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중국을 방문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로이터]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 등 미국의 거물급 인사들이 잇따라 중국행에 나섰다. 미국과 중국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음에도 기업인들은 중국과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모습이다. 코로나19 종식 이후 예상보다 더딘 경기회복에 시름이 깊어지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겐 더없이 반가운 손님들이다.

3년 만에 중국을 방문한 머스크 CEO는 지난달 30일 중국에 도착한 후 광폭 행보를 이어갔다. 그는 친강 외교부장 등 고위급 관료들을 면담한 데 이어 세계적인 배터리업체인 CATL의 쩡위췬 회장을 만났다.

블룸버그통신은 머스크가 CATL과 협력해 미국에 배터리 제조공장을 설립하는 방안을 논의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포드가 CATL과 함께 미시간주에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기로 한 계획과 비슷한 방식의 합작거래를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테슬라는 모델Y와 모델3 등 일부 차종에 CATL의 배터리를 공급받고 있다. 이 차량들은 중국산 배터리 때문에 미국 연방정부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상 보조금을 받지 못하고 있는데, 미국 내 배터리 공장을 세우면 이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된다.

머스크는 둘째날 상하이에서 테슬라 기가팩토리를 둘러보고 리창 중국 총리를 만나 중국 내 자율주행 기술 도입을 논의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월가의 황제’로 불리는 다이먼 JP모건 CEO도 31일 4년 만에 중국을 방문했다. 상하이에서 열린 ‘JP모건 글로벌 차이나 서밋’에서 그는 “중국과의 무역은 줄겠지만 그것이 디커플링(탈종조화)은 아니다”고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 핵심 전략에 선을 그은 것이다.

이 외에도 지난달 24일 메리 배라 제너럴모터스(GM) CEO가 상하이를 찾았고, 랙스먼 내러시먼 스타벅스 새 CEO는 지난 3월 취임한지 두 달도 안돼 중국을 방문했다. 팀 쿡 애플 CEO를 비롯해 화이자, 퀄컴, 코닝 등 미국 주요 기업 CEO들은 코로나19 방역이 해제되자마자 중국을 찾아 정부 고위 인사 및 재계 지도자들을 만났다.

코로나19 종식에도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데다 외국인직접투자 감소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국은 두 팔 벌려 이들을 환대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는 지난 1분기 중국에서 300억달러를 빼냈으며 MSCI중국 지수는 2021년 고점 대비 반토막이 난 상황이다.

싱가포르국립대의 알프레드 우 교수는 블룸버그에 “시 주석은 통치를 정당화하기 위해 빠른 성장이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경제가 너무 나빠지면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거물급 인사들의 잇딴 중국 방문은 지난달 중국 당국이 외국 기업을 상대로 스파이를 색출하겠다고 하면서 조성된 불안감을 달래는데도 적지 않은 효과를 보고 있다.

중국 주재 미 상공회의서의 마이클 하트 회장은 CNN에 “(스파이 색출 작업은) 중국에 있는 미국 기업들을 떨게 만들었고 ‘다음은 누가 될것인가’라는 불안감을 키웠다”고 말했다.

이에 중국은 미국 CEO들에게 중국 내 사업 투자 확대를 요청하면서 더 개방적이고 공정한 경쟁의 장을 약속하고 있다. 머스크 CEO가 미중 간 디커플링을 반대하며 양국 관계가 어느 한쪽이 이익을 얻으면 상대는 그만큼 잃는 ‘제로섬’이 아니라고 강조한 것을 중국 외교부가 그대로 인용한 것은 이를 방증한다.

블룸버그는 “글로벌 비즈니스 리더들의 방중은 코로나19 이전의 우호적인 시대를 떠올리게 한다”고 전했다.

미국 당국은 자국 CEO들의 방중이 달갑지 않은 눈치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31일 브리핑에서 “우리는 미중 경제가 서로 연결돼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이런 상호연결성이 미국의 국가안보를 위험에 빠뜨리지 않도록 관리하는 최선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미국 CEO들의) 방문이 경제적 경쟁을 관리하는데 도움이 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