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피부양자 제도 개선 입법, 2년째 계류 중
입법 취지 공감하지만…“외국인 의료보장 과도하게 축소 우려”
지난달 2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청에서 본회의가 열리고 있다. 임세준 기자 |
[헤럴드경제=신현주 기자] #중국 여성 A씨는 지난해 3월 ‘한국 국민 보험 양털 뽑기 알려드려요’라는 제목의 영상을 게재했다. ‘양털 뽑기(하오양마오, 薅羊毛)’란 중국 젊은 층에서 사용하는 신조어로, ‘본전을 뽑는다’는 개념이다. A씨는 경기도 한 치과에서 스케일링 발치 치료한 영수증을 공개하며 “다 합해서 3만8500원밖에 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중국 SNS 샤오홍슈 이용자 B씨는 서울 강남의 한 한방병원 비용 안내문 사진을 게재했다. 사진에 따르면 이 병원은 건강보험 적용 후 혜택가를 중국어로 제작해 비치하고 있었다. 게시자는 한국의 ‘실비’와 ‘국민보험’을 이용해 1만원으로 정골 치료를 받았다고 했다.
정치권에서 중국 국적 외국인의 ‘건강보험 먹튀’ 논란이 거세다. 외국인 건강보험료가 5년 연속 흑자를 기록하는 가운데, 유독 중국 국적 외국인 대상 건강보험료만 적자를 기록 중이다. 이른바 ‘중국인 건강보험 먹튀’를 방지하기 위한 입법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샤오홍슈 캡처] |
13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1대 들어 ‘외국인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 요건 강화’를 골자로 한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은 총 2건(송언석,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 대표발의안)이 발의됐다. 두 법안 모두 외국인 피부양자로 건강보험에 가입할 때 ‘국내 거주 6개월 이상’이라는 조건을 두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 2018년 12월부터 직접 보험료를 내는 외국인 지역가입자도 국내에 최소 6개월을 거주해야 건강보험 혜택을 받도록 제도가 바뀌었는데 외국인 피부양자에게는 거주 기간 제한을 두고 있지 않아 형평성 문제가 제기됐다.
지난 2021년 발의된 두 법안은 각각 지난 2021년 4월, 지난해 4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담당 소위원회에 회부됐지만 아직 안건상정조차 되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 복지위 관계자는 “각 법안 발의 당시엔 코로나19가 유행이었고,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있어서 (정치권에서는) 해당 법안을 주요 이슈로 보지 않았다”며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교섭단체 이 문제를 지적했지만 더불어민주당에선 해당 법안이 자칫 ‘반중 정서’를 자극할 수 있다고 인식하고 있는 듯 하다”고 전했다. 현재 복지위원장은 민주당 소속의 신동근 의원이 맡고 있다.
정부도 법안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신중 검토’ 입장을 내놓았다. 보건복지부는 검토보고서에서 “일부 외국인의 기회주의적 의료 이용 행태를 방지하고 건강보험 재정건전성을 개선하기 위한 법률 개정 취지에 공감한다”면서도 “국내입국 외국인에 대한 의료보장 범위를 과도하게 축소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복지부 관계자는 헤럴드경제에 “해당 입장은 지난 2021년 당시 검토보고서에 있던 내용이지만 ‘외국인 피부양자 제도개선’이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로 포함되면서 현재는 법 개정을 위해 국회의 법안 논의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도 외국인 피부양자제도의 악용을 방지해야 한다는 데는 동의했지만 “직장가입자와 관계상 일정 범위 내에 있는 가족에 대해서는 국내 거주 요건을 적용하지 않고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해주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했다.
여권에선 사회보장기본법 제8조에서 ‘사회보장제도 적용의 상호주의 원칙’을 명시하고 있으므로 외국인 건강보험 피부양자 제도 손질은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다.
헤럴드경제가 입수한 국민건강보험공단 ‘외국인 피부양자 국적별 보험료 부과 대비 급여비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2년 중국 국적 피부양자는 1인당 190만원의 건강보험 급여비를 받았다. 이는 전체 외국인 피부양자 평균(160만원)보다 30만원 많은 수치로, 지난 2022년 기준 가입자 수 합계 상위 10개국 중 유일하다.
외국인 가입자가 많은 10개국은 중국, 베트남, 네팔, 미국, 우즈베키스탄, 필리핀,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미얀마, 태국 등이다.
구체적으로 미국(160만원), 태국(120만원), 우즈베키스탄 캄보디아(110만원), 인도네시아(100만원)베트남 필리핀(90만원), 네팔(80만원), 미얀마(70만원) 순이었다.
지난 2020년, 2021년 수치에서도 중국 국적 외국인이 ‘1인당 평균 급여비’가 가장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2020년의 경우 전체 외국인 급여비는 1인당 120만원이지만 중국 국적 외국인이 받은 급여비는 1인당 150만원이었다. 2021년엔 전체 평균 140만원, 중국 국적 평균 170만원이었다. 지난 3년간 ‘1인당 평균 급여비’가 가장 많은 국가는 중국이었다.
여권 관계자는 “1인당 급여비가 평균을 웃돈다는 내용의 수치는 중국인이 다른 국적 외국인보다 자주, 비싼 진료를 받는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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