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5년 엘니뇨 홍수로 남미 지역에서 10만명 이상의 이재민이 발생했다.[AFP] |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올여름 ‘슈퍼 엘니뇨’가 예고된 가운데 지구촌 곳곳에선 이미 폭염과 폭우 같은 극단적인 날씨가 출현하고 있다. 엘니뇨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코로나19 엔데믹 여파에 더해 새로운 차원의 전지구적 경제 위협을 가져올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올해 찾아온 엘니뇨는 관측 이래 가장 많은 비용이 드는 주기로 기록될 전망이다. 슈퍼 엘니뇨가 발생했던 2015~2016년 약 20개국이 극심한 영양실조와 콜레라·장티푸스 등 질병 창궐을 보고하며 인도주의적 지원을 요청한 바 있다. 당시 엘니뇨는 비에너지 상품 가격 3.9%포인트, 석유 가격 3.5%포인트를 상승시키는 원인이 됐다. 하지만 올해는 이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전세계적으로 경제 부진 속 물가가 급등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진행중이기에 ‘엎친 데 덮친 격’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바르가비 사크티벨 블룸버그 이코노믹스 경제학자는 “전세계가 높은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 위험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인데 엘니뇨의 도래는 아주 잘못된 시기에 찾아왔다”며 “정부가 정책으로 개입하는 것은 수요를 조절하는 것인데, 엘니뇨는 일반적으로 공급에 영향을 미친다. 중앙은행이 할 수 있는 일은 더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엘니뇨에 따른 극단적인 기후는 산업 공급망 뒤흔드는 파괴력을 갖는다. 예를 들어 칠레에서는 엘니뇨가 폭우를 유발하여 전세계 구리 생산량의 30%가 산출되는 광산의 작업을 멈추게 만들 수 있다. 구리 생산량 감소와 배송 지연은 컴퓨터 반도체, 자동차, 가전제품과 같은 제품에 사용되는 부품 가격 상승을 촉발한다.
공장을 돌릴 전기도 부족해진다. 기온이 상승하면 전세계의 전력망은 이를 따라잡기 위해 더 많은 부담을 안게 된다. 이는 석탄과 가스를 포함한 연료 수요도 동반 상승한다. 연료 부족으로 인한 정전 가능성도 높아진다.
강우량이 변화하면 팜유, 설탕, 밀, 코코아, 쌀 등 인구 대부분이 의존하는 주식의 재배 조건이 악화한다. 실제로 인도 펀자브 지방에서는 2015~2016년 엘니뇨 기간 가뭄으로 지하수를 끌어 올려야만 했다. 이를 위해 디젤 발전기를 돌렸고, 그 결과 생산 비용이 35% 급증하는 결과를 낳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2000년 강력한 엘니뇨가 원자재 인플레이션을 4%포인트 상승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는 심지어 최근 몇년간의 기후 온난화를 반영하지 않은 수치다.
세계기상기구는 온실가스 축적과 엘니뇨 재발로 올해부터 향후 5년이 역대 가장 더운 해가 될 확률이 98%에 달하며, 지구 기온이 미지의 영역으로 밀려날 것이라고 예측한다.
미국 댈러스 연준은 “장기적인 온난화 추세에 엘니뇨까지 겹치는 이중고에서 국내총생산(GDP)과 사람들의 소득 규모가 영구적으로 저하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기존 자료를 보면 실제로 엘니뇨는 각국 GDP를 갉아 먹었다. 다트머스대 과학자들은 1997~1998년 엘니뇨로 인해 이후 5년 동안 GDP가 5조7000억달러(약 7254조3900억원) 손실된 것으로 추정했다. 같은 계산식에 따르면 2100년까지 엘니뇨는 약 84조달러(약 10경6873조원)의 GDP를 감소시킬 것으로 추정된다.
엘니뇨의 위험은 북반구 보다는 열대 지방과 남반구에서 더 심각하게 나타날 전망이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올해 엘니뇨가 인도와 아르헨티나의 연간 GDP 성장률을 약 0.5%포인트, 페루, 호주, 필리핀은 약 0.3% 포인트 감소시킬 것으로 내다봤다.
뿐만 아니라 세계 빈곤층은 여지없이 더 심각한 상황에 직면할 참이다. 분쟁, 경기 침체, 기상이변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 전세계 급성 식량 불안정 인구는 이미 2억2200만명으로 사상 최고치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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