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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트남 운전수, 노점상, 청소부, 농부 “생애 가장 혹독한 폭염”
지난달 22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촬영된 오토바이 배달 기사의 모습. 베트남은 섭씨 44.2도까지 기온이 치솟았다. [AFP]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그랩(차량호출 플랫폼) 운전기사로 일하면서 휴대폰을 보호하기 위해 작은 양산을 가지고 다닙니다. 햇볕에 노출되면 배터리가 과열되고, 휴대폰이 고장나면 수입원을 잃게 됩니다.”

“길거리를 청소하는데 폭염으로 쓰레기 냄새가 더 강해졌습니다. 근무 마칠 때 꼭 옷을 갈아입어야 하고, 도저히 점심시간에는 일을 못하기에 아침 일찍과 저녁에 일을 합니다.”

CNN은 6일(현지시간) 동남아시아 전역의 수백만 명의 운전수, 노점상, 청소부, 건설노동자, 농부, 기타 야외 또는 비공식 경제 종사자들이 5월의 기록적인 폭염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고 있다고 보도했다.

통상 4월과 5월은 일반적으로 동남아시아에서 일 년 중 가장 더운 달로 꼽히지만 올해는 태국과 베트남을 포함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한 수준에 도달했다. 

기상 관측소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태국은 4월 15일 섭씨 45.4도(화씨 114도)로 역사상 가장 더운 날을 기록했고, 이웃 라오스는 5월 이틀 연속 섭씨 43.5도(화씨 110도)를 기록했으며, 베트남은 5월 초에 섭씨 44.2도(화씨 112도)로 역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세계기상기구(WWA)의 최근 보고서에서 국제 과학자 연합은 동남아시아의 초여름 폭염은 인간이 초래한 기후 변화가 없었다면 “사실상 불가능했을”, “200년에 한 번 있을 법한 사건”이었다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또 동남아시아의 ‘습한 폭염’은 더더욱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마리암 자카리아 런던 임페리얼 칼리지 연구원은 “주변 습도가 매우 높으면 신체는 스스로를 식히기 위해 수분을 방출하려고 계속 땀을 흘리지만 땀이 증발하지 않기 때문에 결국 심각한 탈수로 이어지고 급성인 경우 열사병과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CNN에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렇기 때문에 습한 폭염이 건조한 폭염보다 더 위험하다”고 다시한번 강조했다.

습한 더위의 건강 위험을 이해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기온과 습도를 모두 고려할 때 인체가 얼마나 더운지를 나타내는 단일 측정치인 ‘체감 온도’를 계산한다. 체감온도는 열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을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CNN이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 서비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4월 초부터 5월 말까지 동남아시아 대륙에 속한 6개 국가 모두 매일 섭씨 40도(화씨 104도) 이상에 가까운 체감 기온을 기록했다. 이는 건강 문제가 있거나 더위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매우 위험한 수치다.

유엔(UN)의 전망에 따르면 현재와 같은 속도로 기온이 계속 올라간다면 향후 20년 동안 태국에서는 이미 열로 인한 사망자가 100만명당 30명, 세기말에는 130명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미얀마는 100만명당 사망자 수가 각각 30명, 520명, 캄보디아는 40명, 270명이 더 늘어날 것으로 데이터는 예측했다.

아울러 기상이변은 불평등하게 적용될 것이라는 격언을 반복했다.

엠마누엘 라주 코펜하겐 재난연구센터 책임자는 “누가 기후변화에 적응할 수 있고, 대처할 수 있으며, 누가 이를 위한 자원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분명한 것은 극도로 덥고 습한 환경에 노출되는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열 스트레스의 위험에 가장 많이 노출되어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각국 정부는 건설노동자들에게 되도록 실내에 머무르고, 충분한 수분을 섭취하고, 밝은 색의 옷을 입고, 특정 음식을 피하는 등의 대응 조치를 권장하고 있지만, 이는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기상학자들은 기후 변화 위험 증가에 직면한 취약 계층을 보호하고 잠재적인 건강 문제를 예방하기 위한 사전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일관된 국제 계획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th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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