) 국가 가운데 스웨덴과 덴마크 다음으로 가장 높다. BMAS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기준 만 55세부터 64세 사이의 고령 인구의 고용률은 72%로 9년 전인 2012년보다 10%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EU 국가들의 평균 고령자 고용률이 60%인 것보다 12%포인트 더 높다.
반면 고령 근로자들의 고용 형태에서 비정규직은 적은 수준이다. 독일 연방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만 55~65세 가운데 정규직에 속하는 표준 근로자 수는 653만9000명이며, 비정규직 등이 있는 비정형적 근로자 수는 177만5000명이다.
고령자들의 노동 시장 진출을 위해 다양한 정책적 지원도 수반되고 있다. 지난 2019년부터는 ‘자격 기회의 법률(Qualification Opportunities Act ; Qualifizierungschancengesetz)’을 통해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교육 보조금을 지원한다. 나아가 이듬해 4월에는 ‘내일 근로 법률(the Work of Tomorrow Act ; Arbeit-von-Morgen-Gesetz)’을 시행해 노동 구조 변화에 따른 직업 훈련을 촉진하고 훈련 기금을 더욱 개발하고 있다. 그 결과, 올해 1월부턴 ‘시민 복지법(the Citizen’s Benefit Act ; Bürgergeld-Gesetz)’을 통해 구직자들에게 최저 생활을 위한 보조금을 지원하고 교육 훈련을 마칠 때마다 추가 보조금을 제공한다.
지난 5월 16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진행된 일터혁신 국제컨퍼런스에서 하조 홀스트(Hajo Holst) 독일 오즈나브뤼크 대학 경제 사회학 교수가 발언하는 모습. [사진=김영철 기자] |
독일 오즈나브뤼크대학의 하조 홀스트(Hajo Holst) 경제사회학 교수는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노인 일자리에 대해 “노인들을 위한 건강한 일터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이들이 유연하고 혁신적인 일자리를 가질 수 있도록 학습 계획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일각에선 젊은 사람들만 혁신적인 일자리를 가질 수 있다고 보지만, 고령 노동자도 다년간 쌓아온 경험과 지식을 토대로 얼마든지 혁신적인 일자리를 가질 수 있다”며 “고용주부터 이 같은 편견을 깨야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독일 인구가 9000만명에 육박하는 가운데, 독일 연방통계청(Federal Statistical Office of Germany)의 발표에 따르면 독일은 67세 이상의 노인 인구가 현재 400만명에서 2030년에 들어서선 최대 2000만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대해 홀스트 교수는 “독일에서도 65세까지 일할 수 있는 직업을 아직 만들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대부분 산업에서 노동자들이 63세에 조기 퇴직하고 있기에 연금 수급 연령인 67세 전까지 공백이 발생한다”며 “화이트칼라와 블루칼라 노동자의 임금부터 은퇴 시기가 서로 상이하기에 연금 수령액에서도 차이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서도 노인 인력을 활용할 수 있는 일자리 방안을 수없이 내놓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전체 노인 일자리 중 공공형 일자리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민간형 일자리가 늘어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월 한국노인인력개발원에서 발표한 ‘2021년 노인 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 통계 동향’을 보면 지난 2021년 공공형 일자리의 비중은 62만5808개로 전체 일자리 가운데 74.8%를 차지했다. 전체 노인 일자리 중 민간형 일자리는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셈이다.
민간형 노인 일자리를 더 많이 창출하기 위해선 기업에 대해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홀스트 교수는 “체력적 어려움이 따르지 않는 일자리라면, 사무직과 행정직 등 거의 모든 직종별로 노인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며 “물류, 행정 업무 등 노인 인력을 활용할 직업들은 얼마든지 발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에서 더 많은 노인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정부 역할도 빼놓을 수 없는 셈이다. 홀스트 교수는 “기업이 고령의 노동자들을 위한 일자리를 제공한다면, 이들에 대한 직업 훈련과 교육 등 비용을 정부가 부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노사 갈등을 풀어나가기 위한 열쇠로 사회적 대화가 제시된다. 최근 한국에서도 이른바 MZ세대를 주축으로 출범한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가 집회 대신 다양한 쟁의행위 방식으로 정부와 대화를 시도하는 것처럼, 물리적 충돌로 이어지는 노사갈등은 지양해야 한다는 것이다.
홀스트 교수는 “독일의 근로자협의회(Work Council)는 공동경영기관에 가깝다”며 “가령 공장을 새로 유치할 경우 어디에 공장을 짓고, 어떠한 제품을 생산할 것인지도 근로자 위원회가 사측과 협상한다. 이러한 협력 관계는 독일 기업들의 성공 열쇠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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