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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사의 하이브리드 난초도 보물 된다..서예 필법 회화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추사 김정희(金正喜, 1786~1856)는 왕가의 먼 후손으로 그가 고등고시인 문과에 합격하자 왕실에도 기뻐했다고 한다. 그는 암행어사, 예조참의, 당상관인 국립 성균관 총장(대사성)등을 역임했다. 그러나 조선후기 혼란스러웠던 왕가 주변의 이런저런 일에 연루돼 유배를 다녔다.

그는 정치에서 벗어났던 제주 유배시절 건강을 회복해 당시로선 평균보다 10년 이상 더 살았다. 제주에 가면 그가 각지를 여행하고, 안덕계곡 주상절리 동굴에서는 야영생활까지 한 흔적이 있다.

바르게 산 예술 선비 김정희는 서예로 유명했던 것은 온국민이 다 안다. 그런 그가 그림도 잘 그렸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사람이 꽤 있다.

추사는 난초는 서예의 필법으로 그려야 한다는 독특한 이론을 폈다.

서예 예술로 주석을 단 추사의 ‘하이브리드’ 난초 그림, 불이선란도(不二禪蘭圖)

이같은 지론에 따라 그린 대표적인 작품이 불이선란도(不二禪蘭圖)이다. 이게 마지막 난초그림이다.

달준(達夋)이라는 인물에게 그려준 이 작품은 화면 가운데 난초를 옅은 담묵으로, 주변에 회화사상 보기 드문 수준의 높은 격조(格調)를 담은 제발(題跋:그림의 제작 배경, 감상평)을 4군데에 썼다.

글씨는 여러 서체를 섞어 썼으며, 글자 모양과 크기에 차이가 있다. 이는 마치 예술과 실생활의 접목을 시도한 알폰스 누하의 아르누보 예술이 리히텐슈타인의 만화식 회화 등 팝아트로 나아가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림을 온전히 봐야하는데 글씨가 들어있어 방해가 될 것 같지만, 추사의 난초그림은 높은 평가를 받는다.

리히텐슈타인은 아들에게 아빠의 회화를 얘기하다 “디즈니 보다 재미없잖아”라고 하는 아들의 말에 대오각성하며 말풍선을 붙인 만화 등 대중성, 대중친화적 예술로 나아간 적이 있다.

평민대중에게 난초는 그저 그림일 뿐, 왜 난초 그림이 가치를 갖는지 관심도 없고 의미도 모르는데, 심지어 양반들까지도 매난국죽의 진면목을 제대로 모르는 자들이 더러 있었는데, 추사는 격조 높은 해설을 달아주었던 것이다.

불이선란도(不二禪蘭圖) 전체

문화재청은 27일 추사 김정희의 마지막 난초 그림인 ‘김정희 필 불이선란도(金正喜 筆 不二禪蘭圖)’를 국가 지정 보물로 예고했다.

문화재청은 19세기 문화사를 상징하는 김정희의 학문과 예술 세계를 종합적으로 대변하는 작품으로 높은 예술적・학술적 의의를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인장을 통해 전승 내력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가 있는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여러 서체로 난초 그림 주석을 달아, 서예 작품을 회화와 함께 감상하는 하이브리드 예술의 면모까지 보였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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