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 中 민주화 함성, 美 뉴욕서 다시 울린다…6월 4일 박물관 재개장
2021년 홍콩 정부 자산 동결로 문닫아
당시 민주화 인사 주도로 8개월만 모금
당국 탄압에 홍콩 내 기념행사는 실종
1989년 천안문 사태 당시 시위 모습 [AP]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국가보안법 제정 3년 이후 빠르게 정치적 자유가 사라지고 있는 가운데 2년 전 문을 닫은 천안문 사태 박물관이 미국 뉴욕에서 다시 문을 열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1989년 천안문 사태를 기념하는 ‘6월 4일 박물관’이 뉴욕 식스 애버뉴 894에 다시 문을 연다.

당초 홍콩 몽콕 지역에 있던 박물관은 지난 2021년 공안에 의해 폐쇄됐다. 당시 공안이 중국 민주화 운동을 지지했던 홍콩시민지원애국민주운동연합회 등 민주화 인사 3명을 기소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다.

1989년 6월 4일 중국 당국이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민들을 유혈 진압한 후 이듬해부터 홍콩에서는 매년 6월 4일 저녁이면 빅토리아 파크에서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촛불이 많게는 수십만개씩 켜졌다.

뉴욕에 새로 개장한 6월 4일 박물관 [로이터]

그러나 홍콩 정부는 2020년 촛불 집회를 처음으로 불허했다. 그럼에도 아랑곳없이 수만 명이 모이자 2021년에는 집회를 불허하는 동시에 아예 빅토리아 파크를 봉쇄해버렸다. 32년 만에 처음으로 6월 4일 저녁 빅토리아 파크에서 촛불이 켜지지 않은 것이다.

2019년까지만 해도 온갖 종류의 집회와 시위, 행진이 자유롭게 열리던 홍콩이다. 천안문 사태를 기념하는 행사도 홍콩에서 유일하게 열려왔다.

뉴욕에 새로 개장한 6월 4일 박물관 [로이터]

이후 해당 집회를 주최해왔던 홍콩시민지원애국민주운동연합회가 당국의 압박에 해산하면서 지난해에는 집회를 신청한 단체가 없었지만, 당국은 또다시 6월 4일 빅토리아 파크를 원천 봉쇄해버렸다.

올해도 촛불 집회를 신청한 곳은 없다. 대신 지난 2월 한 친중 단체가 일찌감치 빅토리아 파크에서 6월 3∼5일 쇼핑 행사를 개최하겠다며 현장을 '선점'했다.

천안문 사태 당시 지명수배 1순위였던 민주화인사였던 왕단 후버연구소 객원 교수는 “홍콩은 새로운 정치 지형 아래서 중국 본토의 민주주의를 촉진하는 독특한 역할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왕 교수는 다른 민주화인사들과 함께 새로운 박물관을 열 계획을 세웠고 8개월이 채 되지 않는 기간안에 50만달러를 모금하는 데 성공했다. 이들은 새로운 박물관이 홍콩에 있을 때보단 중국 방문객이 적겠지만 대신 전세계적인 관심을 끌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왕 교수는 “우리는 학생들이 중국에 대해 배우고 중국 역사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뉴욕 내 고등학교들과 협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200평방미터 규모의 박물관에 전시된 전시품 중엔 1989년 당시 피 묻은 시위대 셔츠, 군인 헬멧, 전단지 등이 있다. 일부 홍콩인들은 진압에 대한 신물 스크랩과 희생자들을 기념하기 위해 수년에 걸쳐 제작된 기념품을 기부했다.

박물관 내 홍콩 섹션에는 빅토리아 공원의 촛불시위와 2014년 센트럴 점령과 같은 민주화 운동에 대한 전시품도 전시됐다.

왕 교수는 “천안문 사태에 대한 토론과 추념은 공공장소 뿐 아니라 각 가정에서도 이어져야 한다”면서 “부모와 자녀들이 탄압에 대해 이야기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면 정부가 모든 이들의 기억을 지울 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why37@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