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호뿐인 규탄대회’ 피로도↑ 우려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오염수 투기 반대 촉구 결의대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
[헤럴드경제=이세진·양근혁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국회에서의 1박2일 철야 농성을 진행하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반대’ 총공세를 퍼붓고 있지만 이슈 효능감에 대한 고민도 거듭하고 있다. 야당으로서 실질적으로 방류를 저지할 묘수를 찾아내거나, 또는 주변국과의 협조를 이끌어내기 쉽지 않다는 현실 벽에 부딪히면서다. 당은 전국적으로 확대하기로 한 장외투쟁 당위성을 지속 설파하면서도 여론 불씨가 꺼질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7일 민주당은 철야농성을 포함한 17시간여의 비상행동을 마치고 장외 여론전을 지속하기 위한 ‘전국 국민버스 투어’를 시작했다. 앞서 부산과 인천, 서울에서의 규탄대회를 진행한 데 이어 ‘국민버스’로 열기를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향후 호남과 충청, 제주에서 이어가기로 한 장외 집회도 순차적으로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앞서 전날 저녁 7시부터 민주당은 국회 본청 로텐더홀에서 ‘윤석열정권 후쿠시마 오염수 투기 반대 천명 촉구 비상행동’을 열어 당내 의원들을 소집했다. 비상행동 선언 후 1차 릴레이 필리버스터를 진행하고 자정께부터는 철야농성에 들어갔다. 의원들은 소속 상임위원회 별로 조를 짜 교대로 돌아가며 자리를 지켰다.
이어 이날 오전 8시부터는 2차 릴레이 필리버스터를 진행한 뒤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이재명 대표의 개회 선언을 시작으로 지도부가 공개 발언을 이어갔다. 의원들은 필리버스터 시작 전 함께 아침 체조로 몸을 풀며 투쟁 의지를 다지는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오염수 투기 반대 촉구 결의대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
마지막 순서는 이날 오전 11시에 열린 결의 대회였다. 의원들과 당직자, 시민 참여자 등이 국회 본청 앞 계단에 모였다. 이들은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반대”, “IAEA 보고서는 일본 맞춤형 깡통 보고서”라는 문구가 들어간 피켓을 손에 들고 오염수 투기 반대 구호를 외쳤다. 민주당 중앙당은 이 자리에 약 1500명의 인원이 모였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밤새 후쿠시마 오염수 투기 저지를 위해 함께 해준 의원, 보좌진, 그리고 당직자에게 감사드린다”며 “국민과 함께, 당원 동지들과 함께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투기를 막기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국민 생명과 공동체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불확실한 위험에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는 “어제 저녁 7시부터 시작된 민주당 비상행동이 17시간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며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유출된 막대한 방사능이 엄청난 재앙을 초래하기까지 걸린 시간이 17시간”이라고 설명했다. 박 원내대표는 “그때를 기억하고, 그때의 절박함으로 후쿠시마 핵물질 오염수 해양 투기를 막아내자는 결의를 다지기 위해서 더불어민주당이 국민 여러분과 함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오염수 투기 반대 촉구 결의대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
결의대회는 ‘국민 버스’ 출발로 마무리됐다. 전용기 의원은 “오늘 버스가 전남을 시작으로 전국 각지를 다니며 오염수 투기를 반대하는 국민과 함께 할 것”이라고 했다. 전 의원은 “국민 안전과 우리 바다를 지키기 위해 우리 민주당이 전국적으로 나서겠다.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린다”며 장외투쟁을 이어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 같은 민주당 장외투쟁 방침을 두고 당내에서도 “국민 효능감이 있느냐”는 분위기도 읽힌다. 국민 80% 이상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고 있다는 여론조사를 등에 업고 장외투쟁을 이어가고 있지만, 구호 뿐인 행동으로 오히려 국민 피로도만 높이고 있다는 우려에서다. 민주당 한 의원은 “장외투쟁 한다고 무엇이 달라지겠는가. 야당으로서 선명성을 강조하는 것 외에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지거나 하는 실익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현재는 국민들이 심드렁하고 관심도가 떨어진 모습이지만, 향후 오염수 방류 이후 어민과 상인들의 피해가 닥치면 상황은 반전될 수 있다”면서 “그 때 그들의 목소리를 흡수하기 위해서는 명맥을 유지하는 차원에서라도 장외투쟁을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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