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서민 금융기관인 새마을금고 창구에서는 요즘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예금을 찾으러 온 고객이 “원리금을 모두 보장해 달라는 내용의 각서를 써 달라”고 요청하고 있고 지점장도 이에 응하며 예금 인출 사태를 막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다른 금융권과 마찬가지로 새마을금고 예금자도 1인당 5000만원까지 보호되지만 불안심리 앞에선 무용지물이다. 지난해 금리상승기에 시중은행에 비해 높은 예·적금 금리를 내걸어 ‘오픈런(대기고객 장사진)’이 벌어졌던 새마을금고 지점 곳곳에서 정반대의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조짐이 일고 있는 것이다.
올해 3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과 크레디트스위스(CS) 사태가 발생하며 ‘은행 위기’는 일찌감치 고조됐다. 새마을금고에선 3월 말 기준 연체율이 5.34%로, 다른 상호금융권(2.42%)의 2배 넘게 치솟으며 경보음이 울렸다. 그러나 당시 금융당국과 새마을금고 측은 부실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에 나서는 대신 “위기설은 악의적인 루머”라며 의혹을 봉합하기에 바빴다. 그러는 사이 새마을금고의 연체율은 지난달 29일 기준 6.18%로 급등했다. 일반 시중은행의 20배에 육박한다. 특히 수도권 일부 금고의 경우 연체율이 20∼30%에 달하는 상황이다. 부실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이 화근이 됐다. 부동산경기가 침체기로 접어든 데다 금리인상 여파로 갚지 못하는 돈이 불어난 것이다. 반면 금고의 수신 잔액은 4월 기준 258조원으로, 두 달 사이 7조원이나 빠져나갔다.
감독당국인 행정안전부가 부랴부랴 지난 4일 새마을금고 연체율 상위 100곳을 대상으로 특별검사와 점검에 나서기로 했지만 불안심리 차단에는 역부족이었다. 정부가 6일 행안부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은행이 참여한 정부대응단을 꾸려 뱅크런 위기 조기 차단에 나선 배경이다. 정부는 “예·적금이 5000만원을 초과해도 원금과 이자를 지급한다”며 예금자 달래기에 나섰고 뱅크런은 그제야 잦아드는 양상이다.
급한 불은 껐다지만 이번 사태의 재발을 막으려면 새마을금고 감독 체계 전반을 손봐야 한다. 금고의 금융자산 규모는 284조원, 거래고객은 2262만명에 달해 5대 시중은행급이다. 하지만 행안부에서 금고업무 인력은 10명뿐이다. 그마저도 금융 비전문가인 일반공무원들로 순환보직을 한다. 지역연계성이 강한 협동조합이라는 태생을 따져 60년간 행안부가 관리해왔지만 비대해진 금고의 이상 징후를 사전에 파악하려면 전문성 높은 금융당국에 감독권을 넘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부처의 밥그룻싸움보다 금융 시스템 안정이 우선이다. 경제의 혈맥인 금융을 지키는 데 어느 쪽이 유능한지만을 따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