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생 “정시 포함 학종도 고민”
최상위권 논술전형 문의도 증가
“일단 학원들은 바짝 긴장한 상태죠. 하지만 불안해 하는 수험생이 사교육을 찾는 걸 막을 수는 없을 겁니다. ‘물수능’을 기회로 여기고 수험 공부를 시작하는 학생도 있고, 불리하다고 생각한 최상위권 중에는 수시를 다시 준비하는 학생도 있죠.” (사교육업계 관계자)
정부가 ‘사교육 카르텔·부조리’ 집중 단속을 시작한지 일주일째인 지난 28일 사교육 성지로 손꼽히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과 양천구 목동은 고요했다. ‘킬러 문항 분석’을 내세운 화려한 홍보 피켓은 자취를 감췄다. 국세청이 대형 입시 학원에 대한 동시다발적 세무조사에 돌입했다는 소식도 학원가에 긴장감을 더했다.
하지만 ‘틈새’를 파고든 사교육 수요 또한 감지됐다. ‘킬러 문항 배제’로 수능 난이도가 안개 속에 빠지자 불안한 수험생들은 학생부 종합전형(학종), 논술 등 수시 전형 준비 고민에 빠졌다. 수능이 쉬워질 거라고 생각해 반수(대학 재학 중인 상태로 수능을 치르는 것)를 문의하는 학생도 많아졌다.
이날 오전 8시경 목동 재수 학원에 등원 중이던 재수생 A씨(20)는 “참고할 평가가 9월 모의평가 1개만 남은 터라 불안하다”며 “올해 목표는 정시 집중이었는데 수능이 불안해진만큼 학종 등 수시에도 집중할 수밖에 없다. 수시 원서 접수는 안정적으로 넣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재수생, 삼수생 등 이른바 N수생들은 수시보다 정시에 집중하는 경향이 짙다. 이미 고등학교 3학년 시절 수시 탈락 경험이 있기 때문에 정시에 ‘올인’하기 때문이다.
고려대학교에 재학 중인 B씨(20) 또한 “의대 진학을 위해 반수 중이다. 작년에 수시에 다 떨어져 올해는 수시를 넣을 생각이 없었다”며 “그런데 수능이 쉬워진다고 하니 ‘보험’으로 학종을 넣을 생각이다. 정시에서 미끄러질 수 있어 틈틈이 면접 준비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B씨는 “킬러문제 1개 유형에 대비하려면 100개가 넘는 문제를 풀고 분석해야 한다. 4월에는 한달 내내 킬러 문항 대비 학원 강의만 들었는데 내 노력이 한순간에 무의미한 일이 돼 허탈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학원 또한 이러한 움직임을 파악하고 예의 주시하고 있다. 특히 최상위권 학생들이 도전하는 논술 전형 문의가 늘어나고 있다. 대치동 논술학원의 한 관계자는 “학원 입장에서는 지금부터라도 논술을 시작해야겠다고 느끼는 학생들이 많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며 “논술 학원 개강은 보통 7월로 곧 시작이라 모집이 거의 끝났는데 추가로 들어올 수 있냐는 문의가 꽤 들어온다”고 말했다.
이번 수능을 ‘기회’로 여겨 새롭게 뛰어드는 수험생도 있다. 대치동에서 10년째 학원을 운영 중인 원장 C씨는 “중앙대 의과대학(의대) 재학 중인 학생이 수능이 쉬워진다고 하니 서울대 의대를 준비해야겠다고 반수 상담을 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동안 의대를 가고, 못 가고는 킬러 문항 1~2개로 결정됐는데 그 경계가 사라지는 상황이다. 상위권이지만 의대까지는 못 가던 학생들, 문과에서는 서울대에 도전해볼만 하다고 느끼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교육부는 사교육 카르텔·부조리 신고센터 개설 이후 28일 오후 3시까지 총 119건의 신고가 접수됐다고 밝혔다.
박지영 기자, 안효정·양근혁 수습기자
park.jiye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