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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팝 ‘음반 1억장’ 시대 온다…어떻게 컴백마다 ‘최고’ 기록 썼나
세븐틴 455만 장ㆍ스트레이 키즈 461만 장
사상 유례없는 K-팝 음반 판매량 진기록
두 달 연속 음반 판매 1000만 장 돌파
마케팅 전략ㆍ팬덤 초동 경쟁 특수성 반영
“현재 추세라면 올 한 해 1억 장 가능”
올 한 해 K-팝 업계는 컴백하는 아티스트마다 새 기록을 세우고 있다. 그룹 스트레이 키즈(Stray Kids)는 K-팝 새 역사를 썼다. 불과 일주일 만에 461만 장의 앨범을 팔아치웠다. [JYP엔터테인먼트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한국 대중음악 사상 역대 최다 솔로 아티스트 초동을 기록한 방탄소년단 지민(‘페이스’ 145만 4223장). K-팝 여성 아티스트 최다 초동을 기록한 블랙핑크 지수(‘꽃’ 117만 2351장).

올 한 해 K-팝 업계는 컴백하는 아티스트마다 새 기록을 세우고 있다. 그룹의 영향력은 더 컸다. 4세대 강자 르세라핌이 125만 장(정규 1집 ‘언포기븐’)을 팔아치우며 K-팝 걸그룹 초동 1위 기록을 세우더니, 뒤이어 컴백한 에스파(‘마이 월드’ 169만 장)가 또 다시 새 역사를 썼다. 보이그룹의 기세는 상상을 초월했다. 3세대 세븐틴은 미니 10집 ‘FML’로 455만장을 팔며 K-팝 최고 기록을 세웠다. 이 기록은 금세 스트레이 키즈(461만 장)가 깼다. 이 모든 일이 불과 두 달여(지민 솔로 데뷔 3월 24일~스트레이 키즈 컴백 6월 2일) 만에 벌어졌다.

모든 아티스트가 ‘역대 최다’ 타이틀과 함께 전례 없는 신기록을 세우자, 국내 음반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한국음반콘텐츠협회가 운영하는 써클차트에 따르면 올 1~5월까지 상위 400개 앨범의 누적 판매량은 4290만 장에 달했다. 전년 동기 대비 1520만 장 가량 많은 수치다.

세븐틴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 제공]
韓 음반 시장, 두 달 연속 1000만 장 돌파

올 한해 월별 피지컬 앨범 판매량은 흥미롭다. 빅그룹이나 빅그룹 멤버들이 솔로로 컴백할 때마다 눈에 띄는 숫자를 기록했다. 뉴진스,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컴백한 1월의 상위 400개 앨범 누적 판매량(써클차트 기준)은 765만 9325장으로 전년(405만 4212장)으로 대비 360만 장 이상 늘었다. 2월엔 615만여 장, 지민 지수가 솔로 출사표를 던진 3월엔 832만 3157장, 슈가 세븐틴 아이브가 컴백한 4월엔 무려 1057만 8766장, 르세라핌 에스파 엔하이픈이 컴백한 5월엔 1027만 4258장을 팔아치웠다.

김진우 써클차트 수석 연구위원은 “5월 음반 시장은 특정 가수 쏠림에 의한 판매량 증가가 아닌 에스파 엔하이픈 르세라핌 세븐틴 등 여러 가수에 의해 100만 장 이상 판매량이 증가돼 전체 음반 판매가 늘었다”며 “과거에 비해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모습이다”라고 분석했다.

그룹 르세라핌 [쏘스뮤직 제공]

전통적인 실물 음반 시장은 사양산업에 가깝지만, K-팝 시장은 조금 독특한 모양새를 보인다. 전 세계 음반 시장의 성장을 견인하는 것은 ‘스트리밍 수익’이다. 국제음반산업협회(IFPI)가 발표한 2023년 글로벌 음악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음악 매출은 약 262억 달러(한화 약 33조 3500억 원)로 이 가운데 스트리밍은 전체 매출의 67%(175억 달러)를 차지한다. CD, 카세트 테이프 등 실물 음반은 전체의 17.5% 정도다. 세계 1위 음악 시장인 미국에서 보면 음반 판매량은 더 적다. 미국레코드산업협회(RIAA)에 따르면 지난해 CD 판매량은 3300만 장이었다. 미국 음반 시장 전체의 4.6%다.

다소 특수성을 띄는 시장은 일본과 한국이다. 세계 2위 시장인 일본은 매달 900~1000만 장의 판매고를 올린다. 일본음반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실물 음반 판매량은 1180만 장으로 집계됐다. 업계에 따르면 일본은 전통적으로 실물 음반 판매가 높은 보수적인 시장이자, 내수 시장이 강력해 기존의 수익 구조를 유지해오고 있다.

반면 한국은 다 죽어가던 실물 음반 시장이 되살아났다. 2000년 4104억원의 역대 최고 매출을 경신한 음반 시장은 온라인 스트리밍과의 경쟁에 밀리며 맥을 못추다 K-팝 2~3세대가 공존하는 2010년대 중반이 되며 반전 드라마가 써졌다. 세계 2위 일본, 5위 중국, 7위 한국, 10위 규모의 호주가 이끄는 아시아는 전 세계 실물 음반 수익의 49.8%(IFPI 기준)를 차지하고 있다.

그룹 에스파 [SM엔터테인먼트 제공]
마케팅 전략·팬덤 경쟁에 치솟는 판매량…“1억 장 육박할 것”

국내 음반 판매량 상승의 일등공신은 K-팝 그룹의 팬덤이다. 각 그룹의 음반 판매량은 현재 이들의 위치와 팬덤의 규모를 보여주는 바로미터와 같다. 음반이 가장 많이 팔려나가는 시기는 발매일 기준 일주일이다. 국내 모든 기획사와 음악 차트에선 발매 이후 일주일간의 판매량인 ‘초동’을 집계, 가수들의 ‘성장 지표’로 삼는다. 초동은 대체로 일주일 이후 판매되는 앨범의 양을 집계하는 ‘총판’의 95% 이상을 차지한다.

올 한 해는 무서울 정도로 ‘기록 경신’이 이뤄지고 있다. 그간 K-팝 음반은 각 그룹 멤버들의 일상 모습을 담은 포토카드, 팬사인회 응모권을 넣은 ‘마케팅 전략’으로 팬덤의 앨범 중복 구매를 부추겼다. 최근엔 이와 더불어 ‘초동 경쟁’까지 작용해 앨범 판매량을 흔들고 있다. 초동이 팬덤의 규모와 영향력의 상징이자 그룹의 인기 척도로 받아들여지자, K-팝 팬덤의 경쟁이 나날이 격화되고 있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빅히트뮤직 제공]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는 “초동이라는 말과 개념은 애초 우리 대중음악에선 없었는데 일본에서 건너온 개념이 우리 것처럼 자리 잡으며 팬덤의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다. 김진우 수석 연구위원 역시 “K-팝 그룹의 초도 판매량 신기록이 경신되며 피지컬 앨범 시장에 일부 과열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며 “스트리밍에서 음반 판매량으로 이어지는 팬덤의 화력 경쟁과 전작보다는 판매량이 많아야 한다는 팬덤 내 심리적 압박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다”라고 꼬집었다.

K-팝 그룹을 통한 음반 판매량 증가는 글로벌 음반 시장의 흐름도 바꾸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22 음악 산업백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글로벌 음악 시장의 실물 음반 매출은 50억달러(약 6조5000억원)를 기록, 전년 대비 16% 성장했다. 2001년 230억달러 규모였던 음반 시장은 매년 하락세를 거듭하다 2020년 42억달러까지 떨어졌다. 그러다, 방탄소년단(BTS)이 북미 유럽 시장에서 ‘대중적 인기’를 얻기 시작한 시점부터 흐름이 달라졌다. IFPI 집계 기준, 지난해 전 세계 음악 시장에서 실물 음반 판매 비율은 전년 대비 4% 상승했다. 지난해 K-팝 음반 수출액은 2억3311만달러(약 3000억원)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 상반기 전무후무한 성과를 낸 K-팝 음반 시장의 한 해 전망은 청신호다. 김진우 수석 연구위원은 “12월까지 전년도 판매량을 유지할 경우 올해 앨범 판매량은 1억장에 육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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