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엔당 910원대까지 떨어져

원화 힘 받고 日 통화완화 유지

FOMC 동결 전망에 환율 하락세

원/엔 환율이 하루 새 10원 떨어지는 등 ‘엔저’가 고착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반도체 경기가 바닥을 찍고 반등할 것이란 기대감과 이를 반영한 외국인 투자가 늘면서 원화가 엔화 대비 힘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중앙은행(BOJ)이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바꾸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점도 엔화 반등을 제약하고 있다. ▶관련기사 3면

14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전날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910.97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하루 전 종가인 923.74원보다 12.77원이나 떨어졌다. 원/엔 환율이 4월27일 1000.26원까지 올랐고 통상 950~1000원 사이에 머물렀던 것을 감안하면 하락폭이 크다. 이는 엔화가 다른 통화 대비 유독 약세를 보이는 탓도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3월 24일~5월 31일 엔화는 미 달러화 대비 6.2% 약세를 보였다. 선진국 및 아시아 주요 통화와 비교했을 때 최대 수준이다. 같은 기간 노르웨이 통화 가치가 5.5% 떨어졌고, 스웨덴(-4.0%), 뉴질랜드(-2.9%), 호주(-2.1%)가 뒤를 이었다.

엔/달러 환율은 5월 말 140엔대에 진입해 일본 외환당국이 구두개입에 나선 바 있다. 이후 139엔대로 내려왔지만 138~140엔대를 넘나들고 있다. 13일 엔/달러 환율은 139.47원 수준을 기록했다.

각국의 통화정책 방향도 엔화의 상대적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동결 기대감이 커지면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13일 1271.4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전날 종가(1288.3원) 대비 16.9원 하락했다. 지난 2월 13일(1277.3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15~16일 예정된 BOJ 금융정책결정회의도 외환시장의 이같은 흐름을 바꾸지 못할 전망이다. 신임 우에다 가즈오 총재는 4월 회의에서 “긴축 전환 지연에 따른 인플레이션 2% 상회 위험보다 성급한 긴축의 위험이 더욱 크다”며 완화 기조를 지속할 뜻을 밝혔다.

문정희 국민은행 연구원은 “일본은 BOJ 회의에서 여전히 완화적인 기조를 보여 추가적인 긴축은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며 “엔화보다 원화가 강세를 보인 게 원/엔 환율을 떨어뜨린 요인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통화정책 방향과 시장 불확실성 확산 등은 여전히 경계가 필요하다. 문 연구원은 “중요한 건 올해 연준이 얼마나 금리를 인상할지 여부다. 미국이 두 차례 이상 금리를 올릴 경우 위험 회피 심리가 작용해 원화·엔화가 다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금융시장에선 연준이 이달 금리를 동결한 후 7월엔 다시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는 “시장 불안 심리가 커지면 엔화보다는 원화를 더 위험자산으로 보기 때문에 원/엔 환율은 다시 올라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문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